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동물을 통해서 배우는 생존법 / 서미숙 > 한국문인협회 인니 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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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인협회 인니 지부 (36) 동물을 통해서 배우는 생존법 / 서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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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산책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6,267회 작성일 2019-01-02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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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필산책 36 >

동물을 통해서 배우는 생존법
 
서미숙 / 수필가, 시인(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장)
 
 
또 다시 새로운 한해의 시작인 2019년, 돼지해인 기해년의 새해가 밝았다. 돼지해는 12년마다 돌아오지만 특히 2019년 기해(己亥)년은 60년만에 찾아오는 황금 돼지해다. 

재물과 복의 상징인 돼지는 생산력, 번식력이 강하기 때문에 그만큼 재물이 많이 증가할 수 있지만 사람들의 믿음과 연동되어서 돼지해나 돼지띠에 태어나는 사람들은 잘 먹고 잘 살수 있다는 좋은 의미로 해석되는 것 같다. 때로는 돼지가 게으르다는 편견도 있지만 소중한 가축으로서 오랜 세월 사람들과 함께해온 돼지이기에 돼지해가 상징하는 복의 근원인 생산력이 증가되어 경제도 활성화 되어서 이곳 인도네시아 한인들의 삶에도 큰 복을 가져다 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돼지는 특히 동물 중에서도 매우 온순한 성격을 지니고 있어 만물의 평화와 복을 가져다주는 동물이라고 한다. 십이지신중 12번째고 잡귀를 몰아내는 신이면서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친구로 불리는 동물이며 3500년 전부터 우리 인간과 함께해온, 그래서 꿈만 꿔도 좋다는 돼지가 아닌가 싶다. 다복과 행운은 모든 인간사의 염원이기에 그 시작은 모두가 내 자신의 삶에서 비롯됨을 일깨운다. 그렇기에 특히나 돼지는 사람에게는 매우 유익한 동물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어디 돼지뿐이랴, 어쩌면 다양한 동물들의 삶을 통해서 인간의 삶을 조명해보며 우리가 살아가는 기본적인 삶의 원칙과 생존법을 배우게 되는 것 같다. 

 아주 오래전의 기억이지만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 쯤의 일이 떠오른다. 둘째아이가 유난히 동물을 좋아해서 우리 집은 작은 동물원을 연상케 할 만큼 예쁜 동물들이 많았다. 
토끼, 병아리, 햄스터등이 함께 생활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은 늘 우리 집에 흥미로운 발견과 웃음거리를 선사했다. 아이들이 마치 사람을 대하듯 토끼나 햄스터등과 일상을 소통하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어느 날 둘째 아이의 초등학교 선생님과 면담에서 아이는 학교에서도 늘 동물들을 걱정하고 동물들을 보살피러 집에 빨리 가야한다고 방과 후 귀가 길을 서둘렀다고 한다. 빨리 집에 가서 나를 기다리는 녀석들과 친구가 되어주어야 한다며 얘기하고 노래도 불러주어야 한다고 했단다. “그런데 말예요, 선생님! 그렇게 내가 사랑을 주니까 신기하게도 동물들은 밥도 잘 먹고 더 씩씩하게 잘 커가는 거 있지요.“라고 말했다던 아이를 선생님은 지금도 즐거운 이야깃거리로 기억하고 있었다. 꾀부리지 않고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가는 동물들의 일상은 그 또래 아이의 정서와 감성에 크게 기여를 한 것 같다. 
 
