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날...조은아어느 봄 날, 벚꽃이 새하얀 눈처럼 날려 길을 덮고 송진향이 바람을 타고 퍼져오르던 한국의 봄날... 나는 이 열대의 땅에서 아팠다.도대체 몇 년 만인지... 병치레가 잦지 않고 나름 강단성을 자부했던 나인데, 남들은 두 서너 번도 걸린다는 코로나도 한 번 걸려본 적 없었던 나다. 심지어 코로나가 걸려 열이 펄펄 끓던 작은 아이를, ‘에라 나도 한 번에 같이 앓고 나자’는 각오로 끌어 앉고 잠을 자기도 했는데 작전 실패였다. 더 기막힌 건 주말에 이틀 와서 아이와 딴 방을 쓰고 간 남편은 코로나에 걸려 기숙사에 …
모시 홑이불을 덮고 홍윤경 / Pleats koko대표 외할머니 하면 떠오르는 한 단어는 정갈함이었다. 단정하고 깨끗하고 그래서인지 조금은 까탈스러워 보이는 모습. 할머니가 기성복을 입으신 것을 본 기억이 그다지 없다. 손수 당신의 옷을 많이 지어서 입으셨고, 당신의 딸들에게 그리고 하나뿐인 첫 외손녀인 나에게까지 당신이 손수 바느질한 옷을 지어주셨다. 그 옷의 모양과 섬유의 종류가 간혹 나를 당혹스럽게 만들었지만 외출복으로만 안 입으면 그만이니까 할머니가 지어 준 옷을 거부하지는 않았다. 할머니가 손수 …
서로 기대어 다시 홍윤경 / Pleats koko대표 自然이 난동을 부린다. 더는 못 참겠다고 요동을 쳐댄다. 산허리를 두 동강이 내고서 불 울음을 뿜어댄다. 그 울음을 또 하늘에 가 닿아 온종일 눈물을 뿌려낸다. 그 눈물은 넘치고 넘쳐흘러서 또 그렇게 스스로를 쓸어간다. 땅이 갈라지고, 불이 솟는다. 어쩌자고……. 도대체 어떻게 견뎌내라고……. 自然은 늘 그대로일 줄 알았는데 그 自然이 등 돌리고 앉아서 우리를 모르는 척 하는 것 같다.…
인도네시아의 보검, 끄리스 (KRIS) 사공 경/ 한인니문화연구원장 서울에 세종로가 있듯이 자카르타에 수디르만로가 있다. 이도로 입구 중앙에는 한 시절의 영웅이 아니라 나라의 영원한 상징이 된 수디르만 장군의 동상이 있다. 수디르만 장군 동상은 네덜란드 재침략에 대항해 죽을 때까지 나라를 지키겠다고 다짐하는 장면을 담아 낸 것이다. 왼손에는 지휘 지팡이를 들고 있고 코트에는인도네시아 단검인 끄리스(Keris)가 꽂혀 있다. 거수 경례를 하면서 고개를 꼿꼿이 들고 있는, 출정 직전의 군인의 위엄이 느껴지는 모습이다. …
이부 니닝 이야기 (Covid 19 in Kampung) 조은아 “Nyonya bibi Nining meninggal tadi di subuh” “Apa? Mengapa dia tiba-tiba meninggal? Apakah dia kena corona?” “Tidak. cuma meninggal saja saat dia sedang tidur. kemungkin Tuhan nya membutuhkan dia.” 어머나... 외마디를 외치곤 나는 …
인도네시아 인문창작클럽, 2020 웹진 'My Dear Indonesia' 출간 웹진 4호 보기 링크 https://issuu.com/kimyoungmin/docs/__4__2020_______1___42305f5644b0c8 관련 기사보기 >>http://www.pagi.co.id/bbs/board.php?bo_table=korean_news&wr_id=13290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미술 글,사진 이혜자 / 푸드 코디네이터 올해 3월 세계 보건기구(WHO)에서 팬데믹이 선포되고, 우리는 지금까지 겪어 본적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코로나19사태는 전 세계인류에게깊은 상처와고통을 남기고 있다. '잠시멈춤' '사회적 거리두기'는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기던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고, 근본적인 가치,돌아가야 할 익숙한 많은 것들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우리가 겪고 있는 지금의 폐쇄사회는 우리의 시스템이 얼마나취약한지도 깨닫게 한다.…
외로울 때 나는 해양 박물관에 간다 사공경/ 한인니문화연구원장 보고 싶은 것도 많았고 알고 싶던 것도 많았던 시절, 외로울 때 나는 바다를 마음껏 상상할 수 있는 순다 끌라빠 지역에 있는 해양 박물관(Museum Bahari)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나는 바다 향기에 흠뻑 취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해양박물관은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 유럽 시장에서 인기가 많았던 육두구와 후추같은 향신료, 바틱같은 직물, 커피, 차, 구리, 주석, 인디고 염료 등을 보관하고 포장하는 창고였다. 이 상품들은 가까이 있는 순다 끌라빠 항…
자가격리 14일의 기록과 단상들 이혜자 / 푸드 코디네이터 인천공항 아침7시 도착,텅 빈 활주로와 텅 빈 공항,위생복을 입은 수 많은 군인들.코로나가 바꾼 풍경은 우리가 지금 팬데믹의 시간 속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 입국장에서는 군인들이 해외에서 입국한 사람들의 검역과핸드폰에 자가격리 앱을 설치 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건강검진표와 앱을 확인하면입국심사가 통과된다.방역 택시를 타고 지역보건소로 이동.긴 면봉 같은 것으로입안과 코안 점막에서 검체를 채취하는 방식이다. 보건소에서 대형쓰레기봉투와…
자카르타 그리고 전염병 노경래 남부 자카르타에 있는 리뽀몰 끄망에 자주 들렀다가 그럴듯한 레스토랑들이 있는 끄망 라야로 가곤 한다. 리뽀몰에서 끄망 라야로 가기 위해서는 차량 두 대가 교행이 어려운 골목길을 지나야 한다. 그 골목길을 지날 때 마다 느끼게 된다. 인도네시아 사람들 참 무던하다고……. 그 골목길의 초입은 시멘트로 포장되어 있는 오르막길이다. 그런데 그 오르막길에는 항상 하수구의 물이 넘쳐 흘러내리고 있다. 오르막길 위쪽의 하수구가 더 이상 연결되지 않고 끝나버리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