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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남자가 된 여군: 육군사령관이 이등하사의 성별교정을 직접 설명 사회∙종교 편집부 2021-03-12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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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에서 단련 중인 최근 사진. 남성으로서의 자신감이 넘친다.
 
지난 3월 9일(화) 남부 자카르타 육군사령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도네시아 육군사령관 안디카 뻐르까사(Andika Perkasa)가 전 유명 여자배구 선수였던 아쁘릴리아 망아낭(Aprilia Manganang) 이등하사가 요도구 기형인 하이퍼스페이디어스(Hypospadias)를 가진 남성이라고 밝혔다. 하이퍼스페이디어스는 요도밑열림증, 요도하열이라 하여 요도가 음경 밑에 뚫리는 질병이다. 극단적인 경우 음낭 가까이에 있기도 하며 수술을 통해 제 위치에 요도구가 있도록 교정할 수 있다.
 
아쁘릴리아 산티니 망아낭 (Aprilia Santini Manganang)
1992년 4월 27일생, 전 프로 여자배구 선수, 현재 육군 여군여단 소속

안디카 장군은 아쁘릴리아 하사가 요도하열 기형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밝혔다. 의학지식에 무지했던 아쁘릴리아 망아낭의 가족들이나 출산을 도운 산파는 생식기의 외관만으로 여아로 판단했고 이후 아쁘릴리아는 여자로 성장했다. 아쁘릴리아의 요도하열 기형은 일반적인 남성 성기와 외관상 어느 정도 차이를 보였다고 한다. “이 생식기 기형은 사실 흔히 발생하는 이상으로 남아 출생 시 발견되는 이상 사례 중 두 번째로 흔한 것입니다.” 안디카 장군의 설명이다.

요도하열 문제를 알게 된 것은 바로 얼마 전인 2021년 2월 3일의 일이었고 아쁘릴리아 망아낭은 가똣수브로또 육군병원에서 특별 검사를 받았다. 의료 기록 결과는 아쁘릴리아의 체내 테스토스테론 호르몬이 많이 분비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테스토스테론은 스테로이드 성호르몬으로 남자에게서는 고환의 정세관에서, 여성에게서는 난소와 부신에서 생성되며 주로 공격성 발현에 관여하는 남성 호르몬으로 분류된다. 또한 이 조사를 통해 아쁘릴리아의 신체에 여성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체내기관이 없다는 것도 확인되었다. 외관상으로도 아쁘릴리아는 그동안 유방이 전혀 발달하지 않은 여성이었다.

이 결과가 나온 후 안디카 장군은 아쁘릴리아 망아낭 이등하사를 직접 만나 상황을 설명하고 같은 병원에서 후속 수술을 받거나 교정수술을 진행하도록 제안했다. “나는 우리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그에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망아낭 하사는 매우 감정이 격해진 상태였으므로 난 육군병원측 의료진을 모두 불러 우리가 가진 모든 장비들을 동원해 충분한 검사를 진행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아쁘릴리아 망아낭은 이미 모든 의료검사 결과를 받아 든 상태다. 그는 인디카 장군이 제의한 바에 따라 기꺼이 교정수술에 동의했다. “도움을 준 의사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제가 지난 28년 동안 마음 속에 품고 잇던 바램이 마침내 올해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허락해 주신 사령관님께 감사드립니다.” 더틱닷컴과 비대면으로 인터뷰한 아쁘릴리아는 이렇게 말했다.

4월에 태어난 여자아이란 뜻을 가진 ‘아쁘릴리아’라는 이름은 영어이름 에이프릴(April)과 같다. 하지만 그 예쁜 이름과 달리 아쁘릴리아는 배구선수 시절 남성 못지 않은 기량을 보이며 배구 팬들의 시선을 모았다.
 
현역 배구선수 시절의 아쁘릴리아

2015년 SEA게임에서 필리핀을 3-0으로 압도했을 당시 필리핀팀 코치는 아쁘릴리아의 체형을 보고 남자가 여자팀에 들어와 부정행위를 한다고 생각했다. 아쁘릴리아는 건장한 체형에 가슴도 나오지 않았고 심지어 콧수염도 조금 있었다. 하지만 SEA게임 조직위원회는 이 의구심을 기각했다. 아쁘릴리아는 남성 같은 체형의 여자 배구선수로 중학교 시절부터 유명했기 때문이다.
 
