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인협회 인니 지부 (139) 자신의 건강과 행복을 가꾸는 새해가 되기를 / 서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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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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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필산책 139 >
자신의 건강과 행복을 가꾸는 새해가 되기를
서미숙 / 수필가, 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장)
올해는 예상치도 못한 ‘코로나19’로 시작해서 ‘코로나19’로 마무리하는 한해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인지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되어도 예년처럼 소란스럽지 않아 무척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내가 살고 있는 한국의 아파트 주변은 서울에서도 꽤 오래되고 역사 깊은 고즈넉한 주택가이다. 한국의 전통가옥은 물론 세련된 현대식 건물의 대사관저 몇 곳이 들어서 있어 저택 형식의 큼지막한 집들로 울창한 정원들이 즐비하다. 매년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되면 파티문화를 즐기는 외국계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던 곳이다. 거리엔 사람들의 환호성과 축제소리가 들려왔는데 올해는 아파트 긴 창 너머로 조용한 거리에 밤하늘의 별빛만 가득하다.
정적소리를 깨고 티비에선 코로나 관련 뉴스가 한창이다. 밀린 연말의 원고들로 며칠 밤잠을 설친 탓도 있지만 귓가에 소음도 자장가처럼 들려온다. 오랜만에 평온하게 잠자리에 든 것 같다.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 대면 모임이 줄어드니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은 점도 있다.
새해의 운을 좋게 가지려면 현재의 어려운 환경들을 긍정해야 한다고 책속에서 읽은 기억 때문일까. 꿈보다 해몽이 낫다고 어쩌면 자신만의 행복을 가꾸는 새로운 해법인지도 모르겠다.
코로나로 인해 힘들고 우울한 시간을 보내고 있더라도 마음먹기에 따라 우리 삶의 모습도 평온한 풍경화처럼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새해에는 우선 자신에게 좀 더 많은 시간을 배려하고 혜택을 주는 그런 날들로 채워보면 어떨까? 정신이 건강하고 밝아져야 육체의 건강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바쁘게 살아오느라 지쳐있는 마음에 산소 같은 쉼터를 제공할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인가. 가령, 틈나는 대로 하늘의 별을 자주 바라보기, 내 마음을 가만히 노크하며 토닥여주기, 초록풍경을 자주 바라보며 눈의 피로를 풀어주기, 그리고 끊임없이 꿈을 꾸고 그 꿈을 잃지 않기 등, 생각해보면 이런 소소한 마음의 위안이 어쩌면 우리 인생에 더 큰 기적을 만들어낼지도 모를 일이다. 자신의 꿈과 희망이 자라고 있는 행복나무를 매일 점검하고 새롭게 물을 주고 듬뿍 사랑을 안겨주자. 자신이든 주변이든 사랑이 주는 긍정에너지는 대단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세계적 팬데믹 바이러스인 ‘코로나19’ 로 인해 인도네시아는 물론 온 나라가 경제적으로 불황의 경계선을 넘어서고 있다. 세계 각지에 살고 있는 친구들과 메신저를 통해 새해 인사를 나누는데 어느 나라든 백화점을 가도 전반적으로 경기가 다운되어서 연말연시 분위기를 별로 못 느낀다고 한다. 물론 코로나의 영향 탓 일게다. 회복되지 않고 있는 경제가 어쩌면 삶의 그늘을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삶은 집 밖을 한 발짝만 나가도 돈이 필요하고 모든 영역에 돈이 필요하다.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주변을 돌아보면 공짜는 분명히 존재한다. 한번 찾아보자. 공짜로 맞는 상큼한 공기, 공짜로 바라볼 수 있는 에메랄드빛 하늘, 공짜로 쬐는 햇볕, 황금빛 저녁노을, 설국처럼 마법 같은 흰 눈! 이 모두가 감사하고 황홀하게도 공짜이다. 새해에는 이 공짜의 혜택을 더 많이 누려서 우리 마음을 행복의 숲으로 가득 채워보자.
우리 삶에 필요한 것은 긍정적인 상상력과 인생을 살아가는 참다운 용기, 그리고 약간의 돈이 필요할 뿐이다. 돈은 어디까지나 살아가는 수단일 뿐 목적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통계를 보면 사람은 영혼의 부자가 물질의 풍요를 누리는 부자보다 행복지수가 더 높다고 한다.
물질이 부족할지라도 날마다 기쁘고 평온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면 행복한 삶은 멀리 있지 않다. 단지 그것을 구분하는 기준은 마음의 여유를 느끼는 상상력인 것 같다. 나눔과 감사 안에서 의미 있게 부를 나누고 사용할 줄 아는 지혜, 그런 마음만 갖춘다 해도 우리는 더 많은 행복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얼마 전, 선배언니 집을 방문했다. 거실에 들어서니 장미 백 송이에 안개꽃을 듬뿍 넣은 커다란 꽃바구니가 눈에 띄었다.
“누가 이렇게 아름다운 꽃을 보낸 거유? 너무 부럽네...”
“궁금하면 거기 꽂혀있는 메모지 읽어봐.”
메모지에는 “언제나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당신에게.“ 라고 적혀 있었다.
”와! 선배는 너무 좋겠다. 아직도 낭군님께서 이렇게 꽃도 보내시고...”
그러나 선배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새해도 다가오고, 나이도 한 살 더 먹으니 괜히 우울해져서 내가 내 자신에게 선물을 주면 어떨까 생각했어.” 그래서 근처 꽃집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꽃을 사서 집주소를 적어 자신에게 배달을 부탁했단다. 그랬더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지고 우울했던 마음이 사라졌다고 선배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순간 내 가슴에 따스한 온기가 햇살처럼 전해져 왔다. 환한 꽃바구니가 선배를 향하여 방긋 웃으며 한 해 동안 수고했어! 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 항상 가족과 주변은 부지런히 챙기면서도 정작 내 자신에겐 소홀했다는 생각에 멈추니 현명한 선배에게 인생의 지혜를 한 수 배운 느낌이다.
인도네시아 한인역사 100주년을 맞았던 2020년 한해도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다. 신축 년인 2021년 새해에는 무슨 일이든 기쁜 마음으로 함께 나누고 따뜻한 마음을 서로 공유하는 행복한 한인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어디서든 행복에너지가 넘쳐날 수 있도록 우리 마음의 공간에 긍정의 마법을 걸어놓을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인생을 살다보면 새로운 마음가짐이 때로는 눈부신 울림을 만드는 기적을 가져다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오프라 원프리는 말했다. 자신에게 삶의 에너지를 주기 위해 매일 짬을 내어 신발을 벗어던진 채로 자신을 위한 춤을 춘다고... 불현 듯 ‘꾸빼씨의 행복여행’에서 마지막 네 가지 글귀가 머리에 떠오른다.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불행하지도 않으면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이 땅의 모든 사람들에게 이 행복카드를 보내고 싶다.
새해에는 더욱 더 열심히 자신만의 행복을 아름답게 가꾸세요! 라는 메시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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