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조은아 이사를 했다. 창밖으로 일년 내내 초록초록한 나무들과 시원한 바람이 불던 산꼭대기에서 도시의 한 가운데로 하산을 했다. 십 년 만의 이사는 설레임과 동시에 두려움이었다. 정든 곳을 떠나는? 아니다. 십 년 동안 숨기고 가두고 쳐박아 두었던 잡동사니들을
인문과 창작
2021-12-15
팬데믹의 날들 김현숙 믿을 건 계절이 오가는 것뿐 가족과의 숭고한 약속도 고향으로 간 친구와의 약속도 아침 비질에 쓸려가는 창백한 꽃송이 기억의 가지 끝 고치로 매달린 어제와 까치발로 동동거리는 오늘, 예측할 수 없는 내일이 어지럽게 주변을 맴돌 뿐 꿈에선 중심
2021-12-01
내 눈 앞에 마시멜로 조현영 인도네시아 코로나 상황이 많이 가라앉고 있다. 점점 내려가는 공식적인 코로나 수치들은 여전히 의심스럽지만 모른척 하기로 한다. 어쨌거나 백신접종률도 높아지고 여러 커뮤니티 활동 규제도 완화되니 적어도 겉으로는 ‘위드 코로나’ 시대로
2021-11-16
죽은 시인을 위한 낭독회 시/채인숙 죽은 자와 산 자가 한 지붕 아래 동거하는 섬에서 우리는 만났습니다 당신은 오래 쓴 시를 숨어서 읽고 있었습니다 혼자 쓰고 혼자 지우는 시간을 견디는 사람들은 늘 등이
2021-11-03
어제 그리고 오늘 2021 (부제: COVID19) 최장오 또꼬페디아쇼피블리블리라자다부까라빡알리바바 아마존까지 넘나들다 끝내 잠든 손가락 관절에 바늘 끝 통증이 시름을 더하는 하루 계수나무 아래 금방아를 찧어 대는 21세기, 역사책 한 귀퉁이 처박힌 14
2021-10-20
비상 홍윤경 / Pleats kora Indonesia 대표 캄보자 꽃이 핀다. 어서 오라고 캄보자 꽃이 진다. 다시 오라고 늘 뜨겁고 잔망스러워 더 애달픈 오늘의 바람. 그 외출 같은
2021-10-04
자연의 섭리에 대항하는 인간의 오만함: 일본은 왜 포경 산업에 집착하는가? 조인정 드넓은 푸른 바다를 가르는 거대한 고래를 난 항상 두려워했다. 초등학생 때 우연히 읽은 허먼멜빌(Herman Melville)의 소설 『모비딕』(1851)이 아마 그 발단이었을 것이다. 흰 고래 모비딕은 자신에게 작살을 던지
2021-09-24
인도네시아의 보검, 끄리스 (KRIS) 사공 경/ 한인니문화연구원장 서울에 세종로가 있듯이 자카르타에 수디르만로가 있다. 이도로 입구 중앙에는 한 시절의 영웅이 아니라 나라의 영원한 상징이 된 수디르만 장군의 동상이 있다. 수디르만 장군 동상은 네덜란드 재침략에 대항해 죽을 때까지 나라를 지키겠다고 다
2021-09-13
아름다운 다양성의 나라 인도네시아, 그 여정으로의 초대 글.사진 이혜자 / 리빙스타일리스트
2021-08-27
포스트 코로나 시대, 당신은 무엇을 기대하나요? 조은아 최근 한 프랑스인이 롬복의 린자니 화산에 널린 1,600kg 상당의 쓰레기를 수거했다는 기사가 눈에 띄었다. 그는 린자니 화산을 처음 올랐을 때 산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에 큰 충격을 받아, 바게트 빵을 팔아 자금을 모으고 롬복의 환경단체인
2021-08-03
어떤 결혼 김현숙 칠년이나 우리와 지내던 아이가 팔자를 고치게 생겼다 허고헌날 바람을 피우던 남편과 헤어진 뒤 돌배기 딸아이를 친정에 맡기고 이리저리 남의 집 살이하며 아이를 건사했다 초등학교 동창인 서른 여섯 늙다리 총각과 2년을 사겼다는데,
2021-07-21
어떻게 그 세월을 조현영 그 세월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올해 여든살의 엄마가 말했다 잘 지나온 모든 시간의 순간이 엄마 당신이었으니까 기억이 나지 않아도 괜찮아요. 자주 뒤를 돌아보는 엄마에게 감히 오십줄의 어린 내가 대답했다  
2021-07-06
여름 가고 여름 채인숙 시체꽃이 피었다는 소식은 북쪽 섬에서 온다 몸이 썩어 문드러지는 냄새를 뿌리며 가장 화려한 생의 한때를 피워내는 꽃의 운명을 생각한다 어제는 이웃집 마당에서 어른 키 만한 도마뱀이 발견되었다 근처 라구난 동물원에서 탈출했을 거
2021-06-18
