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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창작 클럽 (200) 꿈에 대한 이야기 ,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 달러구트 꿈 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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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과 창작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4,153회 작성일 2022-04-20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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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대한 이야기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 달러구트 꿈 백화점
 
조은아
 
나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무슨 꿈을 꾸며 살고 있는가?
최근에 읽은 두 권 책을 통해 꿈의 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여고 시절 이후 소설을 읽을 기회는 극히 드물었다. 더 솔직히는 소설보다는 더 현실적인 사실과 정보을 읽는 데 시간을 할애해 왔던 것 같다.
 
무엇에 이끌렸던가. 순식간에 읽어버린 두 권의 소설은 의도치 않게 모두 선택과 꿈에 관한 이야기였다. 한 권은 선택하지 못하고 버린 ‘꿈’에 관한 이야기이고, 한 권은 우리가 매일 꾸는 ‘꿈’에 관한 이야기다. 다른 것 같지만 결국 ‘못 이룬 꿈’에 대한 아쉬움과 ‘나의 현실’을 통과해 ‘나의 미래’를 다시 꿈꿀 수 있는 늘 완벽할 수 없는 ‘꿈’ 이야기다.
 
2020년에 발표된 매트 헤이그의 판타지 소설 <미드 나잇 라이브러리>는 지난해 영국 아마존, 뉴욕타임스 등은 물론 지난해 한국 서점가에서도 떠들썩 했던 베스트 셀러다. 20대에 삶을 포기하고자 자살시도까지 했던 작가는 파트너와 가족들의 도움으로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극복해내며 소설가로 데뷔한다. <미드 나잇 라이브러리>는 그의 그런 자전적 경험이 그 시작점이 된다.
 
 (사진=조은아)
 
한 때 수영 유망주였던 노라 시드는 보컬의 꿈도 접고 사랑하던 남자와도 헤어지고 지금은 간간히 피아노 개인 교습을 하며 고양이 한 마리와 살고 있다. 노라는 자신의 인생 모든 것이 불협화음 같았다. 수영 선수, 뮤지션, 철학가, 결혼, 여행가 등등 그녀가 기로에 설 때 마다 내린 모든 결정은 실수였고 그 결과는 재앙이었다. 자살의 D-day로 잡은 전날 하필이면 그녀의 고양이까지 차에 치어 죽는다. 그녀는 밤 11시 22분 ‘멋진 삶을 살 기회가 있었지만 난 그 기회를 모두 날려버렸다. 남길 것이 없다.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다.
 
그리고 00:00시. 그녀는 신비롭고 낯선 도서관 안에서 눈은 뜬다. 도서관에는 노라가 했던 후회들이 빼곡히 책이 되어 꽂혀 있었다. 그녀가 선택을 해야 했던 모든 순간, 내가 선택하지 않은 길로 갔더라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1의 후회도 없는 인생을 살고 있으리라.
 
도서관에는 노라의 선택으로 버려졌던 그녀의 ‘꿈’들이 책으로 빼곡히 꽂혀 있었다. 그녀가 결심하고 포기하려 했던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자신이 선택하지 않았던, 선택할 수 없었던, 살아보고 싶었던 삶을 살아볼 수 있는 기회를 책을 통해 이뤄보게 된다.
 
올림픽 금메달의 주역, 세계적인 톱스타, 북극 빙하 연구학자, 사랑하는 남편과 딸이 있는 평범한 가정의 주부 등등. 그러나 어떤 삶에서도 그녀가 기대한 완벽한 행복은 없었다. 항상 모든 선택에든 불행은 있었다. 친오빠의 죽음, 부모님의 이혼, 연인의 불륜 등 그녀가 이번 생에서는 겪어보지 못했던 또 다른 슬픔들이 존재했다.
 
