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 걷고 싶은 우리에게 고함 / 강인수 > 한국문인협회 인니 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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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인협회 인니 지부 (141) 걷고 싶은 우리에게 고함 / 강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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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산책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1,368회 작성일 2021-01-15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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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산책 141>
 
걷고 싶은 우리에게 고함
 
강인수 / 한국문협 인니지부 부회장
 
 
스마트폰이 열어준 새로운 혁명의 시대가 시작되었을 때 우리는 생활의 편리함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행복해 했다. 손안에 든 핸드폰에 은행이 있고 가게가 있고 배움이 있다. 회상해 보면 내 아이가 초등학교 시절 아빠의 블랙베리 폰을 신기해하며 요리조리 눌러 본 때가 십년이 안됐으니 길지 않은 시간 안에 무섭게 변한 시대에 살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포노 사피엔스(스마트폰 없이 힘들어 하는 세대) 포노족의 문명은 아이들과 주부와 비즈니스에 까지 깊게 침투하여 눈뜨면 폰을 열고 잠들기 전에 폰을 충전시키며 자야 하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불안한 시대에 살고 있으니 말이다. 더구나 날로 발전하는 스마트폰의 세계는 무궁무진 하다. 새로운 인류의 틈에 배워가고 발맞추려면 얼마나 또 머리를 굴려야 하는가.
 
 
몇 년 전 우리 집 기사아저씨가 불가피하게 출근을 못한다 했을 때 누가 알려 준 앱 우버를 처음 깔고 번듯한 기사와 차가 집 앞에 와서 약속장소로 이동할 때의 놀라움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스마트폰이 시공간의 제약 없이 환상적인 편리함으로 이끌어 주었으니 모르면 더 많이 손해인 세상에 살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돌이 지난 아이에게 밥상 앞에서 뽀로로를 테블릿 pc로 보여주던 젊은 엄마들의 육아 방법이 사뭇 생소했던 시기를 지나 커튼도 앱과 연결해서 걷어지고 닫혀 지는 ‘세상이 편하다’ 를 연일 외치며 감탄했었다. 이러한 비약적인 발전이 불안해 지기 시작할 즈음, 이 스마트시대가 2020년 코로나를 만나 단단히 한 몫을 했고 인류는 그나마 SNS로 소통하며 일상의 필요한 사항들을 모두 해결해 나가고 있다.
 
온갖 영화를 누워서 시청하고 각종 먹거리를 폰 속의 한 손에 담고 학교 교육이 줌 수업과 폰으로 해결되어 한편으로 고마운 일이지만 나는 요즘 스마트폰으로 인해 목 디스크와 손가락 관절염이 부쩍 심해졌다. 운동량의 부족으로 뱃살이 찌고 불필요한 정보가 쏟아져 읽고 싶지 않은 뉴스들이 눈으로 먹혀 들어가는 느낌에 두통이 몰려와 진통제를 찾는 일이 종종 생겼다. 포노 족이 되어 버린 지금 스마트폰, 저 녀석이 신체의 일부가 되어버린 탓에 때론 고맙고 때론 확 땅에 묻어 버리고 싶고 미묘한 갈등을 느낀다. 아이들이 눈이 아프다며 보안경을 좀 사자고 하고 휘어진 등과 목 때문에 치료를 받으러 가야하는 현실이 씁쓸하다.
 
우리 좀 걷자.우리 이야기 좀 하자. 외쳐대도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오는 외면은 세대 간의 그 간극을 쓰라리게 느끼게 한다. 몇 년 전, 서울 지인의 집에 놀러 갔을 때 열심히 애플 회사의 폰을 만지는 아이의 엄마가 내게 조용한 소리로 “스티브잡스가 죽이고 싶도록 밉네” 라고 했을 때 웃어넘긴 사연 또한 현재 자녀를 키우는 우리 모두의 고민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제 세상은 되돌릴 수 없다. 문명은 더 발전 할 것이고 Z 세대와의 소통은 우리가 더 노력해야 하는 현실이 되었다. 어제 작은 아이가 언니에게 묻는다.”언니! 교수님들 정말 PPT 잘 못한다는 거 사실이야?” “응” 짧은 대화를 엿듣다 보니 빠르게 변하는 컴퓨터 문명과 AI문명에 뒤쳐져 저들 세대와 거리가 멀어질까 두렵다. 그럼에도 이 혁명의 시대에 여전히 나는 걷고 싶다. 산천을 벗 삼아 유유자적 걷고 싶다. 멕시코 시인 ’옥타비오 파스’의 시 ‘깨어진 항아리’에서처럼 잃어버린 말을 찾고 밤의 문신을 읽어내고 정오의 태양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햇볕으로 목욕하고 밤의 과실을 따 먹고 싶다. 사실 원초적인 언어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무수히 흘러온 이 시대에 한번쯤 인간의 계절로 돌아가고 싶은 시인의 마음이 오롯이 걷고 싶은 나와 생각을 같이 했었나? 라고 여겨본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과했던 욕심과 혹사시킨 내 목과 손과 눈에게 고요한 바람을 맞게 해주고 싶다. 열심히 사진을 찍어대던 저 아름다운 풍경도 기계보다는 눈 안에 저장하고 싶다. 기왕이면 홀로 걷고 싶다. 감정이 요동치고 극도로 긴장이 될 때 필요한 처방전이 될 것이다. 긴 시간 코로나로 우울했던 마음을 달래며 내 안의 무수한 나를 돌아보며 지난 일 년 동안 못 걸었던 우리에게 무거운 쇳덩이를 내려놓고 좀 걸어보자고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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