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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인협회 인니 지부 (74) 길 / 우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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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산책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7,502회 작성일 2019-10-03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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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산책 74>
 
 
우병기 /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길에 대하여 처음으로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내가 여섯 일곱 살 때 아버지 자전거 뒤에 매달려 시골길을 한참 달린 후에 만난 아스팔트길 때문이었다. 자갈과 흙, 그리고 빗물이 만들어낸 크고 작은 웅덩이를 요리조리 피해 달리는 자전거 뒷자리에 매달려 가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한번이라도 경험을 해 본 사람이라면 이런 나의 주장을 이해할 것이다. 달리는 자전거 바퀴에 자갈이라도 하나 걸리면 엉덩이에서부터 전해진 충격이 머리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어있다. 그러면 온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기 마련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은 천근만근이 되어 버린다. 그런 상태에서 만나게 된 편안한 아스팔트길은 어린 나에게 엄청난 호기심의 대상이 되었다. 가끔 할머니와 엄마의 감시망을 피해 걸어 한 시간 정도 되는 아스팔트길로 나와 뛰어 보기도 하고 길 위에 귀를 대 보기도 하고 누워있기도 하였다. 그 당시는 차량이 많지 않아서 그러다가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서 아스팔트길을 따라가다 보면 무엇인가 새로운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친구 한 명을 꾀어 학교가 파하자마자 해질 녘까지 아스팔트길을 내 달려 이웃 면 소재지까지 간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곳도 우리 면과 별반 다른 것이 없었기에 돌아오는 길은 아쉬움으로 가득했다. 설상가상으로 자전거 타이어까지 터지는 바람에 귀가시간이 늦어졌고, 근심걱정 많으셨던 할머니의 성화로 온 동네 사람들이 우리를 찾으러 동네 산골짜기 전부를 뒤지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호기심의 대가는 엄청났다. 아버지께선 자전거를 압수했고 한동안 나는 아스팔트길을 달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잠시의 시련은 시간 속에서 흘러 지나갔고 나는 그 아스팔트를 통해 서울로 상경하여 꼭지만 돌리면 나오는 수돗물을 마시며 푸시맨이 밀어주는 지하철을 타고 통학하는 중. 고등학교를 시절을 보냈다. 첫 번째로 떠난 낭만적일 것 같았던 기차여행은 군 생활이란 특별한 경험을 내게 안겨 주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인도네시아에 취업을 하게 되면서 하늘 길 즉,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연결되어 있는 항로를 통해 김포공항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고 인도네시아로 처음 오게 되면서 나의 첫 해외생활이 시작되었다. 첫 근무지가 싱가포르와 근접해 있는 빈탄 섬 이라 한국에서도 못해 본 섬 생활을 하면서 페리보트를 타고 바닷길을 통해 싱가포르를 오갈 수 있었다.

결혼을 하고 얼마 후 아들이 한국에서 태어났을 때, 나는 난생 처음으로 아들을 보기위해 하루 동안 육. 해. 공의 모든 길을 이용하는 경험을 하기도 하였다. 2014년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인도네시아에는 육. 해. 공, 등의 많은 길과 관문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자바 섬을 가로지르는 자카르타-수라바야 고속도로가 연결되었고, 마카사르, 스마랑 등 지방 중심도시 주변으로 넓고 안전한 고속도로들이 생겨나 도시주변 교통체증을 해소시켜주었다. 인도네시아 같이 섬으로 구성되어 있는 나라에서는 선박을 이용한 물동량의 이동이 중요하다.
 
 
이 물동량을 수용하기 위한 새로운 항구들이 생겨나기 시작하였고 기존 주요항구들은 규모를 확장하여 새로운 모습으로 물동량을 처리하고 있다. 메단, 발리 등 인도네시아 대표 도시들은 국제공항의 조건을 갖춘 현대적인 새로운 시설을 갖춘 공항을 개항하였다. 자카르타 수카르노 하타 국제공항에도 제 3터미널이 새로 개항되어 국제적인 수준에 걸맞는 항공서비스를 하고 있다. 아직도 수도인 자카르타는 전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은 교통체증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지만 MRT, LRT 등 안전하고 깨끗한 대중교통이 곧 개통하고 일부 구간은 이미 개통된 곳도 있다. 좋은 방향으로 개선이 될 것으로 기대를 해 보아도 좋을 듯하다.

그동안 산업인프라가 부족하여 인도네시아에 대한 외국인들의 직접 투자가 미온적이었으나 이제는 적극적인 투자로 전환이 되어 인도네시아 경제가 성장을 계속 이어가는데 도움을 주었으면 한다. 인도네시아에서 살아가고 있는 교민 입장에서도 산업인프라 부족으로 인하여 많은 불편함이 있었으나 이제는 어느 정도 불편함이 해소되고 있는 느낌이다. 새로 만들어진 여러 길을 통해서 인도네시아의 많은 젊은이들이 미래를 향한 좋은 꿈을 꾸고 올바르게 성장하였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길은 언제나 나에게 호기심을 주었으며, 새로운 미지의 세계로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해 주었다. 아마도 길이 존재하는 지구촌 곳곳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지만 우리가 지금 걷고 있는 현실 세계의 길은 험난한 소식만이 매일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는 초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무역 분쟁으로 경제적인 불확실성이 점점 높아져 가고 있고, 한국과 일본은 전쟁을 방불케 하는 무역 마찰을 치르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파푸아에서 인종갈등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고, 형사법 개정 때문에 수많은 젊은 청년들이 길거리로 나와 연일 국회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수마트라 섬에서 시작된 연무현상은 점점 심해져서 요즘은 자카르타에서도 숨쉬기가 곤란한 지경이다. 연무로 인하여 많은 환자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가난한 서민들에게는 병원으로 가는 길도 매우 힘든데 말이다. 더 많은 환자들이 생기기 전에 연무와 근심걱정을 한꺼번에 씻어 줄 시원한 비가 쏟아져 모든 사람들 앞에 편안한 길이 펼쳐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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