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의 풍경 이병규(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짝수 날의 출근길은 자카르타 뿌삿(Pusat)의 좁디좁은 골목길로 길고 긴 항해다 암초 같은 오토바이들을 지나고 거친 와룽들의 파도를 넘는 길은 온갖 삶의 풍경들로 꽉 채운 삶의 현장이다 빈틈도 없을 것 같
수필산책
2022-10-02
이상하고 재미있는 동물들 강희중/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반둥의 ‘꼬따 바루’에서 산 지도 1년이 넘었다. 유난이 크게 들리는 아침 참새의 ’짹짹’ 소리에 알람이 필요 없다. 상쾌한 기분으로 눈을 뜬다. 구름은 뭉실뭉실 떠다니며 사람이 살기 딱 좋은 습도와 온도가 마
2022-09-23
<수필산책 212 > MZ 시대의 유교(儒敎) 보이를 응원하다 이병규/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우리 사무실에는 A씨라는 한국 사람이 근무하고 있다. 2년 전 쯤 코로나가 막&nb
2022-06-03
< 수필산책 211 > 장밋빛 기억 전현진 /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기억이란 게 참 그렇지. 나 어릴 때, 집 앞에 큰 공원이 있었거든 공원 나무에는 탐스러운 둥지들이 곳곳에 가득했어. 아침에 공원 나무에서부터 우리 집 창문으로 까치 소리가 넘어오면 그렇게 기분이 좋더라. 아
2022-05-20
< 수필산책 210 > 한국문단 초대수필 시와 나는 서로 끌고 밀며 공광규 / 시인 내가 첫 시집을 만난 것은 중학교 때였다. 이정옥의 『가시내』였다. 시골이라 다른 책들도 보기 드물었지만 시집을 보거나 만져보기는 처음이었다. 시집을 읽어가면서 마음이 싱숭생숭
2022-05-13
<수필산책 209> 업햄의 편지 하승창/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내 이름은 업햄, 계급은 상병이지만 행정 특기병과로 입대한지라 사실은 이제 막 훈련소를 수료한신참이라네.나는 바로 며칠 전에이 낯설고 머나먼노르망디에 왔지.각종 서류를 작성하고 번역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2022-05-06
<수필산책 208> 고구마 사건 문인기 / 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어제는, 파라볼라로 시청하는 CGN TV를 통해 다큐멘터리 영상을 보고 눈물을 진하게 흘렸다. 캄보디아에서 봉사하다 갑자기 세상을 떠난 한국인 청년의 생전 사역지를 두루 비춰주는 영상이
2022-04-29
<수필산책 207> ‘찔라짭(Cilacap)’에서 생긴일 이태복 / 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평소 사람을 좋아해 한국인 현지인 가리지 않고 만나는 걸 즐겼던 내게 팬데믹이 시작되고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람과의 거리를 멀게 해 지옥 같
2022-04-22
<수필산책 206> 하얀 얼굴 시대 하연수 / 수필가 (한국문협 인니지부 감사) 이제는 젊은 남자들도 하얗게 얼굴화장을 하고 다니는 시대라고 한다. 하얀 얼굴화장 유행은 한국에서 K팝 바람을 타고 전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다. 턱수염을 정리하고 하얗게 얼굴화장
2022-04-15
<수필산책 205 > 번지 없는 주막 한상재 / 칼럼니스트 (한국문협 인니지부 고문) 어! 진짜 번지 없는 주막이네, 지난 가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수원 화성을 돌다가 ‘번지 없는 주막집’을 만났다. 진짜 번지수가 없는 집이다. 이 작
2022-04-08
<수필산책 204> 그래야 사니까 한화경 /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병실에 힘겨운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가 흘렀다. “묻지 마세요, 내 나이 묻지 마세요, 흘러간 내 청춘 잘한 것도 없는데, 요놈의 숫자가 따라오네요...” 커튼 너
2022-04-01
<수필산책 203 > 키높이 구두 이재민 /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한 TV 프로그램에서 여성 패널이 180cm 이하의 남성은 루저라는 말을 거침없이 하여 후폭풍이 거셌다. 특히 나처럼 169cm 키로 살아오며 한 뼘 아니 1cm만 더 컸으면 170cm인데 하
2022-03-25
