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아니었다양경실학창 시절, 시험 기간이 다가오면 책상 앞에 책을 펼쳐 두고는, ‘이 지긋지긋한 공부는 언제 끝나지?’ ‘얼마나 커야지 공부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는 걸까?’ 고민을 하곤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런 쓸데없는 생각하지 않고 그 시간에 공부를 하면 되었던 건데, 그땐 그랬다. 지금의 나는 그 시절의 나보다 두 배는 더 살았는데, 과연 공부
수필산책
2023-06-19
‘요즘’이 있어 즐거운!한화경(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요즘 마트에 가면 마치 산처럼 쌓여있는 선물용 과자 상자와 유리병에 색색이 담겨있는 달콤한 주스 원액들이 맛 별로 진열되어 있다. 여러 해 인도네시아에 살다 보니 이제는 이 광경이 뭔지 안다. 이슬람 명절인 르바란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고, 한국에서 말하는 명절 대목의 모습이다.1년에 한 번 돌아오는 이
2023-03-30
친구 ‘랄’할아버지/Sahabat Pak lal이태복(시인, 사산자바문화연구원장)자카르타에서 내려놓고 살라띠가에 살러 왔다. 내려놓은 사람은 걱정과 두려움이 없다. 내려놓음은 종착역으로 오해하기 쉬운 비움이 아니라 바른 목적지가 정해진 노선 위에 기관차를 올려놓은 출발일 뿐이다. 나흘 전, 연구원에 이민국 직원이 들이 닥쳤다. 내겐 아직 뭔가 두려
2023-03-23
저기, 저 이별이 우리에게도 온다!강인수(한국문협 인니지부 재무국장)한국에서부터 만리타국 떨어진 미국도 아닌, 그저 그 반의 거리에 사는 나는 근래에 많은 이별을 겪었다. 너무 오래 밖에 있었다는 느낌이 들 무렵 나의 사람들이 떠나갔다. 인간은 영원히 살지 못한다는 사실, 그것을 알면서도 나에게는 닥치지 말아야 하고 급히 오지 않을 것이라는 죽음에 대한 망
2023-03-14
마르고 커피와 대릉원 명당하연수 (한국문협 인도네시아지부 감사)족자(족자카르타)로 여행을 떠났던 친구를 다시 만났다. 프람바난이나 보로부두르를 본 느낌을 물어보았다. 프람바난 등 유적 이야기는 하는 둥 마는 둥하고, 불타는 숯을 넣은 마르고 거리의 블랙커피, 말리오보로 거리, 전통시장 등 유적지 주변 이야기들만 신이 나서 한다. 족자여행 주인공이
2023-03-08
42년 만에 온 친구의 카톡 편지 이태복(시인, 사산자바문화연구원 원장) 내 동기 친구에게 쓰는 편지 내 어린 시절 18살의 기억 속에 그 시간이 있었네. 지금은 아무리 돌아보려고 해도기억이 없네. 날 기억이라도 한련가 ? 나, 이준태 일세!
2023-03-04
웬 바늘? 문인기(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매일 아침저녁 산책길에 바늘 한 쌈씩을 나누는 사람이 되었다. 뜬금없이 갑자기 바늘을 건네는 행동에 '저 사람 참 기이한 사람이다!'라는 말을 들을까 싶어 간단한 설명을 하며 전한다. 그랬더니 모두가 활짝 웃으며 '뜨리마 까시! (고맙습니다!)'라고 반응한다.
2023-01-01
와아! 산이 멋지다. 이태복(사산자바문화연구원장, 시인) 할아버지가 갑자기 몸져 누웠던 밤, 먹구름 속에 천둥치던 우기의 어젯밤이 너무 어두워서 아침을 걱정했었는데 머르바부 산이 멋진 풍경을 선물했다. 연구원에는 시계 같은 할아버지가 한 분 계신다. 아침 4시면 사원
2022-11-20
훌쩍 떠난 흔적 이태복 (시인, 사산자바문화연구원장) 떠나는 차를 막을 수 없어 손만 흔들고 연구원에 들어선다. 손님 떠난 휑한 연구원에 머르바부 산에 걸린 구름같은 적막이 흐른다. 고도가 낮아지고 항공기 착륙 후에 고막천공이 회복된 듯 그제야 일상의 밤벌레 소리가 요란하다. 별들도 다시
2022-11-04
K군에게, 통계에 관한 이야기 이병규(한국문협 인니지부회원) K군! 어제 저녁 자리에서의 토론이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 나왔던 통계에 관련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특히 좋았던 것 같아요. K군이 본인의 키며, 월급 그리고 인도네시아 GDP 대비 주변 현지인들의 임금 격
2022-10-28
마음 설레는 시작 한화경(문협인니지부 회원) 요즘 나에겐 자꾸 신경 쓰이는 그이가 생겼다. 나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준 매력적인 그다. 그는 내가 더 잘 해 보이고 싶은 열정을 가지게 해주고 나의 삶에 활력소가 되어주고 있다. 노력하는 만큼 친해지는 그이가 나는 참 좋다.
