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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인협회 인니 지부 (112)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기 /서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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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산책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9,962회 작성일 2020-06-25 21:04

본문

< 수필산책 112 >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기
 
서미숙 / 수필가, 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장)
 
우리가 일생을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의 수를 수치로 계산하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우선 태어나면서 처음으로 혈연관계로 만나는 부모님과 형제들을 비롯해 성장하면서 만나게 되는 스승과 친구 등, 다양한 인격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인연을 맺으며 사회 속 일원으로 성장한다. 그렇게 인연이 된 사람들과 돈독한 정을 쌓고 사랑을 나누고 배려하며 사랑으로 보답하며 삶을 이어간다. 아마도 참다운 인생의 궁극적 목표는 ‘사랑’이라고 해도 과장된 표현은 아닌 듯싶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보고, 듣고, 배우고 느끼는 언어 중에서 사랑만큼 질리지도 않고 지루하지도 않은 유일한 언어가 또 있을까. 모든 예술의 바탕이 되고, 연예인과 가수들의 노랫말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주제이기도 하다. 그만큼 사랑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행복을 느끼게 해주고 삶의 원동력이 되고 샘솟는 에너지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부모와 자식, 형제와 자매를 이어주는 천륜의 사랑은 물론, 스승과 제자간의 아끼고 존경하는 마음, 연인과 부부사이에 나누는 충만한 애정, 그리고 친구들과의 우정을 비롯해 일상의 지인들과 함께하는 따뜻한 마음 등, 이 모든 것을 합쳐도 사랑의 범위는 넓고도 크며 가늠할 수 없는 무한대이다. 모든 사랑은 그 빛깔과 의미는 다르지만 분명 우리의 삶에 절대적인 존재이고 무한한 가치를 발산한다. 그렇기에 사람은 사랑을 받을 때의 행복을 천국에 비유하고 사랑을 잃었을 때의 절망은 지옥에 비유한다고 했나보다.
 
한 가지의 나뭇잎들 중에도 먼저 떨어지면 남은 잎들이 슬퍼하고, 둥지를 틀고 사는 한 쌍의 새 중에도 한 마리가 먼저 세상을 떠나면 남아있는 새가 슬피 운다고 한다. 하물며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인간의 슬픔에야 어찌 비유할 수 있을 것인가. 만약 한순간의 사고로 사랑하는 자식과 가족을 잃었다면 남겨진 유가족들의 슬픔은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이다. 한번 만나면 언젠가는 헤어져야 하는 것이 인간사이고 자연의 섭리라 할지라도 그 슬픔과 이별의 고통은 헤아리기조차 힘들다. 죽음이 남기는 고통은 세월이 흐르면 퇴색된다 해도 죽음의 이별이 남기고간 사랑은 영원히 가슴에 남는 것 같다. 아프게 절규하는 슬픔, 그 자체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또 다른 깊은 사랑의 표현이라고 생각해 본다. 우리는 때때로 삶이 지속적이고 영원할 것이라 생각되지만 사실,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와 연인과 그 외에 우리가 가까이 지내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할 시간은 그다지 많지 않다. 나이를 먹고 세월의 허무를 느낄수록 하루해는 더 빨리 저물고 기쁨을 느끼는 순간도 짧게만 느껴진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닳아서 소멸되고, 사라지고 상실되는 느낌, 특히 노을이 지는 저녁 무렵에 다가오는 그 느낌은 더욱 쓸쓸하다. 그렇기에 늘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며 살게 된다. 시간이 주어진다면 언제라도 사랑하는 가족과 주변사람들에게 사랑한다는 표현을 자주 하겠노라고. 주변의 지인과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사랑의 마음을 전하고 싶을 때 나는 자그마한 선물로 대신 표현하기도 한다. 사랑하는 마음은 무형이라 가슴을 열어 보여줄 수 없을테니 말이다. 마음은 어떻게든 서로에게 표현할수록 인생이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행복지수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할 수 있을 때 마음껏 사랑해 보자.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오늘 한그루의 나무를 심겠노라”고 했던 스피노자의 말이 아니더라도 오늘 이 순간을 최선을 다해 사랑하면서 행복감을 만끽해보자.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순간순간이 소중한 선물이라고 생각된다. 고마워, 미안해, 용서해줘, 사랑해! 이처럼 신의 숨결이 담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들을 우리가 살아있을 때, 말할 수 있을 때 마음껏 표현할 수 있기를 간절히 염원해 본다. 때때로 번거롭게 생각되고 말을 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알아주겠지, 하는 자신만의 안일한 생각에서 탈피해 보는 것도 좋은 일이다.
 
 
오후로 접어드는 한적한 시간, 티비에서는 뼈아픈 우리 민족의 참상이었던 6.25 전쟁기념일을 맞아 이제서야 발견된 참전 용사들의 유해가 가족들 품에 돌아가는 영면식이 한창이다.
이별의 고통을 평생 동안 안고 살아왔을 가족들의 고통이 따가운 햇살로 대신해 아프게 전해져 온다. 문득 법정스님의 말씀이 귓전을 맴돌아 몇 구절 옮겨본다. “먼저 사랑을 전달할 줄 아는 사람은 인생의 스승과도 같다. 상대방에게 감동을 주는 사람은 나이와 상관없이 모두 스승이다. 조건 없는 사랑은 음악과도 같다. 모든 것은 움직인다. 많이 줄수록 기대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누군가에게 무언가 주고 싶으면 살아있을 때 줘라.” 법정스님께서는 사람의 생명이 살아있을 때 나누는 물건과 그 마음의 소중함을 말씀하신 것 같다. 선물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는 일은 우리가 살아있을 때 해야 할 최선의 아름다운 행동이라고 생각된다. 그 참된 의미를 새롭게 깨우쳐본다. 법정스님께서 남기신 깊고도 넓은 가르침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생계를 위해 일을 하며 최선의 삶을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영혼을 살피고 가족들과 충분한 사랑을 나누고 주변의 아름다움을 보고 느끼는 영혼의 행복은 더욱 중요하다. 함께 나누는 일이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 일인지 우리는 요즘처럼 힘든 ‘코로나19’ 의 현실 속에서 더욱 절감하게 되는 것 같다.
 
사랑을 듬뿍 나누자. 서로 위로하고 나눌 수 있을 때 충분히 표현하자. 그래서 우리 모두가 행복해지는 세상을 만들어 보자. 우리의 일상에 숨어있는 사랑의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하면 삶은 너무나 초라하지 않을까.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아픔을 통해서 긍정적인 마음을 지니게 되었고, 많고도 귀한 인연을 통해 때론 부서질 듯 마음이 아프면서도 수많은 사랑을 몸소 깨우쳐 왔다.
 
아프지 않고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음에 고맙고 감사하다. 살아가는 동안 언제나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그리고 진심으로 사랑을 실천하고 싶다. 내가 준 사랑만큼 돌려받지 못할까봐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말자.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기, 그리고 제대로 표현하기, 아무런 보답을 바라지 않고 사랑을 마음껏 베풀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된다면, 우리는 어떤 환경에서든 행복하고 풍족한 삶이 될 것이라고 자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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