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필묵연 自筆墨緣 [고국 나들이] 내 서예의 전성기/동음 김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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蘇安堂, 桐音 金惠貞/ 동음 김혜정
-1968년 대전 출생
-충남대 중어중문학과 졸업
-대전광역시 서예대전 최우수상(한글)
-안견미술대전 특선 및 초대작가(한글,한문)
-대전광역시 서예대전 초대작가/운영위원/심사위원역임
-韓中서예교류전(남경,하얼빈)
-한,터키수교 기념 한글전(터키)
-自筆墨緣 • (사) 한국서협 인니지회회원(정기 회원전 4회)
-한글날 기념 한글서예전 출품(3회)
-세계서예비엔날레 해외동포전 출품(3회) & 천인천시전
-대한민국서예대전(한국서예협회) 특선 및 입선
-서울서화대전 특선 및 우수상
-2024년 9월 6인 초대작가전(자카르타)
내 서예의 전성기
동음 김혜정
<적도의 묵향 고국나들이 Ⅲ> 전시는 내게 정말 특별하고 감동적이다. 이 시작은 세계를 뒤흔들었던 코로나 펜데믹 때로 돌아간다. 남편의 직장을 따라 인도네시아에 정착했다. 언어도 문화도 낯선 곳 인도네시아, 남편은 내가 낯설음을 견디지 못하고 혹여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하지나 않을까 늘 노심초사했다.
▲ 위응물 시/ 2025년 서울서화대전 우수상 수상작
남편의 걱정은 기우였다. 바로 서예가 있었기 때문이다. <自筆墨緣>, (사)한국서예협회 인도네시아지회 자필묵연을 만났다. 그로부터 벌써 5년여, 한마디로 활발했다. 한글 • 한문서예 그리고 사군자, 무료할 틈이 없었다. 회원 정기전과 한글서예초대전, 초대작가전도 때마다 펼쳐졌다. 언감생심, 한국에서는 꿈도 못 꾸던 세계서예비엔날레에 3번이나 참여의 영광을 누렸는가 하면 오랫동안 한 발짝 멀리했던 공모전에도 다시 도전했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대한민국서예대전과 서울서화대전에서 특선의 영광을 안았는데 올 해는 제30회 서울서화대전에서 우수상을 품에 안고 거금 백만 원도 부상으로 받았다.
오는 11월이면 인륜지대사인 아들의 혼사가 있다. 귀하고 예쁘게 자란 정씨 집안의 재원이 우리 집 아들과 백년가약을 맺는다. 요모조모로 잘 어울리는 한 쌍인지라 참 행복한 가정을 이룰 것을 바라고 믿는다. 외동아들의 성가는 우리 부부에게 그야말로 둘도 없는 대사다. 우리 부부 오직 건강에 힘쓰고 남편은 스스로 하는 일, 나 또한 나름의 역할과 활동에 더욱 전념해야 할 명분이 생겼다.
▲ 손과정 서보 구 임서/ 2025년 대한민국서예대전 입선작
내 서예의 전성기(?), 암튼 내 나름의 전성기가 인도네시아에서 펼쳐질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바다. 나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방과 후 학습을 계기로 붓글씨에 대한 열망을 늘 가지고 있었다. 대학입학 후 서예동아리에 가입하여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해 전국대학연합전, 대학미술대전 등에 출품했다. 졸업 후엔 서예 • 한문학원을 열어 학생들을 가르치고 한편으론 또 배우면서 활동을 이었다. 그 결과 작가라는 타이틀은 얻었지만, 뚜렷한 목표가 없어 수년간 방황하기도 했다.
남편의 인도네시아 행은 내게 신의 한수였다. 해외생활은 인도에 이어 두 번째였지만, 서예를 즐길 수 있다는 이것 하나만으로도 인도와 인도네시아는 내게 천양지차다. 지금 나는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넘어 진짜 필묵을 즐기고 있다. 그동안 쌓아왔던 시간들을 꽃 피우는데 부족함 없는 시공이 인도네시아에서 주어졌으니 이 얼마나 좋은가.
모두 자필묵연의 존재 덕이고 인재 선생님의 이끄심 덕이다. 지난 학습의 시간들이 소쩍새가 울고 비와 바람이 일던 때였다면, 이젠 햇빛까지 넉넉하다. 그야말로 나름의 꽃을 활짝 피울 새로운 음표들이 나를 감싸니 이 아니 행복하랴.
▲ 白居易 詩(백거이 시)
蝸牛角上爭何事(와우각상쟁하사)
石火光中寄此身(석화광중기차신)
隨富隨貧且歡樂(수부수빈차환락)
不開口笑是癡人(불개구소시치인)
달팽이 뿔 같은 세상에서 무엇을 다투는가?
부싯돌 불빛같은 찰나의 순간에 잠시 이 몸을 기탁한 것인데
부유하거나 가난하거나 기쁘고 즐겁게 살면 될 것을 하하 웃지 않으면
그 또한 어리석은 사람일세.
