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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인협회 인니 지부 (156)거짓말에 관한 설화[說話] / 이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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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산책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3,248회 작성일 2021-04-30 14:20

본문

<수필산책 156>
거짓말에 관한 설화[說話]
 
이병규 /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옛날, 옛적에 과거 산을 지키는 신이 있었다. 이 과거 신은 신선만이 먹는 '진실' 이라는 열매를 키우고 있었는데 매년, 이 열매를 수확할 때만 되면 두 마리 짐승이 나타나서는 밭을 엉망으로 만들어 한해 지은 농사를 완전히 망쳐 놓는 것이었다. 한 마리는 '핑계' 라는 놈이고 나머지 한 마리는 '변명' 이라는 놈이었다. 이 두 마리 짐승은 날래고 성격이 포악하여 잡아 두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핑계’ 라는 놈은 날랜 몸으로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하고 과거 신이 온갖 도술을 부려 놓아도 소용이 없었다. 또, 변명이라는 놈은 워낙 잘 숨어서 핑계처럼 도술을 부려서 잡으려고 해도 보이지가 않으니 잡을 방법이 없었다. ‘핑계와 변명’ 이라는 두 놈을 우리 안에다 딱 가두어 놓고 도망 못 가게 하는 방법이 없나 하고 고민을 하던 차에 천상에서 열리는 연회에 참석할 일이 있었다. 여러 신들이 모인 자리에서 과거 신은 자신의 고민거리를 털어 놓았다.
 
"과거 산에 두 짐승이 있어 내가 기르는 진실 열매들이 익을라치면 나타나서 다 먹어 버리고 또 익을라치면 망쳐 버리고 해서 이제 창고에 진실이 하나도 안 남았으니 큰일이오. 좀 있으면 또 수확 철인데 이 두 짐승을 어떻게 잡을 방법이 없겠소?"

신들이 다 같이 걱정을 하며 머리를 맞대고 좋은 방법을 찾고 있는데, 어디선가 홀연히 한 늙은 신선이 나타나서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핑계와 변명’ 이라는 두 짐승은 내가 젊을 때 키우던 짐승인데, 그만 깜빡하고 줄을 풀어주는 바람에 도망가 버린 적이 있소. 내 여태 그것들이 어디 있는지 찾았는데 과거 산에 숨어 있었군요."
 
모인 신들이 모두 놀라며 바라보고 있는데 그 늙은 신선은 계속 말을 이었다. "과거 신의 진실 밭을 엉망으로 만들어 죄송합니다. 내 지금 당장 달려가 그 놈들을 잡고 싶지만, 이제 기력이 다해 그 뜻을 쉽게 이룰 수가 없으니 용서하시오. 다만, 내 한 가지 방책을 일러 줄 테니 그것대로만 하면 다시는 밭을 망쳐 놓는 일은 없을 것이오."
 
"어찌 하면 된단 말이오?" 과거 신은 늙은 신선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핑계와 변명’ 이라는 놈은 단단하게 잘 익은 진실 열매를 먹으면 이빨이 다 부러진다오. 진실 열매는 다 익으면 은빛으로 빛나니까, 그 놈들이 설익은 열매를 따먹으러 오기 전에 진실 열매를 은빛으로 칠해 놓으면 단단하게 잘 익은 진실 열매 인줄 알고 함부로 깨물어 농사를 망치는 일은 없을 것이오.“ 그 자리에 모여 있던 많은 신들이 ”아! 그렇구나! 감탄을 하며 참으로 좋은 방책이라고 늙은 신선을 극구 칭찬했다. 이에 과거 신은 뜻밖의 방책에 감사하며 이렇게 물었다.

"참으로 훌륭한 방법입니다. 그런데, 그 날뛰는 짐승을 젊을 때 길렀다는 당신의 존함이 어떻게 되는지요?" 그랬더니 늙은 신선은 대답했다. "하하하, 이제 제가 그만 갈 시간이 되었군요. 제 이름은 '거짓말' 이라고 합니다.” 라며 홀연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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