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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아트 오브 다이닝: 라라종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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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과 창작 작성자 편집부 작성일 2020-12-18 17:16 조회 21,28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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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오브 다이닝: 라라종그랑
 
사공경/ 한인니문화연구원장
 
나는 오늘 서울 인사동의 어느 찻집에 앉아 있으면서도 자카르타의 한 레스토랑이 그리워진다. 디아스포라의 숙명인가. 오늘 같이 쌀쌀한 날에는 붉은 빛으로 장식된 자카르타의 뚜구 라라종그랑(Tugu Lara Djonggrang) 레스토랑이 더욱 생각난다.
 
Tugu-Lara-Djonggrang 입구 (출처https://www.tuguhotels.com/)
 
라라종그랑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힌두교 사원인 쁘람바난에서 유래된다. 쁘람바난 왕국의 공주였던 라라종그랑은 1,200여년의 시간을 넘어 자카르타에서 가장 독특하고 낭만적인 레스토랑에서 여전히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뚜구(Tugu) 그룹의 창시자이며 소유자인 안하르(Anhar) 회장의 야성적인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이 기념비적인 레스토랑은 기존의 사고(思考)가 반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나는 이 레스토랑을 셀 수 없을 정도로 열심히 들렀다. 2011년에 어느 날 오후에 들렀을 때는 마침 그날이 라라종그랑이 오픈한지 6년이 되는 날이었다. 직원들은 큰 뚬뻥을 두고 기념일을 즐기고 있었고, 수수한 차림의 안하르 회장의 부인은 “저는 우리의 라라종그랑이 단순한 레스토랑이 아닌 문화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도 그에 맞는 품위를 갖추어 주시기 바랍니다. 라라종그랑은 인도네시아 군도의 문화예술을 지켜 나갈 것입니다”라고 직원들을 격려했다.
안하르 회장 부인은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이하고 뚬뻥을 나눠 먹으며, 안와르는 변호사이며, 본인은 의사이고, 자녀들은 디자인을 공부하여 뚜구 그룹 건물의 실내 디자인을 하고 있다고 했다.
 
라라종그랑 내부  (사진=사공 경)
 
안하르 회장은 대학시절 발리에 들렀을 때 많은 유물이 외국인들에게 헐값에 팔리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그때부터 그는 인도네시아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 닥치는 대로 사들였다고 한다. 그리고 잊혀져가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역사, 문화, 예술을 콘셉트로 하는 식당과 호텔을 연이어 만들어 뚜구 그룹을 설립했다. 뚜구 그룹은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에게 자신들의 문화를 홍보할 목적으로 롬복과 발리, 동부 자바의 말랑과 블리따르(Blitar)에 위치한 뚜구(Tugu)호텔, 그리고 자카르타의 Dapur Babah, Kawi Sari Cafe(former Samarra), Shanghai Blue 1920, 그 유명한 Kunstkring Paleis인 뚜구 레스토랑을 소유하고 있다. 또한 자카르타 깔리 브사르(Kali Besar) 부근에 호텔을 세울 계획이라고도 했다. 
 
Lara Djonggrang, 문화행사(출처https://www.tuguhotels.com/)

그 뒤 나는 뚜구 그룹 레스토랑의 영국인 매니저를 만날 때마다 호텔이 언제 세워질지 물었고, 꼬따 뚜아(Kota Tua) 가까이 있는 깔리 브사르를 지날 때마다 호텔 건설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나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다.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기념비적인 수집물이 많은 말랑에 있는 뚜구 호텔에서 적잖이 놀란 적이 있는 나는 자카르타에 세워질 뚜구 호텔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었다. 올해 1월 뚜구 꾼스트끄링에서 만난 그 매니저는 10월경 호텔을 오픈 할 것이고, 오프닝 세레모니에 꼭 나를 초대하겠다고 말했다. 코로나 19가 덮칠 줄도 모르고…

2005년에 개업한 라라종그랑에는 250개의 좌석이 있다. 발리 룸, 블리따르 룸, 태국 룸, 라라종그랑 룸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Lara Djonggrang Room 3(출처https://www.tuguhotels.com/)
 
수카르노 룸은 인도네시아의 상징인 가루다 빤짜실라, 수카르노 대통령의 사진들과 국기가 장식되어 독립투쟁의 역사를 알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애국심을 불러일으키도록 빨간색이 많이 사용되었다.
 
