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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온라인 수업시대, 인도네시아 사회 불균형 더욱 심화 사회∙종교 편집부 2021-07-23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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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크레아티프의 학생들은 몇 안되는 랩톱을 함께 나누어 써야 한다.(JP/Courtesy of Nara Kreatif)
 
학교 수업이 온라인 학습으로 전환되면서 서로 다른 사회경제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의 교육 경험 편차가 드러나며 많은 경우에서 그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자카르타국제학교(Jakarta Intercultural School-JIS) 12학년이 되는 나디아 루미(Nadya Lumy)는 그 또래의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작년 내내 컴퓨터 스크린이 결코 제공할 수 없는 학급 친구들과의 교류를 그리워하며 지냈다.
 
하지만 라흐미(Rahmi, 15)의 고민은 나디아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가정형편이 좋지 않은 라흐미는 비대면 수업을 듣기는커녕 친구들과 온라인 채팅을 할 수 있는 수단조차 없다. 그나마 나라 크레아티프(Nara Kreatif))의 지원을 받고 있어서 운이 좋은 편에 속한다.
 
나라 크레아티프는 폐지나 유기 폐기물 같은 재활용물품을 수집해 팔아 생계를 잇는 길거리 아이들의 학교 교육을 돕는 사회적 기업이다.
 
어려운 가정형편과 열악한 환경을 타개하려고 노력하는 인도네시아 빈민 아동청소년들이 받을 수 있는 교육의 질이 나디아 같은 학생들이 갖는 좋은 교육 환경과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전혀 다른 세상
나디아는 팬데믹 상황 속에 나름대로 정서적 고민을 갖고 있지만 온라인 수업을 듣는 데에 있어 별다른 기술적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학교에서 모든 학생들에게 맥북 랩톱 컴퓨터를 빌려주고 세계적인 영문 신문 사이트 구독권까지 끊어주는 등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도록 다양한 정보 자원을 제공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나디아도 이런 환경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 학습 시대에 이러한 환경이 자신에게 매우 유리한 이점으로 작용할 것임을 잘 알고 있다. 사실 인도네시아에서 이 정도의 학습 자원을 제공하는 학교들은 그리 많지 않다.
 
나라 크레아티프에는 1,200명의 학생들이 주간 학교에 출석하고 기숙사에는 남학생 10명, 여학생 8명이 지내고 있는데 보유한 랩톱 숫자는 전혀 충분치 않다. 나라 크레아티프의 무하마드 타우픽 사감은 랩톱 한 대에 학생들 4-5명이 모여 함께 사용하는 것이 전혀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당장 다른 방도가 없다.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여러 수치가 신기록을 경신하는 상황에서 대면 수업시대가 곧 돌아올 것 같지 않고, 펼쳐진 온라인 수업 시대에 상대적으로 열악한 사회경제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은 인터넷 서비스와 관련 신기술의 세계로 접어드는 접근로가 너무 좁아 여러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온라인 수업에 필요한 인터넷 환경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온라인 수업에 필요한 도구와 환경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 나디아에 비하면 람뿡 농촌지역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는 6학년생 마야 레피카 사리(Maya Revika Sari)는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
 
마야가 사는 동네에는 와이파이가 들어오지 않아 유료 데이터를 써야 하기에 이런 제약 조건을 감안해 학습일정과 장소를 어떻게 정할지 계획을 세워야만 한다. 마야의 동네에 비라도 오면 데이터 신호가 끊기거나 인터넷 접속 상태가 불안정해 인터넷이 되는 장소를 찾아 친구나 친척집으로 옮겨다닐 때도 있다. 수업이나 학습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여건이다.
 
마야와 같은 동네에 살고 같은 학교를 다니는 초등 4학년 아울리아는 1학년 때부터 반에서 일등을 놓치지 않았고 매년 학교에서 우등상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 아울리아는 반에서 3등을 했고 스스로 자책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터넷 문제 때문에 학업을 잘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 아울리아에겐 그야말로 멘붕인 것이다.
 
기관들의 부담
팬데믹이 야기한 경제적 부담이 학생들만 짓누르는 것이 아니라 많은 교육기관들도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적지 않은 학교들이 기존 학생들을 유지하고 신입생들을 새로 유치하려 애쓰는 가운데 학생수 감소가 학교의 운영자금 상황을 악화시키는 경우도 있다.
 
학생들이 줄어들면 교육기관들이 적정 교육수준을 유지하기 어렵게 되고, 그 결과학교가 유능한 학생들을 유치할 장점들을 잃게 되므로 학생수가 더욱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나라 크레아티프의 경우 기업들로부터 이면지 기부를 받아 그 이면지들로 다른 사무용품이나 칼렌더 등을 만들어 낸 수익금으로 학생들을 지원하는 구조인데, 기업들의 재택근무로 인해 이면지 기부가 줄어 나라 크레아티프 수입원이 크게 줄었다.
 
그 결과 기숙사 중 하나를 포기해야 했고 거기 살던 소년들은 나라 크레아티프 사무실 2층으로 숙소를 옮겨왔다. 한달에 50만 루피아(약 4만원)의 인터넷 비용을 내기 위해 몇 명의 자원봉사 교사들이 개인 돈을 모아 힘든 자금 상황을 돕기도 했다.
 
데뽁에 있는 다운증후군 학생들을 위한 학교 `인산 아누그라(Insan Anugerah)는 온라인 수업이 시행된 이후 온라인 수업을 받을 수 없거나 전자기기를 거부하는 학생들이 자퇴하면서 전체 학생 수 16명이 절반으로 줄었다.
 
자카르타 찔란닥(Cilandak) 소재 자폐아 학교인 찬드라디무카 특수목적학교(Candradimuka Special Needs School)도 사정은 비슷하다. 온라인수업 체제가 시행된 후 모집된 신입생이 15명으로 대폭 줄었다고 한다. 자폐아들이 온라인 수업에 제대로 임하길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라 크레아티프의 무하마드 사감은 팬데믹 시대에 온라인 수업이 시작된 이후 학교는 아이들이 희망을 잃지 않도록 보호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안전하게 교육하는 막중한 역할을 해야한다고 말한다. [자카르타포스트/ 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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