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회 열린강좌 후기] 자카르타의 기억을 ‘불멸’로 새기다 > 한인니 문화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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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니 문화 연구원 [제95회 열린강좌 후기] 자카르타의 기억을 ‘불멸’로 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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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기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3회 작성일 2026-03-18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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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회 한인니문화연구원(IKCS) 95회 열린강좌 후기


자카르타의 기억을 ‘불멸’로 새기다

-『불멸의 테이블』 출판 기념 강좌를 다녀와서


자카르타 반현숙


한 편의 영화를 본 듯한 역사 이야기

2026년 3월 7일, 한인니문화연구원(IKCS)에서 열린 제95회 열린강좌는 단순한 지식 전달의 시간을 넘어,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이 땅의 '기억'에 대해 묻는 엄숙하고도 아름다운 제의와 같았습니다. 


사공경 원장님의 시집 『불멸의 테이블』 출판을 기념하며 열린 이번 강좌는 자카르타 역사의 오래된 중심지 '꼬따 뚜아(Kota Tua)'를 문학의 시선으로 다시 불러낸  소중한 자리였습니다. (순다끌라빠 → 자야카르타 → 바타비아 → 자카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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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기억을 불러내는 강의

무엇보다 큰 감동을 주었던 것은 사공경 원장님의 투혼이었습니다. 건강이 여의치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의 역사와 문화를 향한 원장님의 애정은 단단하고 뜨거웠습니다. 


원장님께서는 강연 내내 우리가 무심히 지나쳤던 공간들을 하나씩 되살려 주셨습니다. 순다끌라빠 항구의 낡은 삐니시 배, 오래된 도개교, 파타힐라 광장, Toko Merah 등 그 뒤에 숨겨진 서사를 하나하나 끄집어내셨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역사 설명이 아니라, 도시가 간직한 기억을 다시 읽어내는 작업이었습니다.


특히 인도네시아 유적들이 제대로 보존되지 못한 채 풍화되어 가는 현실을 언급하며 안타까워하시던 모습이 뇌리에 깊게 박혔습니다. 그 마음은 단순히 과거를 그리워하는 노스탤지어가 아니었습니다. 사라져가는 것들을 향한 연민이자, 기록되지 않으면 영원히 잊힐 역사에 대한 사명감이었습니다. 


사공경 원장에게 자카르타의 낡은 유적들은 단순한 돌과 벽이 아니라, 사라지기 전에 기록해야 할 이야기들, 바로 ‘불멸의 테이블’ 위에 놓인 풍성한 이야기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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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낭송, 꼬따 뚜아의 바람을 부르다

강연의 백미는 네 분의 낭송자가 참여한 시 낭송이었습니다. 정적을 깨고 흐르는 시구들은 꼬따 뚜아의 습한 공기와 바닷바람을 강의실 안으로 불러들이는 듯했습니다. 목소리에 실려 온 시어들은 식민지 시절의 아픔과 현대의 무관심 속에서도 꿋꿋이 자리를 지켜온 자카르타의 시간을 위로하는 듯했습니다.


눈을 감으면 순다끌라빠에서 파타힐라 광장으로 이어지는 길, 식민지의 기억과 현재의 시간이 겹쳐진 자카르타의 풍경이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지나갔습니다.


책이 케이크가 된 순간

강의가 끝난 뒤, 또 하나의 특별한 장면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테이블 위에 『불멸의 테이블』 시집 표지를 그대로 재현한 케이크가 등장한 것입니다. 표지 그림이 케이크가 되어 나타나자 참가자들은 놀라움과 웃음 속에서 사진을 찍으며 그 순간을 함께 나누었고, 책과 사람, 그리고 시간이 어우러진 작은 축제가 되었습니다.


인문창작클럽에서 준비한 이 케이크는 문학을 조금 더 가까이 느끼게 해 주었고, 사람들이 둘러앉은 테이블을 더욱 따뜻하게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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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모인 사람들, 이어지는 기억

한국에서 보내온 옛 문화탐방 회원들의 축하 화분과 회원들의 꽃다발, 그리고 서로 반가운 인사를 나누는 모습도 이날의 또 다른 감동이었습니다. 마치 오래된 테이블에 사람들이 다시 모여 앉은 것처럼, 연구원의 시간과 기억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도시의 골목을 함께 걸으며 쌓아 온 시간들이 이제 시가 되어 다시 사람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하고 있었습니다.


『불멸의 테이블』이라는 제목처럼 이번 강좌는 인도네시아와 한국이라는 두 문화가 한 테이블에 마주 앉아 깊은 대화를 나눈 시간이었습니다. 원장님의 헌신적인 강의를 통해 우리는 자카르타를 단순한 거주지가 아닌, 우리가 함께 보존하고 사랑해야 할 '삶의 터전'으로 다시금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기억을 지키는 일

우리에게 이토록 깊은 울림을 주신 사공경 원장님께 깊은 존경과 감사를 표합니다. 원장님이 뿌려놓은 이 시적인 씨앗들이 우리 한인 사회 안에서 인도네시아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는 큰 나무로 자라나기를 소망해 봅니다.

 

어쩌면 그날 우리가 만든 것은 출판기념회가 아니라 또 하나의 ‘불멸의 테이블’이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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