인문∙창작 클럽 (83) 나무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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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별
최장오
별 따러 간다
나무에 올라간다
대낮에 왠 별을 딴다고,
아이는 원숭이처럼 날렵하게 별을 따
주머니를 채우고 있다
아무리 찾아도 별은 보이지 않는다
컴컴한 나뭇가지 사이 샛노란 브림빙이 숨죽인다
햇살이 틈을 비운 곳마다 촘촘히 박혀있다.
어둑한 저녁,
별이 식탁에 앉아
보이는 것이 모두가 아니라고, 반짝인다
새콤한 즙이 입 안에서 터진다.
흐릿한 도시의 별 하나
나의 풋풋한 별 하나
브림빙 나무에 걸어둔다.
****시작 노트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에 나오는 애절한 별은 아니더라도, 우리는 마음속에 따뜻한 별 하나 정도는 품고 살아간다. 현실에서 볼 수 없으니 가슴에 품은 별이 더욱 애틋해 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얼마 전 아주 특별한 별을 인도네시아 산골마을에서 만났다.
새콤한 별, 나무에 숨어 숨바꼭질하던 황금 빛 나무 별, 브림빙(star fruit)이라는 이름이
먼 우주에서 온 듯한 생경함이 느껴지는……
*이 글은 '데일리 인도네시아'에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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