40명이 앉을 수 있는 라라종그랑 룸은 쁘람바난 사원과 보로부두르 사원의 분위기로 가득하다. 돌로 만들어진 식탁에 오래된 나무 의자가 어우러져 클래식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룸의 위쪽에는 와양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수카르노 룸 (사진=사공 경)

신비로운 불멸의 전설인 라라종그랑. 요즈음 젊은이들이 라라종그랑의 전설을 기억하고 있을까. 아버지를 죽인 원수 반둥 본도워소 왕자의 청혼을 거절하고 그를 속여서 저주받은 라라종그랑 공주. 사랑하는 여인을 석상으로라도 만들어 곁에 두고 싶어 했던 무모한 반둥 왕자의 사랑. 신하들은 신에게 불쌍한 라라종그랑을 승천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마침내 공주는 신화의 사자를 타고 천국에 오르게 되었다. 승천한 라라종그랑은 바로 이 룸의 중앙에 동상으로 형상화되어 우아하고 낭만적인 고대의 쁘람바난 분위기를 자아낸다.
 
베자드 바(bar)는 페르시아를 대표하는 화가 까말 알 딘 베자드(1450년-1535년)로부터 유래된다. 베자드는 헤랏에서 1480년부터 1505년까지 활발하게 그림을 그렸다. 주로 벽화였던 그의 그림은 대부분 왕을 칭송한다. 아프가니스탄과 탈레반 간의 내전으로 베자드가 제작한 그림은 다 부서졌다. 그러나 생성과 소멸 사이에 베자드의 그림이 다시 발전하게 된다. 화가 마샬(Mash’al)이 1960년~1970년 초에 베자드를 모방해 헤랏 도시의 벽에 그림을 그렸다. 이 마샬 그림이 이곳 베자드 바의 큰 벽면을 차지하고 있다. 이 그림은 솔로몬 왕과 세바 왕비가 귀신들에게 벌을 주는 것을 묘사하고 있다. 꿈꾸는 듯한 색채로 가득하다.
 
La Bizhad Bar(출처https://www.tuguhotels.com/)
 
이곳의 메뉴는 14세기 초부터 마자빠힛(Majapahit) 왕국을 다스리던 하얌 우룩 (Hayam Wuruk)왕으로터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하얌 우룩 왕은 1353년부터 1363년까지 10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외딴 지방과 해안 지방을 순방하면서 ‘맛(요리) 여행’을 했으며, 가는 곳마다 왕궁 요리 맛을 보았다. 왕은 또한 중국과 유럽 상인들을 만나서 무역과 문화뿐만 아니라 요리법에 대해서도 교류했다고 한다.
 
이처럼 라라종그랑은 몽환적이면서도 로맨틱한 분위기를 잘 자아냄과 동시에 하얌 우룩 왕의 요리법에서 영향 받은 음식이 제공됨으로써 우리를 인도네시아의 매력에 바로 젖어 들게 한다. 레스토랑 입구의 붉은색 벽에 ‘Tugu Lara Djonggrang imperial Indonesian cuisine’이라고 쓰여 있다.
“잘 먹는 기술은 결코 하찮은 기술이 아니며, 그로 인한 기쁨은 작은 기쁨이 아니다.”라고 미셸 드 몽테뉴가 말했듯이 기왕에 음식을 먹으려면 음식에 문화를 입힌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바의 9세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라라종그랑 전설이 나온 쁘람바난 사원의 신비로운 미(美)의 세계, 신화의 세계에 빠져드는 건 또 다른 즐거움이다. 라라종그랑 전설은 이곳에서 생명적 삶과 흔적들로 재창조되어 언제까지나 살아 숨 쉰다. 전통과 문화의 계승은 시공을 초월한다. 영원성이란 어쩌면 인간 영혼의 종교적인 불멸이 아니라 문화와 전통에서 찾아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 Jl. cikditiro Menteng (sebelah Rumah Sakit Bunda) JAK. Pusat
 
*이글은 '데일리 인도네시아'에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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