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필묵연 自筆墨緣 [고국 나들이] 서예, 이색적이고 품격 넘치는 선물/ 묵정 장 임
페이지 정보
본문
묵정 장 임(默井 張 稔)
-. 1945. 4. 7. 서울 중구 묵정동 출생
-. 1964. 3. 휘문중 • 고, 경희대학교 문리대 졸업
-. 1968. 3. ROTC 6기로 임관 병기장교로 근무
-. 1993. 3. PT. 동성 인도네시아 전무이사 근무
-. 1997. PT. JOHUN URINDO 경영
-. 2000. 3. PT. PAGODA INDAH RAYA 설립
-. 2010년 자필묵연 입문
-. 2011년 ~ 2025년 자필묵연 정기전 출품
-. 2012년 ~ 2018년 서울서예공모대전 입선 7회 특선 1회
-. 2019년 서울서예대전 초대작가
-. 2014년 ~ 2025년 대한민국서예대전 입선 8회
-. 2014년 ~ 한글의 날 기념 한글서예특별전 출품
-. 2014년 고희 기념 <한 마음 한뜻, 두 마음 한뜻> 부부 전시와 책 발간
-. 세계서예비엔날레 해외동포전 출품 4회
-. 2025년 6인 초대작가전 참가
서예, 이색적이고 품격 넘치는 선물
묵정 장 임
대부분 서예를 전통예술, 즉 옛것으로만 생각하는 정서가 있는데 내가 배워본 서예는 매우 신선하고 창의적이다. 먹이나 붓, 화선지에 따라서도 다른 질감과 형상이 드러나니 때마다 집중해야 하는데, 이것이 팔십을 넘긴 나 같은 노객에게 이렇게 좋은 벗이 될 줄 다 알지 못했다. 어떤 때는 먹 갈고 붓 잡는 것으로 무료한 시간을 때우고, 더러는 삶의 고뇌를 그것으로 덮기도 하며, 때로 매우 멋진 소통의 도구로 삼기도 한다.
▲ 죽암 허경윤 선생 시/ 2025년 대한민국서예대전 입선작
나이 팔십쯤 되니 뒤돌아 볼 일이 많다. 붓을 들고 글을 쓰기 시작한지도 16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거년에는 (사) 한국서협 인니지회 6인 초대작가전으로 서력 15년을 돌아볼 좋은 기회를 가졌었다. 과거와 현재를 행복하게 정리해보는 기분이었다. 이런 일로라도 노쇠를 뒤로 밀치고 내일을 향한 희망도 북돋울 수 있어 올해도 또 고국나들이 작품 준비를 즐겁게 하는 중이다.
“나이 더 먹어 심심할 테니 필묵하고나 친해 놓자고~” 친구 운초의 권유였다. 참 좋은 친구를 둔 덕이고 참 잘한 선택이었다. 서예를 통해 남다름을 뽐낸 적이 있다. 내 고희 때 아내 세정과 부부작품전을 연 것이다. 내 나름의 생을 정리한 책도 그때 발간했는데 내게 참 소중한 보물이고 다시 있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 心靜天地寬 德厚人自親(심정천지관 덕후인자친)
/ 마음이 고요하면 천지에 거리낌이 없고, 덕이 두터우면 사람들이 저절로 친하게 된다.
서예 학습은 그야말로 좋은 공부다. 한시나 고전 명구, 그리고 역사를 이해하게 한다. 조형을 공부하게 하고 사물을 대하는 심미안을 기르게도 한다. 공부를 겸해 공모전에도 출품하고 또 이런 저런 기획전에 참가할 기회가 생기는데 그로 인해 일상에서는 도저히 얻지 못할 이색적이고 품격 넘치는 성과를 얻었다.
초대작가가 뭔지도 몰랐는데 서울서예대전 초대작가 반열에 올랐고 친구 운초 부부와 부부 합동 전시도 치렀다. 이런 행보에 내 성정을 아는 지인들은 그저 놀라기만 한다. 그래서 더 정진하는 기회로 삼아야겠는데 건강을 장담하지 못하는 나이이니 욕심 부리지 않고 정신 가다듬는 도구로 붓과 먹을 활용하려고 한다.
▲ 不敢爲先(불감위선)/ 감히 앞장서지 않는다.