2022-10-15
사랑의 짧은 언어 이태복(시인, 사산자바문화연구원장) 작은 수의 언어로 사는 게 동물이다. 고양이의 언어는 보통 쓰는 ‘야옹’이라고 내는 소리 외에 위협할 때 내는 ‘쎄에’하는 소리, 끙끙거리는 소리, 사랑의 바디 랭귀지인 발톱으로 긁기와 꾹꾹이
2022-10-08
가난의 풍경 이병규(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짝수 날의 출근길은 자카르타 뿌삿(Pusat)의 좁디좁은 골목길로 길고 긴 항해다 암초 같은 오토바이들을 지나고 거친 와룽들의 파도를 넘는 길은 온갖 삶의 풍경들로 꽉 채운 삶의 현장이다 빈틈도 없을 것 같
2022-10-02
이상하고 재미있는 동물들 강희중/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반둥의 ‘꼬따 바루’에서 산 지도 1년이 넘었다. 유난이 크게 들리는 아침 참새의 ’짹짹’ 소리에 알람이 필요 없다. 상쾌한 기분으로 눈을 뜬다. 구름은 뭉실뭉실 떠다니며 사람이 살기 딱 좋은 습도와 온도가 마
2022-09-23
<수필산책 212 > MZ 시대의 유교(儒敎) 보이를 응원하다 이병규/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우리 사무실에는 A씨라는 한국 사람이 근무하고 있다. 2년 전 쯤 코로나가 막&nb
2022-06-03
< 수필산책 211 > 장밋빛 기억 전현진 /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기억이란 게 참 그렇지. 나 어릴 때, 집 앞에 큰 공원이 있었거든 공원 나무에는 탐스러운 둥지들이 곳곳에 가득했어. 아침에 공원 나무에서부터 우리 집 창문으로 까치 소리가 넘어오면 그렇게 기분이 좋더라. 아
2022-05-20
< 수필산책 210 > 한국문단 초대수필 시와 나는 서로 끌고 밀며 공광규 / 시인 내가 첫 시집을 만난 것은 중학교 때였다. 이정옥의 『가시내』였다. 시골이라 다른 책들도 보기 드물었지만 시집을 보거나 만져보기는 처음이었다. 시집을 읽어가면서 마음이 싱숭생숭
2022-05-13
<수필산책 209> 업햄의 편지 하승창/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내 이름은 업햄, 계급은 상병이지만 행정 특기병과로 입대한지라 사실은 이제 막 훈련소를 수료한신참이라네.나는 바로 며칠 전에이 낯설고 머나먼노르망디에 왔지.각종 서류를 작성하고 번역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2022-05-06
<수필산책 208> 고구마 사건 문인기 / 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어제는, 파라볼라로 시청하는 CGN TV를 통해 다큐멘터리 영상을 보고 눈물을 진하게 흘렸다. 캄보디아에서 봉사하다 갑자기 세상을 떠난 한국인 청년의 생전 사역지를 두루 비춰주는 영상이
2022-04-29
<수필산책 207> ‘찔라짭(Cilacap)’에서 생긴일 이태복 / 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평소 사람을 좋아해 한국인 현지인 가리지 않고 만나는 걸 즐겼던 내게 팬데믹이 시작되고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람과의 거리를 멀게 해 지옥 같
2022-04-22
<수필산책 206> 하얀 얼굴 시대 하연수 / 수필가 (한국문협 인니지부 감사) 이제는 젊은 남자들도 하얗게 얼굴화장을 하고 다니는 시대라고 한다. 하얀 얼굴화장 유행은 한국에서 K팝 바람을 타고 전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다. 턱수염을 정리하고 하얗게 얼굴화장
2022-04-15
<수필산책 205 > 번지 없는 주막 한상재 / 칼럼니스트 (한국문협 인니지부 고문) 어! 진짜 번지 없는 주막이네, 지난 가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수원 화성을 돌다가 ‘번지 없는 주막집’을 만났다. 진짜 번지수가 없는 집이다. 이 작
2022-04-08
<수필산책 204> 그래야 사니까 한화경 /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병실에 힘겨운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가 흘렀다. “묻지 마세요, 내 나이 묻지 마세요, 흘러간 내 청춘 잘한 것도 없는데, 요놈의 숫자가 따라오네요...” 커튼 너
2022-04-01
<수필산책 203 > 키높이 구두 이재민 /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한 TV 프로그램에서 여성 패널이 180cm 이하의 남성은 루저라는 말을 거침없이 하여 후폭풍이 거셌다. 특히 나처럼 169cm 키로 살아오며 한 뼘 아니 1cm만 더 컸으면 170cm인데 하
2022-03-25
<수필산책 202 > 은밀한 거래 강인수 / 한국문협 인니지부 부회장 발을 헛디뎌 넘어 진 적이 있다. 무릎에 작은 생채기가 나고 피가 흘렀지만 이내 며칠 후 상처에 새살이 돋았다. 기쁨은 마음에 감동과 추억을 남기지만 슬픔은 상처를 남긴다. 그래서 언젠가는 꼭 글로 남기고 싶
2022-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