나는 지난 5년여 동안 인도네시아의 자연과 문화를 나름 즐겼다. 특히 다정이 넘치는 동호인 이웃들과 나누는 사랑은 그야말로 내 활기였다. 역시 서예는 마음을 나누고 정서를 펼치는 예술이다. 이 모든 것들은 이번 귀국 전시를 통해 펼치는 내 작품 안에서 숨죽여 드러날 것이다. 사랑과 활기로 쓴 획과 글자 안에, 그리고 예전과 많이 달라진 구성 안에 다소곳 똬리를 틀 것이다. 이 모든 체험들이 장차 또 다른 내 창작의 밑거름이 될 것이니 그저 감사할 뿐이다.
▲살어리 살어리랏다
이번 귀국전시엔 아쉬움도 있다. 년 전에 하늘나라에 오르신 아버지다. 아버지가 계시어 장녀의 귀국전시를 둘러보신다면 고개를 끄덕이며 흡족해하셨을 것이다. 출품한 몇 점의 정성을 아버지께 바친다. 아울러 홀로 되신 어머니가 항상 건강하시며 즐거운 일도 어머니답게 많이많이 창출하실 줄 믿는다.
끝으로 평소 자주 먹을 갈아주고 평가의 수고를 아끼지 않는 영원한 내편, 내 예술의 길에 최고의 응원자이자 든든한 남편에게 감사한다. 작품을 하는 매 순간마다가 느끼는 고마움이 남편을 향한 것임을 느끼시리라. 아울러 아들에서 며느리까지 응원의 폭이 더 넓어졌다는 것이 참으로 든든한 마음임을 밝히며 귀국전의 소감을 마친다.
-2025년 8월 동음 김혜정
[아호 이야기/ 인재 손인식]
‘소안당’ 작호. 이랬다
세 해전 첫날이다. 동음(桐音) 아사의 당호를 蘇安堂(소안당)으로 수호했다. 동음은 ‘桐音’이란 아호를 활용해온 지가 오래다. 대학시절 서예서클에 들면서부터 소유한 것으로 안다. 5년여 전 필자가 이끄는 자필묵연 일원이 될 때 그는 이미 프로로서 손색이 없는 실력자였다. 이미 서실을 운영했던 그이고 또 몇 공모전에서 이미 초대작가 반열에 오른 그였으니 자필묵연의 일원이 된다는 것은 순전히 인도네시아에서 더불어 활동하기 위해서였으리라.
▲동음
▲ 김혜정인
그런 그가 당호를 원했다. 스스로 자호해도 충분할 능력의 소유자가 당호를 청하니 필자로서는 모른 척 할 수도 없고 짐이 무거웠던 것이 사실이다. 널리 부를 좋은 호칭을 짓기란 정말 쉽지 않다. 그러나 서예술을 지도하는 입장이니 어렵다고 피할 수도 없다. 그나마 이름이 아닌 아호나 당호이니 필자의 능력만큼 작호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蘇安堂主桐音之章
필자가 취사선택한 소안당 석자 중 蘇(소)는 동음께서 탄생한 고장, 즉 구즉면의 중요한 문화재 蘇文山城에서 비롯된 것이다. 蘇자의 뜻은 되살아나다, 소생하다, 깨어나다, 깨닫다, 찾다, 구하다, 잡다. 취하다 등이다. 蘇자는 본래 ‘차조기’라 하는 풀을 뜻했다고 한다. 차조기는 약재로 쓰이는 풀로 약초로서는 여러모로 널리 쓰인다고 한다. 그러니까 영험한 효과가 있는 차조기를 뜻하는 글자가 蘇였는데, 그에 근거해 ‘되살아나다’나 ‘소생하다’라는 뜻이 자연스럽게 부가되었으리라.
▲桐音 金惠貞
아울러 蘇자는 扶蘇山(부소산)의 소다. 부소산은 동음의 고향과 멀지 않은 부여(夫餘) 북쪽에 있는 산이다. 옛 궁전, 영월대(迎月臺), 송월대(送月臺), 군창지(軍倉址), 낙화암(落花巖), 고란사(皐蘭寺) 등 백제 때의 고적이 많은 곳이다. 역사 속에서 우뚝한 인물 고구려 연개소문의 소자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시인묵객이라면 경외해마지않는 북송(北宋)의 시인이자 학자요 정치가이며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로 널리 알려진 소동파(蘇東坡)의 소이기도 하니 일부러라도 가져다 쓸 글자 아닌가.
▲桐音 金惠貞
安의 출처는 동음의 출생지 마을 이름인 안터(安基)에서 차용했다. 安자의 뜻이야 다 두루 알듯이 편안하다, 즐기다, 좋아하다 등이다. 이 글자 또한 어디에 차용해도 좋을 글자다. 두 글자를 결합하고 보니 각 글자의 뜻도 뜻이려니와 蘇자와 安자는 여러모로 서로 잘 어울리니 작호를 하고 나서 마음에 들어 필자 혼자서 으쓱해하기도 했다.
당호 蘇安堂은 후에 동음께서 뜻을 펼침에 따라 蘇安精舍로도 쓰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작호기에 가름하며, 아울러 소안당이 펼치는 필묵의 세계가 무한하기를 바라고 믿는다.
-산나루 주인 인재 손인식 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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