곧 스스로 돋보이려하지 말고 겸손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
안타까운 것은 아내 세정의 환우다. 벌써 수년 째 병마와 싸운다. 아내가 참으로 존경스러운 것은 아내의 병마를 다루는 능력이다. 포기를 모르는 긍정과 놀라운 절제력으로 버티고 이겨나가고 있다. 먹을 갈 때마다 붓을 들고 한 획, 한 글자를 쓸 때마다 부디 기적이 아내에게 임하기를 기도한다.
그는 한 때 교사였듯이 내게는 늘 가정교사다. 치료를 위해 한국에 있는 중에도 그는 지금도 변함없이 내게 날마다 교사다. 세정은 서력도 나보다 매우 오래되었다. 가정교사가 멀리 있으니 이번 고국나들이에 출품하는 내 작품들이 흠 잡힐 곳이 많지 않을까 싶다. 열성적인 지도와 함께 고심 끝에 작품을 최종 선택해주신 인재 선생께는 미안한 말이지만, 떨어져 있는 아내의 존재감이 새삼스럽다는 의미다.
▲ 黙知神自明 觀空境逾寂(묵지신자명 관공경유적)
묵묵히 앎에 정신은 절로 밝고 허공을 바라보매 경계 더욱 고요해라./ 한산(寒山) 시 구/2024년 작
아내도 함께 참여했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적도의 묵향 고국나들이 Ⅲ>를 아내와 함께 감상할 시간을 기다리며 참가의 변에 갈음한다. 함께 하는 모두에게 감사한다.
-2025년 9월 묵정 장 임 삼가
[아호 이야기/ 인재 손인식]
아호 ‘默井(묵정)’에 담긴 이야기
사람의 삶에는 그 이름과 더불어 또 하나의 상징이 자리 잡을 때가 있다. 그것이 바로 아호(雅號)이다. 예술 창작을 통해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가꾸어가는 창작인들에게, 아호는 단순한 별칭을 넘어 아취를 선물하고 예술로의 지향을 돈독하게 한다.
‘默井(묵정)’, 이젠 80세를 훌쩍 넘긴 이 어르신은 지금으로부터 약 16년 전 필자와 서예로 인연을 맺었다. 필자는 그의 아호를 위해 그가 태어나고 자란 서울 중구 묵정동 지명을 바탕 삼았다. 이름하여 소처이호(所處以號)다. 하지만 단순한 지리적 연고만은 아니다.
▲默井 張 稔
‘묵(默)’은 침묵을 뜻한다. 말없이 고요히, 그러나 그 속에서 더욱 단단히 다져지는 정신을 상징한다. ‘정(井)’은 샘과 우물을 가리키는데, 이는 끊임없이 솟아나는 생명의 근원이며 동시에 예술적 영감의 상징이기도 하다. 따라서 ‘묵정’은 곧 “침묵 속에서 솟아나는 샘”이라는 뜻을 지니며, 묵정 어른께서 예술을 통해 고요하지만 깊고 맑은 세계를 펼쳐 나가기를 바라는 소망이 담겨 있다.
▲장임 묵정
실제로 묵정 어른은 현실 속에서 많은 부분 서예로 내면을 갈무리하셨다고 본다. 그의 작품 속에서도 잔잔한 울림이 드러나며 담백한 미학을 보여준다. 그가 고희를 맞아 부인과 함께 펼쳤던 부부 합동전은 그의 삶의 여정을 기념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주변의 많은 축하 속에서 그는 “묵정”이라는 아호가 단지 출신지를 가리키는 단어가 아니라 괜찮은 삶의 방식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 張 稔 默井
인도네시아에서의 30여 년 또한 이 아호와 상통한다. 처음에는 주재원으로 발을 디뎠으나 곧 창업에 나서 뿌리를 내렸고, 날마다 새롭게 솟아나는 침묵의 우물처럼 이국에서의 도전과 성취는 그의 삶과 내면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며 이어져 왔으니 말이다. 그러므로 서예라는 새로운 길에서 찾아진, ‘묵정’이라는 이름이 80을 넘긴 노객의 삶을 상징하는 단어로 자리매김하는 것에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가. 이에 작호기에 대한다.
-보고르 산마을에서 인재 손인식
- 이전글[고국 나들이] 세 사람이 길을 가면(三人行) 반드시 스승이 있다더니/ 이도 정재익 25.10.03
- 다음글[고국 나들이] 창작, 요리와 필묵 사이 / 모경 이창숙 25.10.0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