그녀 역시 자신이 다른 여성들에 비해 전혀 다른 신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오래 전에 스스로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자신의 실제 성별이 남자라는 것은 정말 깨닫지 못한 것 같다. 그러니 군에 입대할 때 여군으로 입대한 것이고 아직 인도네시아 육군 여군여단 소속이다.

아쁘릴리아는 뛰어난 배구선수로 이름을 날렸다. 프로팀에 입단하여 인도네시아 프로배구리그인 쁘로리가(Proliga)에서 뛰면서 네 번 팀우승에 기여했다. 세 번은 자카르타 일렉트릭 PLN (Jakarta Elektrik PLN)에서 2015, 2016, 2017년 3연승을 했고 이적한 PGN 뽑시포 뽈완(PGN Popsivo Polwan)에서도 2019년 우승했다. 개인적으로도 쁘로리가에서 두 번 MVP를 차지했다. 그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아쁘릴리아 자신도, 배구계의 모든 사람들도 그가 여자라고 믿었지만 2015년 SEA게임 당시 필리핀팀 코치의 의구심 그대로 그는 여자 배구계에서 뛰는 유일한 사실상의 남성이었고 그 완력과 스테미너는 다른 모든 여자선수들을 압도했다.

그는 2018년 9월 11일 배구계를 은퇴했고 그간 소식이 들리지 않다가 이번 성별이 확정된 소식과 함께 다시 대중의 시선을 받게 되었다.

매우 보수적인 인도네시아 이슬람 사회도 아쁘릴리아의 성별 변경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서 당연히 얼마전 극단적 선택을 하여 세상을 떠난 변희수 하사를 떠올렸다. 그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았던 변하사가 여성으로 성전환했다는 사실만으로 군에서 쫓아냈던 대한민국 육군은 아쁘릴리아의 성별 교정을 적극적으로 도운 인도네시아 육군보다 훨씬 못한 조직인 걸까?
 
같은 저울 위에 올려놓고 비교하기엔 여러가지 차이점이 있다.

우선 아쁘릴리아는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별이 조정되었다. 그것도 자신의 의지로 신의 뜻을 거스른 것이 아니라 의료적 무지로 인해 발생한 오류를 바로잡은 것이다. 만약 그것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변화하는 방향이었다면 그것이 선천적 기형의 교정이라 해도 현지 이슬람계가 이렇게 조용하진 않았을 것 같다.

또 다른 요소는 군 수뇌부가 변희수 하사를 거부하고 등 떠밀었던 것과 달리 육군사령관이 육군본부 장성들을 뒤에 앉혀 놓고서 직접 아쁘릴리아 이등하사의 상태와 성별조정에 대해 설명하고 변호했다는 점이다. 독실한 이슬람 신앙을 가진 육군사령관이 이런 방향성을 보이면서 누군가 감히 반기를 들고 아쁘릴리아를 비난할 사람이 쉽게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조직 최고 정점에 있는 인물이 적극적으로 아쁘릴리아를 보호하고 변호해준 것이다.
 
그럼 그간 아쁘릴리아가 여자 배구선수로서 일구었던 업적, 팀 우승과 자신이 MVP를 받았던 문제가 남는다. 결과적으로 남성이 여자배구에서 뛰어 얻은 결과가 되었기 때문이다. 육군사령관의 발표가 나온 지 며칠 되지 않아 판단하기 어려운 시점이긴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불만이나 비난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이것은 우선 아쁘릴리아가 어린 시절 너무 가난해 성별 문제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기 때문이었다. 비록 그가 유명한 배구선수로 성공했지만 성정체성 문제에 시달리던 유년시절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 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마당에 비난보다는 동정하는 여론이 지배적인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이유는 최근 남성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그가 마치 로또 맞은 복권처럼 엄청난 미남이 되었다는 것이다.
초미남이거나 초미녀라면 모든 것이 용서되는 게 이 세상의 룰.....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기사들을 통해 알게 된 아쁘릴리아 망아낭 이등하사의 새로운 삶은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다. 그는 이제 곧 합법적으로 남성의 지위와 남성의 이름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사건으로 인해 다시 떠올린 고 변희수 하사를 애도하며 비슷한 처지에 놓인 성소수자들, 성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젊은이들을 위로하고 축복하고 싶다.

우리도 그때 육군사령관이 나서, 비록 변하사를 군에서 쫓아낸 결정을 번복하진 않더라도 공개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위로의 말을 한마디라도 남겼다면 저 꽃다운 생명이 한을 품고 스러지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기사제공 =배동선 작가 /’수카르노와 인도네시아 현대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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