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필묵연 自筆墨緣 [고국 나들이] 안분자족과 정체성의 바탕/ 설초 김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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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초 김채선(雪草 金彩仙) /1958년 강원도 속초에서 출생했다. 설악산과 동해안을 사랑하고 경외한다. 따라서 이를 반영한 아호 ‘설초’에 관해 대만족이다. 2010년 창업하여 현재 PT. DASOMI JAYA ABADI를 경영하고 있다. 회갑 맞이 해에 서예와 인연을 맺어 자필묵연 정기전에 빠짐없이 출품했다. 아울러 대한민국서예대전 입선 3회, 서울서예대전 입선 4회 특선 1회를 달성했다.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해외동포전(3회)과 천인천시전(千人千詩展)에 참가했으며 한글서예초대전에도 동참했다. 미대 출신으로 미술교육에 전념하는 딸과 그림에 소질이 뛰어난 손녀들과 함께 팔순 기념 합동전을 꿈꾸고 있다.
안분자족과 정체성의 바탕
설초 김채선
인도네시아 33년, 그러니까 딱 반평생을 인도네시아에서 살았네요. 주재원일 때나 자회사를 운영한지 15년 동안에도 인도네시아 말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인도네시아 문화와 음식을 일상으로 접하며 마치 이 나라의 국민인 듯 그렇게 살아온 반평생입니다. 어쩌면 철들고 나서 이 사회에 묻혀 산 세월이 이러하니 그 영향이 생의 반이 아니라 족히 팔 할이 넘겠네요.
▲ 류시화 시/ 2024년 대한민국서예대전 입선작
한 때 제 별명이 랜드로버였습니다. 가먼트, 즉 의류생산 현장에서 항상 운동화 끈 조여 매고 동분서주 한다 해서 얻은 별명이지요. 이젠 모두 초로의 나이에 들어섰지만, 옛 동지들을 만나면 여전히 그 별명이 유효하거니와 그 적극성과 열정이 아직도 식지 않은 현재형이라고 칭찬 아닌 놀림을 받아 한바탕 웃어넘기곤 합니다. 이제 십대인 손녀의 “나중에 할머니 같은 할머니가 되겠다.”는 말을 존재의 이유로 삼는 바이고요^^
오직 정직과 용기 하나로 살아왔다고 자부합니다. 낙심할 일은 웃어넘기고 기뻐할 일은 더 크게 즐겼던 것 같고요. 돌아보면 타고난 복도, 살면서 맞닥뜨린 운도 제게는 한계가 있었던 걸까요? 늘 곧게 부지런히 산 것에 비해서는 남부럽게 일구지는 못했지 싶습니다. 그렇다고 남에게 폐 끼치거나 아쉬운 소리 할 만큼은 아니니 안분자족(安分自足), 이 복이 제복이려니 하고 명랑하게 삽니다.
서예를 만난 것은 동종 업으로 진작부터 알고 지내던 자필묵연의 우빈 양승식 선배의 권유가 계기였습니다. 회갑 나이를 의식하던 때여서 그런 것인지 그가 소개하는 서예가 전에 없이 마음에 꽂혔습니다. 작은 규모의 회사지만, 운영에서 영업까지 역할이 많아 서예에 전심전력하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는데, 복잡한 사무실 한 편에 꾸며진 서예책상이 제 자부심입니다. 공모전이나 그룹전 등 그간 쌓인 성과는 결코 초라한 것이 아니어서 마음 뿌듯하고요.
특히 요즘엔 딸의 능력과 노력이 자랑스럽습니다. 오랜 해외생활 끝에 한국으로 돌아와 미술교육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거든요. 한편에서는 기대를 뛰어넘는 손녀들의 성장이 절로 미소 짓게 하고요. 제가 서예를 더욱 갈고 닦아야 할 이유도 있습니다. 제 나이 80에 딸과 손녀가 어울려 3대의 합동작품전을 열고자 하는 버킷리스트를 이뤄야 하니까요.
