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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진주사(將進酒辭) 시, 성선경 살구꽃 피면 한 잔 하고 복숭아꽃 피면 한 잔 하고 애잔하기가 첫사랑 옷자락 같은 진달래 피면 한 잔 하고 명자꽃 피면 이사 간 앞집 명자 생각난다고 한 잔 하고 세모시 적삼에 연적 같은 저 젖 봐라 목련이 핀다고 한 잔 하고 진다고 하고 삼백예순날의 기다림 끝에 영랑의 모란이 진다고 한 잔 하고 남도의 뱃사공 입맛에 도다리 맛 들면 한 잔 하고 봄 다 갔다고 한 잔 하고 여름 온다 한 잔 하고 초복 다름 한다고 한 잔 하고 삼복 지난다고 한 잔 하고 국화꽃 피면 한…

  • 눈물의 배후 시. 최광임 한 계절에 닿고자하는 새는 몸피를 줄인다 허공의 심장을 관통하여 가기 위함이다 그때 베란다의 늦은 칸나 꽃송이 쇠북처럼 매달려 있기도 하는데 그대여 울음의 눈동자를 토끼눈으로 여기지는 마시라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여기는 고목일수록 어린 잎들 틔워내는 혼신의 힘은 매운 것이니 지루한 가뭄 끝 입술의 심혈관이 터진 꽃무릇 같은 것이니 턱을 치켜세운 식욕 왕성한 새끼들에게 공갈빵이나 뜯어 먹게 하는 무색한 시절을 두고 부엌으로 달려가 앙푼에 밥을 비빈다 어떻게든 허방으로 떠밀리…

  • 내 소 사 시, 도종환 내소사 다녀왔으므로 내소사 안다고 해도 될까 전나무 숲길 오래 걸었으므로 삼층석탑 전신 속속들이 보았으므로 백의관음보살좌상 눈부처로 있었으므로 단청 지운 맨얼굴을 사랑하였으므로 내소사도 나를 사랑한다고 믿어도 될까 깊고 긴 숲 지나 요사채 안쪽까지 드나들 수 있었으므로 나는 특별히 사랑받고 있다고 믿었다 그가 붉은 단풍으로 절정의 시간을 지날 때나 능가산 품에 깃들여 고즈넉할 때는 나도 그로 인해 깊어지고 있었으므로 그의 배경이 되어주는 푸른 하늘까지 다 안다고 말하곤 …

  • 여수 시. 여영현 내 사촌 형은 말더듬이다 전기공학을 전공했으나 전류가 잘 흐르지 못했다 그래서 친구 누나를 소개시켜 주었다 꽃을 선물하라고도 일러 주었다 물론 사촌 형은 그녀를 두 번 만나지 못했다 무슨 꽃을 사 주었는지도 입을 다물었다 여수는 유채꽃이환해서 사월이 바다를 건너는 향기가 아렸다 곤충들은 빛과 냄새, 어떤 것으로 꽃밭을 찾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상가(喪家)에서 친구 누나를 봤다 이십 년 시간의 빗금, 얼굴이 실금 간 작은 종지 같았다…

  • 우리는 지구에서 고독하다 시, 이 원 7cm 하이힐 위에 발을 얹고 얼음 조각에서 녹고 있는 북극곰과 함께 우리는 지구에서 고독하다 불이 붙여질 생일 초처럼 고독하다 케이크 옆에 붙어온 플라스틱 칼처럼 한여름에 생겨난 잎들만 아는 시차처럼 고독하다 식탁 유리와 컵이 부딪치는 소리 죽음이 흔들어 깨울 때 매일매일 척추를 세우며 우리는 지구에서 고독하다 출판기념회처럼 고독하다 영혼 없는 영혼처럼 코스프레처럼 고독하다 텅 빈 영화상영관처럼 파도 쪽으로 놓인 해변의 의자처…

  • 푸른 징조 시. 김길녀 사람의 정신은 머릿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발바닥에 스며있다며 일 흔 살 처녀할머니 살아생전 어린 손녀를 무릎에 앉혀놓고 툇마루 끝 부엌 달린 외양간 늙은 황소에게 붉은 눈길 보내며 중얼거리셨다 늦여름 땡볕이 끝 몸살 앓던 가을, 홍시 따려다가 말벌에게 뜯겨버린 손가락의 벌침독 어린 손녀 온몸 빨갛게 부풀게 하였을 때, 아홉 살 짜리 계집아이 몸 발가벗긴 채 처녀할머니 왕소금으로 생살을 문지르면 소름처럼 돋아나던 발바닥의 정신들이 해질녘 마당 귀퉁이에 피어난 붉은 맨드라미 살결처럼 보드라웠다…

  • 가난의 힘 시. 신현림 나를 바꿀 기회, 복권을 사 본 적도 없다 사내 냄새는 맡고 살아야지 하고는 일하다 잊었다 해를 담은 밥 한 그릇이 얼마나 눈물겨운지 쌀 한 줌은 눈송이처럼 얼마나 금세 사라지는지 살아가는 일은 매일 힘내는 일이었다 생각을 많이 한다고 생각이 깊어지지 않지만 내일은 힘들지 않으리라 생각하며 일한다 온 힘을 다해 일하는 모습은 주변 풍경을 바꾼다 온 힘을 다해 노을이 지고 밤이 내리듯 온 힘을 다해 살아도 가난은 반복된다 가난의 힘은 그래도 살아가는 것이다 …

  • 기증과 비교, 경매 이벤트, <한글서예의 어제와 오늘> 전 ▲ <한글서예의 어제와 오늘>이 열린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 25년, 누구에게나 짧은 세월이 아니다. 어떻게든 무엇이든 하나로 뭉뚱그리기 쉽지 않은 시공이다. 흥미롭게도 필묵을 길잡이 삼아 외길을 가는 서예가들의 25년 세월이 작품 두 점으로 대척점처럼 걸렸다.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린 <한글서예의 어제와 오늘(10,12~11,2)>전이다. 어떨까? 작품 두 점으로 들추는 25년 변천사가. 이 전시는 한국서학회(회장 …

  • 다정의 세계 시. 이재연 우리는 아주 가끔씩 다정해진다. 식사가 끝나면 카드를 찾아 손쉽게 자신의 이름으로 자신을 증명하였다. 그다지 어려운 일도 쉬운 일도 아닌 그런 일들과 함께 나무보다 앞서서 나무를 생각하기도 한다. 나무는 나무들끼리 조금씩 움직이고 아이들은 자신들의 은어를 가지고 놀았다. 이 별에는 비가 내리거나 발자국이 아닌 발자국을 따라가듯 눈이 온다. 혹자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길냥이를 키워낸다. 또 다른 혹자는 불안이라는 이불을 덮은 오늘과 자연스럽게 동침을 하였다. 바람은 부풀려지고 희…

  •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시. 정지원 단 한 번일지라도 목숨과 바꿀 사랑을 배운 사람은 노래가 내밀던 손수건 한 장의 온기를 잊지 못하리 지독한 외로움에 쩔쩔매도 거기에서 비켜서지 않으리 어느 결에 반짝이는 꽃눈을 닫고 우렁우렁 잎들을 키우는 사랑이야말로 짙푸른 숲이 되고 산이 되어 메아리로 남는다는 것을 강물 같은 노래를 품고 사는 사람은 알게 되리 내내 어두웠던 산들이 저녁이 되면 왜 강으로 스미어 꿈을 꾸다 밤이 갈수록 말없이 서로를 쓰다듬으며 부둥켜안은 채 느긋하게 정들어가는지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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