<수필산책 202 > 은밀한 거래 강인수 / 한국문협 인니지부 부회장 발을 헛디뎌 넘어 진 적이 있다. 무릎에 작은 생채기가 나고 피가 흘렀지만 이내 며칠 후 상처에 새살이 돋았다. 기쁨은 마음에 감동과 추억을 남기지만 슬픔은 상처를 남긴다. 그래서 언젠가는 꼭 글로 남기고 싶
2022-03-18
<수필산책 201> 물구나무 선 김치냉장고 전현진 /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인도네시아에서 이사를 하기로 했다. 이삿짐 견적을 위해 담당자가 집을 다녀간 다음 날 연락이 왔다. “견적 나왔습니다. 이사는 이틀 동안 진행됩니다.” &ldqu
2022-03-11
< 수필산책 200 > 뜨거운 눈물로 만난 애국의 눈빛 서미숙 / 수필가, 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회장) 3.1절을 맞아 티비에서 나오는 기념식을 보고 있자니 문득 특별히 잊히지 않는 여행지가 떠오른다. 바로 중국 상해에 위치한 대한민국 임시정
2022-03-04
<수필산책199 > 단 하나의 질문 하승창/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내가 사는 집 건너편 길모퉁이에는 빈 저택이 한 채 있습니다. 비바람에 퇴색한 외벽은 군데군데 금이 가고, 잎이 우거진 나무들과 제멋대로 자란 잡초가 마당을 둘러싼 담장 사이로 삐죽삐죽 고개를
2022-02-25
<수필산책 198> 수첩 속 그 이름 하연수 / 수필가 (한국문협 인니지부 감사) 수명을 다한 소중한 수첩을 들고 낙엽을 태우는 불 앞에 섰다. 수첩 속에서 가장 오래 일 순위 자리를 지키고 있던 사람이 생각난다. 신발재봉 최고 전문가가 되는 꿈을 가지고 있던 P주임이다. 신발
2022-02-18
<수필산책 197> 사불삼거(四不三拒) 이병규 /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30년도 더 전이었다. 그 조용하고 작은 시골 동네가 한동안 버스터미널 이전 문제로 시끌벅적 한 적이 있었다. 시외버스 터미널이 오래되고 협소해서 여러 번의 민원 끝에 마침내 새로운 장소를 찾았고 더 크고 모던한 터미널로
2022-02-11
<수필산책 196>기획 특집-한국문단 초대수필 내가 사랑한 법정스님의 사유와 문장 공광규 / 시인 책으로 만난 내 시의 스승이 정지용 시인이라면, 책으로 만난 산문의 스승은 법정 스님이다. 스님을 책으로 처음 만난 것은 고등학교 시절 범우사 문고판 『무소유』에서였다. 김형석,
2022-02-04
< 수필산책 195 > 익숙한 사람이 없는 날 지나/ 싱가폴 거주(한국문협 인니지부 명예회원) 어둠이 완전히 걷히기 전 싱가포르의 새벽,“나 오늘 못 갈 것 같아. 너무 피곤해서… 미안...”산이 없는 섬나라에서 언덕이라고 하기엔 높고
2022-01-28
< 수필산책 194 > 스마트 시대의 질문과 답변 이재민 /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선생님!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그때는 무얼 하시며 지내셨어요?“ 수업을 마치고 쉬는 시간, 나도 잠시 쉬어야 할 시간인데 스
2022-01-21
<수필산책 193> 거꾸로 가는 시간들 김준규 / 시인, 수필가 (한국문협 인니지부 운영위원) 눈에 보이지 않고 손끝에 만져지지 않는 것이 은둔의 꺼풀 속에서 세상을 지배한다. 기저(基低)에 파고드는 조용한 침입자는 이 땅의 도도한 문명 줄기에 일단정지의 붉은 폴리스 라인을 그
2022-01-14
<수필산책 192> 특별기고 2022년 권두 에세이 어떤 숲의 전설 최원현/ 수필가(사)한국수필가협회 이사장 그날은 우리 모두가 움직이는 나무였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른다. 누가 그렇게 하자고 선동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그날 우리 다섯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훌
2022-01-07
<수필산책 191> 음과 양 하승창/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밤새 내린 비를 촉촉이 머금은 가로수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빛의 나라였다. 새벽의 밑바닥까
2021-12-31
<수필산책 190 > 허삼관 매혈기 강인수 /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식구라는 단어가 있다. 먹을(食)식 입(口)구, 즉 같이 음식을 대하는 관계이다. 이 집단은 함께 살아가면서 먹고 마시며 더 나아가 생활공동체를 함께 이끌어가는 사람들이다. 바로 가족이다. 부부를 중핵으로 피
2021-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