반면,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현재 내가 꾸고 싶은 꿈을 파는 백화점 이야기다.
오늘 내가 상사에게 혼났다면, 잠이 든 나는 그 상사를 꼼짝 못하게 하는 꿈을 산다거나,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과 데이트를 하거나, 오로라 속을 날아다니는 꿈을 살 수도 있다. 힘이 쎈 초록 괴물이 될 수도 있고 보고싶은 어릴 적 친구를 만나거나 심지어 동물들도 원하는 꿈을 사서 꿀 수 있는 곳이 바로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다. 주인공 페니가 이 백화점에 취직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산타클로즈의 친구이기도 한 노신사 달러구트가 사장으로 있는 이 꿈 백화점이 있는 마을은 물리적으로 지정된 어느 공간이 아닌 잠이 들면 어느 누구나 올 수 렘수면의 세계다. 이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꿈에 관련한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 꿈을 만드는 제작자, 꿈을 파는 상점의 직원들, 잠든 사람들이 옷을 벗고 다니지 않도록 보호하는 지킴이 등. 그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우리는 꿈을 그냥 꾸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기획하고 만드는 꿈을 사서 꾸게 된다는 것이다. 상점에는 손님의 눈꺼풀 무게를 재는 저울을 통해 그들의 숙면상태를 체크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꿈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시험을 앞두고 불안해 하는 사람에게는 심신 안정용 꿈을,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악몽, 태몽, 예지몽까지 그들은 자면서 꾸는 ‘꿈’속에서 후회를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의 ‘꿈’을 갖게 된다. 꿈을 사는 데도 댓가를 지불한다. 꿈을 꾸고 나서 깨어났을 때 느끼는 설렘, 신기함, 호기심, 성취감, 자신감 등의 감정으로 후불 자동결제하게 된다. 4층 건물의 백화점에는 층별로 늘 꿈을 사려는 고객들로 넘쳐나고 남은 재고 꿈은 헐값에 세일을 하기도 한다.
 
(책으로 인쇄되기 전에 이미 전자책으로 베스트셀러였던 이미예 작가의 이 판타지 소설은 2편을 거쳐 유튜브에서 만화로도 볼 수 있다.)
 
‘만약 그때 내가 이 선택이 아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이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을 선택했더라면...’
‘포기하지 않고 계속 했더라면...’
하루에도 수 십번씩 하는 후회와 그러면서도 매일 매 순간 또다른 선택을 해야 하는 일상. 내가 가졌던 꿈을 향해 내가 조금만 더 나아갔더라면, 내 꿈을 이뤘더라면, 그때 그렇게 했었더라면 지금의 나보다 훨씬 더 행복하고 완벽한 삶을 살고 있을까?
 
우리가 매일 하는 걱정 중에는 우리 스스로가 ‘쓸데없다’라고 표현하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일에 대한 걱정이라고 한다. 우리는 전혀 사실이 아닌 일로,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는 일을 후회하고 괴로워하며 시간을 버린다.
 
또 누구도 슬픔 없는 삶을 살지 않는다. 그럼에도 마치 다른 사람들은 모두 행복한데 나에게만 슬픈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착각할 때가 있다. 내가 ‘내 꿈을 이루지 못하고 선택을 잘못’했기 때문에 나는 ‘힘들다’ ‘괴롭다’고 생각하고 사는 것을 아닐까.
 
‘가장 힘들었던 시절은 거꾸로 생각하면 온 침을 다해 어려움을 헤쳐나가던 때일지도 모르죠. 이미 지나온 이상,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랍니다. 그런 시간을 지나 이렇게 건재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손님들께서 강하다는 증거 아니겠습니까?’ - <달라구트의 꿈 백화점>
 
‘노라는 자신이 삶을 끝내려고 했던 이유가 불행해서가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불행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우울증의 기분이며 두려움과 절망의 차이점이기도 하다. 두려움을 지하실로 들어가게 되어 문이 닫힐까 봐 걱정하는 것이다. 반면 절망은 문이 닫히고 잠겨버린 뒤에 느끼는 감정이다.’ -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에선 더 나은 선택을 하지 못한 후회로 인생을 허비할 이유가 없음을 확인하고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서는 불행을 극복하고 매일 새 꿈을 꿀 수 있다는 것을 환기하게 된다.
 
‘그녀에게 가능한 모든 인생의 씨앗이자 시작인 진실. 예전에는 저주였으나 이제는 축복이 된 진실. 다중 우주의 잠재력과 힘을 간직한 간단한 문장이었다. 나는 살아있다.’ -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내가 살아있으므로 우리는 선택도 후회도 절망도 희망도 그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살아있다’는 중요한 명제 아래 행복과 불행은 사실보다는 어느 방향에서 바라보느냐는 관점에서 시작된다. 설사 우리가 다중 우주 이론의 주인공으로 수많은 세상을 살아가는 존재라고 해도 다른 세계에 있는 ‘내’가 살아보고 싶은 현실이 지금의 ‘내’가 있는 세상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지금의 내가 있는 선택을 너무 후회하지 말자. 다른 선택을 했더라도 이보다 더 나을 수 없을 것이다. (확실한 건 내가 처음 소개팅에서 만났던 그 녀석을 선택했더라도 이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진 않을 것 같다.)
 
대신 매일 새 꿈을 꾸자. 지금보다 더 나아지는 꿈, 지금보다 더 행복해 지는 꿈을 골라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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