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 코로나 시국의 발리를 보았다 > 인문∙창작 클럽

본문 바로가기

팝업레이어 알림

팝업레이어 알림이 없습니다.
사이트 내 전체검색

73c27ae0295d5ccfd060ed5825f883ca_1671375260_4225.jpg

인문∙창작 클럽 (206) 코로나 시국의 발리를 보았다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인문과 창작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6,534회 작성일 2022-09-09 01:20

본문

코로나 시국의 발리를 보았다
 
조현영 
 
 
한국에 있는 딸이 방학을 맞아 그녀의 고향 자카르타를 다녀갔다.
 
자카르타에서 태어나 늘 옆에 끼고 살던 녀석이 한국에서 생활하다가 방문자 자격으로 부모가 있는 자카르타로 오다니 기분이 묘했다.  
 
그녀를 위한 특별이벤트로 발리에서 서핑을 배우기로 결정하고, 서핑 배우기 좋은 꾸따(Kuta) 인근에서만 지냈다.
 
꾸따는 발리를 갈 때마다 늘 지나치기만 했던 곳이다. 꾸따로 들어가는 길은 늘 막혔고, 꾸따 해변에 가면 잡상인들이 너무 따라다녀 어수선하고 주변은 지저분해서 바다 감상은 커녕 쫒기듯이 빠져나오기 바빴던 곳이다.
 
그런데 이번에 갔던 꾸따 비치는 달랐다.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달려드는 잡상인도 없었으며 서핑을 배우려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적당히 파도 치는 꾸따의 바다는 활기찼고 바다와 맞닿은 하늘에서 지는 해는 아름다웠다.
 
▲ 발리 꾸따 해변에서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 (사진=조현영)
 
 
깔끔해진 꾸따의 바다... 2년이 넘는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발리의 모든 관광업계가 철퇴를 맞는 아픈 시간 뒤의 결과라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깨달았다.
 
지난 코로나 팬데믹 2년 동안 수입이 '제로'였다며 정말 힘들었다는 서핑 강습소 사장님의 말이 잊혀지질 않는다. 발리에 사는 한인들 대부분이 여행 관광업에 종사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발리가 닫혀있는 동안 대부분 한국으로 귀국했고 아직 다 돌아오지 않은 상황이라고 들었다.
 
발리는 80% 이상이 관광업으로 먹고 사는 동네다. 그런 곳에서 문 닫힌 2년 간 발리에서 살아남기란 우리가 짐작하는 것 보다도 훨씬 더 큰 고통이 있었으리라...
 
공교롭게도 인도네시아에서 코로나가 시작한 2020년부터 지금까지 나는 매년 발리를 다녀왔다.
 
2020년 11월에는 인도네시아 관광청이 주최한 팸투어에 초대되어 코 시국에 발리를 갔더랬다. 20년 3월에 코로나가 발생하고 그 다음달 4월에 발리 문을 닫았다가 7월부터 국내 관광만 허용한 후 였다.
 
가는 곳마다 관광객보다 현지 관계자가 더 많았고, 길 막히면 2시간도 넘게 걸리던 우붓에서 꾸따까지 뻥 뚫린 도로라니, 교통체증 없다고 대놓고 좋아하기엔 뭔가 찜찜했다. 발리가 낯설었다.
 
그 당시 팸투어를 진행했던 인니 정부로서는 그때쯤이면 코로나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 예상하고 보건수칙을 지키는 여행이 가능한 것을 보여주면서 국내 관광이라도 살려보자는 취지였을텐데...그 이후로 코로나 확진자는 계속 늘고 이동제한은 더 강화되었으니 발리는 여전히 고요할 뿐이었다.
 
다음 해인 2021년 델타 변이로 확진자 수가 정점을 찍고 사망자도 많았던 7월이 지나고 코로나 확산이 잦아들자 사회활동 규제가 조금씩 완화되면서 10월에는 외국인 여행자에게도 문을 열었다.  
이참에 집 밖으로 나서보자 싶어 2021년 11월 발리로 향했다. 2020년 팸투어를 다녀온 지 딱 1년 만이었다.
 
일부이긴 하지만 발리 국제선도 열렸으니 내심 관광객이 있을거라 기대했었지만 오히려 기대 때문에 실망은 더 컸다. 그때 내가 머물렀던 우붓은 통째로 비어 있는 느낌이었다.
 
길가에는 적선하는 일가족이 더 눈에 띄었고, 식당을 가보자치면 문을 열었는지부터 살펴야 했다. 골목골목에는 '임대'라는 문구가 한집 걸러 하나씩 보였다. 몽키포레스트의 원숭이들만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자신들의 영역을 밖으로 넓히고 있었다.
 
역시 우붓의 시장은 어깨빵하며 지나야 제 맛이고 자동차 보다 걷는 게 더 빨랐던 우붓의 북적이던 골목이 그리웠다. 폐허같은 관광지에서 덩그러니 하나씩 문 열어놓은 카페들은 어찌나 쓸쓸하던지...그 당시에도 발리 남쪽 바다에는 관광객이 조금 더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쓸쓸하기는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그 이후로 다시 오미크론 쓰나미가 휩쓸고 하위 변이까지 창궐했지만 증상이 심하지 않은 덕에 그나마 풀렸던 규제와 열었던 섬들의 문을 다시 닫지는 않았다. 올해 2022년 4월부터는 관광을 위한 도착비자 발급도 재개했다. 그 덕분에 딸도 우리를 보러 올 수 있었다.
 
인도네시아 중앙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발리를 포함한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가 2021년 4월보다 2022년 4월에 거의 500% 증가했다고 한다. 최근 자료에서는 2022년 7월 기준으로 발리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약 24만6천명, 하루 9천명 정도가 발리로 들어오고 있다.
 
확실히 이번 발리 여행 때는 서양인들이 눈에 띄게 많았고 지나면서 들리는 한국말도 제법 있었다. 해변가에 걸맞는 옷차림들, 유쾌하게 맥주잔을 부딪히는 사람들을 보니 기분이 좋았고 안심이 됐다.
 
코로나 이전의 발리에서는 제발 사람 없는 데로 가자던 내가 이제는 제발 발리가 북적대기를 바라고 있다. (나 발리 홍보대사도 아닌데 왜 이럼?)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Copyright © PT. Inko Sinar Media.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