이래저래 건강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겠지요? 바닷가에서 자란 제가 수영을 못하는 것은 늘 아쉬움이었습니다. 어릴 적 물가 근처에도 못 가게 불호령을 내렸던 부모님 말씀을 어기지 못한 것이 늘 후회스러웠어요. 그 보상이랄까 최근엔 틈만 나면 집 근처 야외 수영장에서 물장난을 치고 있습니다. 여행도 즐기려 합니다. 인도네시아에 거주함으로써 누리는 이둘피투리 연휴로 인해 지난 투르키예 여행을 만끽했듯이 앞으로도 때를 만나면 여행의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입니다.
▲ 나는 백만장자
이번 <적도의 묵향 고국나들이 Ⅲ>는 지난 부산나들이에 이어 두 번째 귀국전시입니다. 여기 자필묵연 선배들도 그렇거니와 고국의 많은 서예가들에 비하면 일천한 실력이지만, 늘 그렇듯 저는 직진입니다. 오늘이 제 생애의 첫날이니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지요. 귀국전시를 통해 한국인이란 제 정체성을 행복하게 확인할 것이고요. 지도해주신 인재 선생님과 자필묵연 회원들, 늘 벗처럼 함께하는 남편, 그리고 언제 만나도 반가운 센툴의 이웃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2025년 8월 변함없이 상쾌한 마을 센툴에서 설초 김채선
[아호 이야기/ 인재 손인식]
눈처럼 순수하고 들풀처럼 강인하게
작호 기법 네 가지 중 소처이호(所處以號), 즉 태어난 곳이나 사는 곳을 바탕으로 삼아 짓는 아호는 자신의 뿌리와 정든 자연을 향한 마음을 담은 것이라 하겠다. 인지상정인 때문일까? 역대 아호를 분류해보면 소처이호가 절반을 차지한다고 한다.
▲설초 김채선인
김채선 아사의 아호 雪草(설초) 또한 강원도 속초에서 태어나고 자란 것을 근거로 삼았다. ‘雪’은 설악산을 상징하는 글자다. 설악산은 속초를 대표하는 산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명산이다. 설악산은 고결한 기상을 품고 있다. 반면 ‘雪’의 글자 뜻은 하얗게 쌓인 눈을 의미한다. 순수하고 청정한 기운이 은근하다. 더러움을 씻어내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설초의 ‘草’는 속초의 ‘초’를 따온 것이다. 草는 풀을 의미한다. 자연스럽게 들풀의 이미지로 이어진다. 그래서 흔히 소박하면서도 부드러운 이미지다. 한편으론 강인한 생명력을 상징한다.
▲설초
33년을 인도네시아에서 살아낸 ‘설초’께서는 눈 덮인 설악산이 늘 그립다고 한다. 푸른 파도 넘실거리는 속초의 바다 동해안이 항상 잡힐 듯 마음 안에 있다고 했다. 쌓인 눈 속에서도 싹을 밀어 올리는 설악산의 풀잎들이 아련하고 거센 바닷바람과 파도소리를 자장가 삼는 마을 앞 방풍림의 햇순들이 늘 눈에 선하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아호 ‘설초’로 인해 삶의 자세마저 가다듬는다고 했다. 눈처럼 깨끗하고 추운 겨울을 밀어내고 봄을 이끄는 풀처럼 강인하고 겸허하게 살아가겠다는 뜻을 새롭힌다고 했다. 하니 이 아호는 지향하고 의지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아 짓는 소지이호(所志以號)이기도 하다.
▲ 김채선
몇 년 후면 설초 아사께서 고희를 맞이한다. 그러나 그는 아직 소녀처럼 꿈이 많고 청년처럼 활동하며 실천력마저 강하다. 이웃들에게 미치는 선한영향력이 매우 크다. 그가 필묵을 통해 설계하는 계획이 무난히 이루어 질 것을 믿는 이유다. 항상 건강하심과 만사가 여의하실 것을 빌며 그의 아호 이야기에 갈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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