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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구눙 아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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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과 창작 작성자 편집부 작성일 2017-12-27 14:45 조회 6,37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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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눙 아궁 (Gunung Agung)
 
이강현
 
 
터질 것 같더니 안 터지고..
 
발리에 있는 아궁산이 벌써 3개월 넘게  Siaga(비상 사태)단계만 올렸다 내렸다 하며 터지지 않고 있다.
 
아궁 산은 발리 섬에 있는 활화산으로 성층 화산이다. 그래서 구눙 아삐(불산)라고도 하며 높이는 3,142m이다. 1808년 이후에 수차례에 걸쳐 분화를 했으며, 특히 1963년의 대분화는 2,000여명의 목숨을 앗아 갔다. 또한 발리 사람들에게는 우주의 중심인 수미산으로 신성하게 여겨지는 산이기도 하다. 한 전설에 의하면 이 산은 최초의 힌두교인들에 의해 가져온 수미산의 파편이라고 한다.
 
9월부터 화산 분화가 시작되어 4만 5천명의 이주민이 230개 대피소로 무작정 거주지를 옮겨 생활 하기 시작 했고,  며칠 전 대한민국을 떠들썩 하게 만들며 전세기를 띄우고 난리가 났던 그 산은 오늘은 잠잠하게 숨고르기를 하고 있고 나는 그 산 언저리 한 대피소를 방문 했다.
 
대피소라면 무작정 팽목항이 떠올라 을씨년스럽지만 이 곳은 생각보다는 평온 했다. 천명의 이주민들이 군 소재 체육관 안과 밖에 텐트를 치고 생활 하고 있으며, 어린이들은 인근 학교에 다니고 있고 아낙네들은 힌두 의식에 쓰이는 Canang Sari(작은 대나무 둥지)를 만들며 소일거리와 돈벌이를 하고 있고 젊은 남자들은 낮에는 일터로 나갔다가 저녁에 돌아 온다고 한다.
 
그들은 구눙 아궁이 빨리 터지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었다. 고향으로 하루 빨리 돌아가 이 지긋지긋한 대피소 생활을 청산하는 바램도 바램이거니와  화산 폭발 후 비옥해진 옥토에서의 찬란한 수확을 꿈 꾸기도 하고 인근에  화산재를 건설 현장에 팔아 목돈을 챙길 궁리를 하고 있다고들  한다.
 
1963년 화산 폭발 때는 지진이 난거 같이 하루에 몇번씩 땅이 흔들리는 조짐이 보이기 시작해서 결국은  2년만에 터졌다고 하니 이번에도 하염없이 이런 생활에 익숙해 질수 밖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걸 그들은 누구보다도 어렵지 않게 받아 들이고 있는 것 같았다.
 
10만불을 들여 일단 이들을 조금이라도 돕기로 결심했다.
 
모든 대피소는 아니지만  3개 대피소에 천막을 치고 세탁기와 냉장고.전자렌지. TV를 설치했다.
 
이주민들의 빨래를 돕고 음식물을 보관하고 데워먹게 하고 어린이 놀이방을 꾸미기 위해 TV를 설치하고 도화지와 색년필을 나누어 줬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기약 없는 대피 생활이지만 삼성이 먼저 나서면 다른 기업들과 여러 단체들의 관심으로  좀 더 많은 지원의 손길이 닿을 수 있으리란 기대감으로...
 
내가 만약 대한민국 어느 천재지변으로 생겨난 대피소에  와 있다면 여기 계신 분들이 느끼는 엄청난 불편함과 상실감에 대한 울분이 정부의  부족한 지원에 대한 강한 비난으로 쏟아 질텐데. 여긴 너무 고요하고 평화롭다. 취재 기자들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기사를 위한 선풍기식 질문도 없이..이게 국민을 위한 정부인지 정부를 위한 국민 인지 모를..그저 그들은 하늘에 뜻이거니 자연 섭리를 받아 들이고 조금 더 불편함을 감수 하고 기약 없는 하루하루를 기도로 보내고 있는 것이다.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운 11살 소년에 눈빛엔 장난기와 평화로움이 가득하다. 이게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인도네시아이고 이래서 나는 이 나라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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