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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스포츠 | 늑대와 함께한 11년, 새롭게 눈뜬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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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작성일15-08-20 15:05 조회5,26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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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에게 주변 사물은 모두 성찰의 대상이다. 살아있는 동물은 더할 나위 없는 사유를 제공한다. 일례로 도올 김용옥 원광대석좌교수는 닭을 키우며 느낀 단상을 『계림수필』에 풀어놓은 바 있다. 개·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은 인간의 본질을 되새겨보게 한다. 그 대상이 늑대라면 어떨까.
 
미국 마이애미대 철학교수인 마크 롤랜즈는 실제로 늑대와 살았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무려 11년씩이나 밥 먹고 강의하고 여행하고 친구를 만날 때 언제 어디서나 동고동락했다고 한다.
 
이 책은 그 함께함의 기록이다. ‘괴짜 철학자와 우아한 늑대의 11년 동거 일기’라는 부제에서부터 우리의 상식에 도전한다.
 
서양동화에서 악역은 대개 늑대가 맡는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책의 늑대는 전혀 다르다. 무섭지도 위험하지도 않다. 늑대를 훈련시킬 수 없다는 속설도 뒤집는다. 저자는 웨일스어로 왕을 뜻하는 ‘브레닌’이란 이름을 붙였다. “늑대 브레닌은 그 어떤 인간보다 의연하고, 우아했다”는 표현에서 인간과 늑대를 대립시킨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인간과 문명에 대한 실망이다.
 
영장류인 인간은 과연 다른 동물에 비해 우월한가. 저자는 이성·언어·자유의지·사랑·행복 등이 인간 고유의 우월한 특징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늑대와 대화를 하는 듯하다. “늑대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계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며 “정규 교육이 가르쳐주지 못한 것을 늑대 브레닌에게 배웠다”고 했다. 늑대가 인간보다 못하는 일은 속임수와 계략이라고 한다.
늑대는 인간을 비춰보는 거울이다. 한없이 나락으로 추락할 것 같지만 그래도 절망은 아니다. “인간도 한때 늑대였다”는 책 속의 표현은 희망을 암시한다.
저자에게 늑대는 두 가지 의미다. 실제 늑대인 동시에 인간이 문명이란 이름으로 잃어버린 본성이다. 한때 우아했지만 오래 잊혀진 기억의 복원을 꿈꾸는 저자는 인권만이 아니라 동물 권리에 대한 존중의 필요성도 설득력 있게 풀어놓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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