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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떤 결혼 김현숙 칠년이나 우리와 지내던 아이가 팔자를 고치게 생겼다 허고헌날 바람을 피우던 남편과 헤어진 뒤 돌배기 딸아이를 친정에 맡기고 이리저리 남의 집 살이하며 아이를 건사했다 초등학교 동창인 서른 여섯 늙다리 총각과 2년을 사겼다는데, 다음 달 결혼을 한단다 신원은 확실하니 마음이 놓이다가도 자꾸 손해를 보는 것 같다 결혼하면 혼자 시골로 내려가 아픈 몸으로 농사짓는 시부모를 도와야 한단다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만 하기로 했단다 고된 바깥일은 안 해도 된단다 가뜩이나 편한 팔자…

  • 어떻게 그 세월을 조현영 그 세월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올해 여든살의 엄마가 말했다 잘 지나온 모든 시간의 순간이 엄마 당신이었으니까 기억이 나지 않아도 괜찮아요. 자주 뒤를 돌아보는 엄마에게 감히 오십줄의 어린 내가 대답했다 나는 어떻게 그 시간들을 살았던걸까 지나온 모든 순간에 나도 나였기 때문이지 그러니까 나도 괜찮아. 어느날의 자문자답 그리고 위로 이 난리통이 끝나고 나면 그때도 나는 나였기에 잘 지나왔다고 말할 수 있어야지. 그때도 지금도 그랬듯이 지…

  • Lalapan 속에서 만난 흐릿한 기억 하나 최장오 ▲까마중(인도네시아에서는 Ranti 또는 Leunca로 불림) (사진=구글이미지 캡처) 천둥이 먹구름처럼 번져오면 시름은 먼 기억의 저편으로 마중한다, 유월의 장마 끝에 피어난 샛노란 오이 꽃인 냥…… 엄마 등 위에 잠든 아이, 여물지 않은 손가락 사이 새까만 까마중 알갱이 잠꼬대처럼 매달려 있다 마늘 밭에서 천덕꾸러기 같이 마늘 대 위로 웃 자랐던 까마중 마늘보다 더디게 익어간다 황량한 사막의 둔덕처럼 텅 …

  • 아트 오브 다이닝: 라라종그랑 사공경/ 한인니문화연구원장 나는 오늘 서울 인사동의 어느 찻집에 앉아 있으면서도 자카르타의 한 레스토랑이 그리워진다. 디아스포라의 숙명인가. 오늘 같이 쌀쌀한 날에는 붉은 빛으로 장식된 자카르타의 뚜구 라라종그랑(Tugu Lara Djonggrang) 레스토랑이 더욱 생각난다. Tugu-Lara-Djonggrang 입구 (출처https://www.tuguhotels.com/) 라라종그랑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힌두교 사원인 쁘람바난에서 유래된다. 쁘람바난 왕국의 공주였던 라라…

  • 반유왕이의 무인도 채인숙 (시인) 17세기 미국소설에서 보았던 가랑이가 찢어진 바지를 입은 소년이 눈을 찡그리며 멀리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야자잎으로 엉성하게 엮은 오두막 지붕에 햇볕이 총알처럼 들이쳤다 우리는 오두막에서 이십 미터쯤 떨어진 해변에 2인용 텐트를 치고 야생도마뱀을 찍으러 간 혼혈소녀와 감독을 기다렸다 길다란 카메라 스탠드와 조명기구를 지키는 것이 나의 일이었다 줄담배를 피우는 소녀의 늙은 엄마가 아메리카의 고단한 일상을 이야기했다 골동품상을 하던 시아버지가 백인 며느리들을 제치고 자신에…

  • 자카르타 그리고 전염병 노경래 남부 자카르타에 있는 리뽀몰 끄망에 자주 들렀다가 그럴듯한 레스토랑들이 있는 끄망 라야로 가곤 한다. 리뽀몰에서 끄망 라야로 가기 위해서는 차량 두 대가 교행이 어려운 골목길을 지나야 한다. 그 골목길을 지날 때 마다 느끼게 된다. 인도네시아 사람들 참 무던하다고……. 그 골목길의 초입은 시멘트로 포장되어 있는 오르막길이다. 그런데 그 오르막길에는 항상 하수구의 물이 넘쳐 흘러내리고 있다. 오르막길 위쪽의 하수구가 더 이상 연결되지 않고 끝나버리기 때문…

  • 피아노 치는 남자 홍윤경 / Pleats kora Indonesia 대표 그 남자를 만나러 가는 길은 펜더믹 코로나19라는 생소하고 낯선 상황으로 조금 망설여지는 그런 날이었다. 그를 만나기로 한 곳이 땅그랑 서르뽕 지역의 빈민가였기에 감염 걱정이 영 없지는 않은, 그래서인지 마음이 평온하지는 않는 불안한 길이었는데 그 남자는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약속 장소에 미리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그 남자가 안내하는 그의 집으로 들어가는 길은 그의 삶만큼이나 구불구불하고 비위생적이었으며 좁고 어두웠다. 그는 YPKP65 (1…

  • 프라무디아를 기억함 시.채인숙 우리는 모두 망명자였다 꺾어진 길목마다 적도의 풀이 칼날처럼 흔들렸다 기도는 하지 않았다 서로의 죽음을 목격하였으나 나를 거부하고서야 비로소 내가 되는 망명의 독본을 완성할 뿐이었다 누구에게도 삶을 구걸할 수는 없었다 부루의 망루에서 편인지 적인지 모를 누군가의 눈길에 갇혀있을 때조차 브란타스 강이 피로 물들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조차 그림자극의 인형들은 오직 그림자의 힘으로 인생을 벼린다 하물며 인간이야! …

  • [단편소설] 백골의 향연 배동선/’수카르노와 인도네시아 현대사’ 저자 산 속에서 엄마와 단 둘이 사는 씨티는 깊은 계곡 바위 틈과 정글 속 큰 나무들 밑에서 버섯을 따다가 해가 넘어가는 것도 몰랐습니다. “이 산의 마물들은 인간과 상극이지. 마그립 무렵 이상한 것들이 말을 걸더라도 절대 대꾸해선 안된다.” 이미 짙은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숲속에서, 엄마가 입버릇처럼 하던 말을 기억해 낸 씨티는 갑자기 밀려드는 한기에 옷깃을 여몄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은 어둡고 멀기만…

  • <단편소설> 떠다니는 얼굴, 굴러다니는 머리통 배동선 뿌르발링가 가발공장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조코는 저녁 퇴근길, 스라유 강가에서 도시 외곽 산자락으로 이어지는 갈래길 소또아얌(자바식 닭국) 파는 와룽(작은 가게) 앞에서 갈등합니다. 일몰을 알리는 마그립 아잔이 들려온 지도 오래 전, 어둠이 깊이 내리는 만큼 배도 더 고파오는데 향긋하고도 구수한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혔습니다. 거기서 50미터쯤 앞에 사떼깜빙(염소고기 꼬치)과 나시고렝(볶음밥) 파는 그로박(이동식 간이 판매대)이 몇 개 더 있으니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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