Lalapan 속에서 만난 흐릿한 기억 하나 최장오 ▲까마중(인도네시아에서는 Ranti 또는 Leunca로 불림) (사진=구글이미지 캡처) 천둥이 먹구름처럼 번져오면 시름은 먼 기억의 저편으로 마중한다, 유월의 장마 끝에 피어난 샛노란 오이 꽃인 냥…&
2021-05-26
나의 바틱 사랑 30년 사공 경(자카르타 한인니문화연구원장) ▲한세24초대전 바틱 전시회, 가나인사아트센터(2016.6) (사진=사공경) 1. 바틱은 사랑이다 오늘 밤은 Ibu Ari에게 편지를 보내고 싶다. “긴 시간과 반복된
2021-05-10
아! 여기서 죽어도 좋겠다. 홍윤경 / Pleats kora Indonesia 대표 그날의 족자카르타는 하늘이 노한 듯, 평소의 스콜보다 더한 마치 물대포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듯한 그런 날이었다. 나는 한국서 오신 손님들의 관광을 책임 맡아서 발리와 족자의 관광지를 안내하는 중이었다. 그
2021-04-11
인도네시아 고등교육 국제화: 유학생들의 시점에서 본 현재와 미래 조인정 2015년 유엔정상회담에서 제정되어 국제사회가 2030년까지 협력하여 이루어야 할 과제를 일컫는 지속가능발전목표 (SDGs)는 총 17가지 목표를 담고 있다. 그 중 교육에 관한 목표인 4번 중 세부사항 7번은 ‘지속가능발전과 세
2021-04-03
이부 니닝 이야기 (Covid 19 in Kampung) 조은아 “Nyonya bibi Nining meninggal tadi di subuh” “Apa? Mengapa dia tiba-tiba meninggal? Apakah dia kena corona?”
2021-03-17
택만이 아저씨 김현숙 택만이 아저씨가 색시를 데리고 왔다 도시 아가씨를 구경하러 동네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책 세일즈맨인 아저씨는 허연 얼굴에 오똑한 코와 선한 눈으로 연신 쑥스러워 몸둘바를 몰랐다 택만이 아저씨 어머니와 아버지는 기웃거리는 이웃에
2021-03-02
코로나 시국에 여행…그리고 정신승리 조현영 I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인 작년 11월에 인니 관광청이 주관하는 팸투어(Familiarization Tour)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죽어가는 국내 관광산업에 조금이나마 불을 붙여보고자 인니 관광청이 방역
2021-02-18
오, 말리오보로 시. 채인숙 맨발의 마부들이 낡은 말채찍을 손에 쥔 채 잠들었다 하멩꾸부워노 왕조가 21세기를 다스리는 공화국 속 특별자치구 올해도 거리에는 서너 차례 역병이 돌았고 종종 화산재가 회색 비로 내리지만 잠에서
2021-02-04
좁아진 세계, 그러나 멀어진 거리 배동선 / ‘수카르노와 인도네시아 현대사’ 저자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면서 지난 해를 맞던 심정과 당시의 상황을 떠올려 봅니다. 그러면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와 같은 사람인지, 그 시절의 세계가 지금과 같은 세계인지
2020-12-31
슬픔은 손가락 사이에 머물고 최장오 슬픔이 폭우처럼 쏟아지던 날 청개구리도 그렇게 울었을 게야 남의 땅에다 도둑 묘 쓰고 비에 젖을까 비에 떠내려 갈까, 지난 사 년간의 시간이 미끄럼틀 같은 야자수잎에서 내려오고 또 내려온다 보이는 슬픔과 보이
2020-12-23
아트 오브 다이닝: 라라종그랑 사공경/ 한인니문화연구원장 나는 오늘 서울 인사동의 어느 찻집에 앉아 있으면서도 자카르타의 한 레스토랑이 그리워진다. 디아스포라의 숙명인가. 오늘 같이 쌀쌀한 날에는 붉은 빛으로 장식된 자카르타의 뚜구 라라종그랑(Tugu Lara Djonggrang) 레스토랑이 더욱 생각난다.
2020-12-18
차 한 잔 마시면서 시와 사진 홍윤경 / Pleats kora Indonesia 대표 마음으로 바람이 불어온다 이 바람으로 마음속의 가지들이 흔들리고 가지 끝에 달려있는 추억의 잎들이 떨어지고 있다 바람이 오고 간다 차잔을 데운다 &
2020-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