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필산책 > 달콤한 수술 (Operasi Manis) 전현진 / 제4회 적도문학상 최우수상 수상자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오늘은 수술 날이다. 나는 옷을 갈아입는다. 들어서기도 전에 기다리는 이들을 만난다. 가볍게 눈빛 인사를 한다. 들어가서 거품을 내어 손을 꼼꼼하게 씻는다. 준비된 삐사우를 들고 정중앙을 짚는다. 상태를 보니 최적의 컨디션이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짐작은 했지만, 예상보다 더 좋다. 나는 슬쩍 한 귀퉁이를 맛본다. 달다! 역시 여름엔 수박이다. 조심하는데도 꼭 수박 물이 튀어서 …
< 수필산책 134 > 마음의 이사 한화경 /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올해 6월, 현재 살고 있는 집 계약기간이 다가오면서 이 나라에 온지 2년이라는 세월을 실감하게 되었다. 세월의 흐름은 정말 빠르다. 지금의 집은 처음 살아본 2층집인데다 방마다 화장실이 있고 풀퍼니처로 모든 가구가 구비되어 있었기에 우리에게는 과분한 집이었다. 그렇게 인도네시아에서 첫 생활을 시작했다. 다섯 식구가 적도나라에 적응하는 과정을 지켜준 고맙고 추억이 많은 정든 집이다. 남편이 발령을 받아서 준비단계로 남편 홀로 이 나…
< 수필산책 124> 고등어의 눈물 최순덕 / 수필가 시퍼런 바다가 쏟아진다. 탱글탱글 터질 것 같은 싱싱한 고등어가 배에서 바로 집으로 왔다. 스티로폼 박스에 얼마나 꾹꾹 눌러 담았는지 박스가 미어터진다. 고등어 사이사이에 신문지 뭉치를 쑤셔 넣듯 쿡쿡 박아 넣은 한치는 또 얼마나 많은지, 쏟아놓으니 큰 대야에 가득하다. 제매가 오징어 좋아하는 줄을 어찌 기억하고 있는지 제철 만난 한치를 많이도 보냈다. 맙소사, 작은 오빠가 바다 한 귀퉁이를 툭 때어 보낸 것 같다. 막내 오빠는 고등어 잡이 선단의 …
2020년 제 4회 적도문학상- 수필, 소설부문 심사평 권대근(문학평론가, 대신대학원대학교 교수) 문학은 결코 인생을 장식하는 악세서리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 값어치는 인생의 위로가 되고 동반자가 되는 데 있다. 자신의 명리보다도 사회를 윤택하게 하는 데 힘쓸 때, 문학의 가치는 한층 발휘된다. 이번 제4회 적도문학상 공모에서 아쉬운 점은 위의 열린 문학정신의 문양을 보여주는 작품은 없었다는 점이다. 성인부 최우수상은 전현진의 <놋그릇 원앙에 내리는 비>와 하승창의<Ya, Udah>,…
2020년 제4회 적도문학상 심사평 -시 부문 심사평 공광규 시인 (문학박사)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제4회 적도문학상에 도전한 많은 응모자들께 경의를 표한다. 응모기간이 연장되어 응모작품은 의외로 많았지만 대상 작품을 내지 못한 점이 아쉽다. 적도 인근 나라에 이주해 사는 동포들이 응모한 여러 편의 시 가운데 김은경 (싱가포르)의 「민화, 붓질하다」를 우수작으로 뽑았다. 투고한 시들 모두 상당 수준에 도달해 있다. 시를 많이 써본 흔적이 보인다. 형식이나 내용을 안정…
< 수필산책 114 > 조용한 전쟁 김준규 / 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운영위원) 어느 날 길거리에는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줄을 잇고 전쟁이 일어났다며 수근거리고 있었다. ‘코로나 19’ 라는 바이러스 군단이 쳐들어 왔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전쟁에 대비한 비상사태를 선포한다. 외부로부터 유입될 수 있는 바이러스 군대를 최대한 막기 위하여 모든 공항과 항만을 폐쇄하고 국민들은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써야하며 밖으로의 이동을 자제하라고 명령한다. 티비에서는 연일 지휘관을 내…
< 수필산책 > 쓰기의 시대 신정근 / 수필가(한국문협 인니지부 명예회원) 지하철과 버스 안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무언가를 쓰거나 글자를 찍고 있다. 두 개의 엄지손가락 혹은, 검지손가락 하나만을 짧은 순간 빠르게 움직이며 작은 액정화면에 자신만의 생각을 펼친다. 어떤 글은 온전히 자기만의 표현을 문자라는 매체로 구체화하였고, 어떤 글은 단순히 보이지 않는 누군가와의 평범한 대화의 연속이었다. 그 소소한 시간을 사람들은 ‘쓰기’라는 매체를 통해 소비하고 있었다. 나…
<수필산책 94> 건망증, 그 당혹스러운 손님 서미숙 / 수필가, 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장) 젊은 시절, 한국을 떠나와 인도네시아에서 오랜 세월 살아온 동문들이 모인 자리에서 건망증이 화제가 되었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웃을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경자년인 새해에 환갑을 맞는 선배도 있었고, 갱년기를 아직도 달고 사는 친구들의 경험도 대략 비슷했다. 그러다 어떤 친구가 어느 영화의 줄거리를 재미있게 이야기 하면서 정작 영화 제목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하자, 모인 친구들이 모두 &ld…
2020년 제4회 적도문학상 공모 현재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는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고자 한국문협 인니지부는 제4회 적도문학상 일정을 변경 공지합니다. 앞으로 제4회 적도문학상 응모를 희망하시는 분들께서는 아래 변경된 포스터를 참조하시어 일정에 차질 없으시기를 바랍니다. 현재까지 귀한 옥고로 적도문학상에 응모해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유일한 한국문학 단체인 한국문협 인도네시아지부에서우리 문학의 맥을 잇고 발전시켜 나갈 우수한 작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