나 또한 동물들이 살아가는 방법을 관찰하면서 인간이 살아가는 그 무엇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 시절의 어느 날인가, 아이는 이웃집에 예쁜 다람쥐가 있다고 구경을 가자고 해서 따라 나섰다. 자그마한 통 안에서 두 마리의 예쁜 다람쥐가 부지런히 쳇바퀴를 돌리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뽀얀 앞 발가락으로 감자와 당근을 먹고 있는 모습이 아기 손처럼 부드럽고 앙증맞도록 귀여웠다. 다람쥐 두 놈이 번갈아가며 쳇바퀴를 돌리고 있는걸 보고 있자니 아이는 궁금했는지 다람쥐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다람쥐야! 그 쳇바퀴 암만 돌려도 다시 제자리인데 왜 그렇게 열심히 돌리니? 그러더니 아이는 다람쥐의 오물거리는 입모양을 보더니 아하!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궁금해서 물었다. 다람쥐가 뭐라고 하든?  그랬더니 아이는, 천연덕스럽게 대답한다.  
”엄마, 그걸 몰라서 물어요? 엄마는, 참... 다람쥐가 그랬어요. 우리는 원래 달리는 걸 좋아하는데 지금은 우리안의 집이 작아서 달릴 곳이 어디 있어요? 그리고 우리가 먹기만 하고 운동도 안하면 살이 쪄서 토끼처럼 되거든요.“ 나는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아이의 대답 또한 장난꾸러기 녀석 답게 재치가 있었다.
 
나도 다람쥐한테 물어 보았다. 
“그런데 너희들, 다람쥐야! 부지런히 지치지도 않고 노는데 노는 것이 재미있니? 그런데 다람쥐는 대답했다. “뭐 재미있어서 그러나요, 다 사노라고 그러는 것이지요.” 옆에 있던 다른 다람쥐도 거든다. “아, 우리가 하루 종일 먹기만 하고 가만히 있으면 사람들이 우리에게 먹이를 주겠어요? 우리가 쳇바퀴도 돌리고, 뛰어 다니고 바쁘게 노니까 사람들이 감동을 해서 우리를 길러주는 것 아니겠어요.”
나는 그렇게 나만의 대답으로 혼자 일문일답을 하면서 싱겁게 웃어 보았던 기억이 난다.
그때의 다람쥐와 또 둘째아이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열심히 먹이를 챙겨먹던 우리 집 동물들의 기억이 떠오르며 갑자기 사람 사는 것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단지 사람들은 생각하고 기억하며 그 사고를 정리할 수 있는 탁월한 기능이 다르겠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사람답게 생활하고 열심히 일해야 먹을 것이 있고, 또 일하고 뛰어다니고, 또 휴식하며 노는 것은 모두가 우리의 삶, 인생, 그 자체라는 것이다. 
 
거부할 수 없는 삶의 흐름을 평온하게 받아들이는 돼지를 비롯한 모든 동물들의 삶이 특히 바쁘게 사는 다람쥐며 햄스터같은 동물들은 이미 그 이치를 깨닫고 터득한 것이 아닐까 하는 엉뚱하고도 생뚱맞은 의문을 던져본다. 그래서 사람들은 곧잘 무미건조한 삶을 빗대어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같은 인생’ 이라고 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다람쥐나 다른 동물들은 지루하고 무의미한 삶이라도 열심히 살고 있으며 어떠한 어려운 상황이나 위기감이 닥쳐도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는 것이 ‘삶’ 이라는 것을 이미 깨달아 알고 있는 듯 했다. 
 
그렇다. 어쩌면 삶이 그렇게 거창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꿈이 그렇게 크고 거대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그저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삶이기에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면 그뿐일 것이다. 주변에 대한 조그마한 관심과 배려가, 또 돼지처럼 서로를 대하는 순하고 다정한 마음과 베풀려는 마음이 우리 사회를 더욱 밝고 빛내며 따뜻한 공간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또다시 오늘이라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2019년, 황금 돼지해가 상징하는 평온하고 다복하고 행운이 넘치는 익살스러움과 친근함으로 유머와 풍자에서 빠지지 않는 모든 면에서 행운을 불러온다는 돼지의 정서를 본받아 보자. 돼지는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자신을 더 드러내기 보다는 묵묵히 맡은 일을 해내며 상대방에 대해 배려를 더 좋아한다. 2019년 기해년에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모두모두 다복하고 행운이 넘치는 좋은 일만 있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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