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필산책 84 > 자갈돌과 아버지 지나/ 수필가,싱가폴 거주(한국문협 인니지부 명예회원) 흔하디 흔한 자갈돌이었다. 특이한 모양도 탐낼만한 빛깔도 전혀 아니었다. 여느 월요일과 다름없던 햇살 좋은 아침, 아버지가 그리울 일은 없을 것 같던 내게 적도의 땅인 싱가포르에서 아버지가 잠드신 한국의 태종대 바닷가로 내 기억을 끌어다 놓은 회색 자갈 돌 두 개, 아버지와 이별한지 꼭 10년만이다. 그래! 그리움이란 이렇게도 오는거다. 단 번에 온몸의 혈류를 마구 흔들어 놓고, 사막 한가운데 햇살을 뒤집어쓰고…
<수필산책 74> 길 우병기 /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길에 대하여 처음으로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내가 여섯 일곱 살 때 아버지 자전거 뒤에 매달려 시골길을 한참 달린 후에 만난 아스팔트길 때문이었다. 자갈과 흙, 그리고 빗물이 만들어낸 크고 작은 웅덩이를 요리조리 피해 달리는 자전거 뒷자리에 매달려 가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한번이라도 경험을 해 본 사람이라면 이런 나의 주장을 이해할 것이다. 달리는 자전거 바퀴에 자갈이라도 하나 걸리면 엉덩이에서부터 전해진 충격이 머리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
< 수필산책 64 > 자카르타 MRT 탑승기 엄재석/ 한국문협 인니지부 부회장 두 달 전에 개통한 인도네시아 최초의 지하철인 자카르타 MRT를 오늘에야 시승한다. MRT는 Metro Railway Transportation의 약자로서 우리말로 도시철도를 뜻한다. 자카르타 컨벤션 센터에서 열리는 행사에 가야 가는데 마침 오늘이 홀수 날이라 짝수 번호인 내 차를 쓸 수 없었다. 콜택시인 그랩을 이용할까 하다가 새로 생긴 MRT를 타고자 회사 인근에 있는 Cepta Raya역으로 향한다. 2층 역사로 올라가…
< 수필산책 54 > 골프와 인생, 그 스토리의 중요성 우병기 /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시기적으로 건기인가 싶은 요즘 자카르타는 오후만 되면 비가 내리고 있다. 비가 내리고 나면 하늘은 마치 한국의 초가을 하늘처럼 청명해 진다. 이런 날은 자카르타에서도 Gede 산과 Salak 산의 모습을 뚜렷하게 볼 수가 있다. 이 좋은 날씨를 즐기고 싶은 생각이 들어 주말에 지인들과 약속을 정하고 Gede 산자락에 자리 잡은 골프장으로 운동을 나갔다. 고산지대라서 그런지 바람까지 시원했다. 오후에…
제3회 적도문학상 대상 (한국문협 이사장상) / 시 부문 바띡론 4-채송화 이태건 어린 시절 어머니의 장독대 돌들 앞에 무리 지어 피었던 채송화들 옛 빛깔 그대로 반둥 집 뜰에 피어 있다 작은 바람도 이기지 못하고 팔랑 이는 꽃잎 그 위로 용케 하늘을 받쳐 들고 있다 아마, 어머니 고향 전라도 영암과 지금 내 사는 반둥 식민의 역사 속에서 계절들 무겁게 내려 쌓이고 수만 햇살 뜨겁게 내리 꽂힐 때에도 낮은 몸뚱어리 더 낮게 땅에 엎드려 내 새끼 내 자식 보듬으며 뿌리로는 말라…
< 수필산책 49 > 나의 또 다른 세상, SNS 활동 엄재석/한국문협 인니지부 부회장 SNS는 Social Network Service의 약자로서 21세기 인류가 처음으로 경험하기 시작하는 인간관계망이다. 지금은 스마트 폰이나 인터넷 환경의 테블렛 피시 등을 이용하여 실시간으로 세상과 교통하는 시대이다. 온라인 서비스를 통하여 서로 관심이나 취미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연락을 주고받기도 한다. 멀리 있는 지인이나 친구들과 관계를 강화시켜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인간관계도 폭 넓게 형성하…
< 수필산책 48 > 인니 대표 서정시인 조꼬 삐누르보와 커피편지 서미숙 / 수필가, 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장) 살아있는 생명체는 끊임없이 산소를 들이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처럼 열대나라 수도인 자카르타도 살아있는 도시라고 증명이라도 하고 싶은 것일까? 계절의 순환을 알리듯 거친 숨을 토해내며 한바탕 시원한 빗줄기를 쏟아 붓더니 어느새 활짝 개어 언제 폭우가 쏟아졌냐는 듯 청명하고 맑은 하늘에서 구름에 실려온 봄기운이 느껴진다. 한국의 유력한 시 전문 잡지에서 인도네시아 시와 시인을 소개…
< 수필산책 47 > 신작로와 잃어버린 시그널 김준규 / 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운영위원 그 시절의 신작로는 양쪽에 콩밭과 감자밭이 펼쳐져 있고 초록바다가 모세의 기적처럼 갈라진 누런 흙과 자갈길이 뻗어가다가 소나무 숲을 한참 지나 산등선이 가위처럼 겹쳐지는 소실점과 맞닿아 있었다. 비탈 위에 위태롭게 끌려오던 혼미한 시대, 우유빛 안개에 가려진 암울한 미래의 갈피에서 답보된 시간은 지루하게 흘러가고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 또래 친구들이 만화책을 즐겨 읽곤 할 때 나는 엉뚱하게도 문학서…
< 수필산책 46 > 어머니의 꽃, 군자란 김재구 /한국문협 인니지부 사무국장 꽃도 주인의 마음을 알아줄 수 있을까? 간혹 똑똑한 강아지들은 주인과 헤어져 수 만리 떨어져 있어도 주인을 잊지 못해 주인 집을 찾아왔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꽃도 주인을 사랑하고 주인과 마음을 같이 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더욱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우리 어머님이 키우시던 꽃이 어머님의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꽃피울 때가 아님에도 꽃을 피웠던 때가 있었던 것이다.…
< 수필산책 45 > 딸라가(Talaga)에서 온 고양이들 이야기 하연수/한국문협 인니지부 감사 어느 날 공장 사무실 안으로 삼색 암 고양이 한 마리가 뛰어 들어왔다. 나는 그저 딸라가(Talaga) 지역 공장지대 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양이들의 구역 확보 싸움이 또 벌어졌구나 정도로 여기고 지나갔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삼색 고양이가 허벅지에 큰 상처를 입고 있어서 아내가 고양이를 동물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아내는 삼색 고양이를 치료한 후 집으로 데려와서 보살펴 주며 양순이라는 이름을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