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곰나루 문학특강] 2024년 3-6월(총12주) 강의 안내한국, 미주, 호주, 인도네시아, 인도 등(한국시간 기준)
42년 만에 온친구의 카톡 편지 이태복(시인, 사산자바문화연구원 원장) 내 동기 친구에게 쓰는 편지 내 어린 시절 18살의 기억 속에 그 시간이 있었네. 지금은 아무리 돌아보려고 해도기억이 없네. 날 기억이라도 한련가 ? 나, 이준태 일세! 늘 숨어서 훔쳐보는 것처럼 시인의 글 근황을 지켜보고 있는 평범한 노인 일세! 잘 지내는 모습 부러우이. 건강하시고기억하는 친구 일랑 세월을 보탬주세. 그냥 친구 이름이 보고픈 친구일세. 이준태. 감이 잡히지 않는 카톡 편지가 왔다. 보낸 이의 프로…
와아! 산이 멋지다. 이태복(사산자바문화연구원장, 시인) 할아버지가 갑자기 몸져 누웠던 밤, 먹구름 속에 천둥치던 우기의 어젯밤이 너무 어두워서 아침을 걱정했었는데 머르바부 산이 멋진 풍경을 선물했다. 연구원에는 시계 같은 할아버지가 한 분 계신다. 아침 4시면 사원의 아잔 소리에 일어나 기도를 하고 와서 연구원의 모든 창문을 열고 밤새 떨어진 마당의 낙엽을 쓸고 하루를 시작하는 ‘랄’이라는 할아버지다. 값싼 동정심이었나? 오갈 때 없는 불쌍한 할아버지 한 분이 있어서 별 부담 없이 …
훌쩍 떠난 흔적 이태복 (시인, 사산자바문화연구원장) 떠나는 차를 막을 수 없어 손만 흔들고 연구원에 들어선다. 손님 떠난 휑한 연구원에 머르바부 산에 걸린 구름같은 적막이 흐른다. 고도가 낮아지고 항공기 착륙 후에 고막천공이 회복된 듯 그제야 일상의 밤벌레 소리가 요란하다. 별들도 다시 반짝인다. “덜커덩! 콰아앙!” 빨랄 노인네가 잠그는 요란한 쇠 대문 소리가 머라삐 화산 폭발음처럼 커지더니 스러졌고 노인네에게는 주인님의 손님이라 부담이었는지 손님이 떠나자 긴장이 풀린 듯 방에 들어가…
K군에게, 통계에 관한 이야기 이병규(한국문협 인니지부회원) K군! 어제 저녁 자리에서의 토론이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 나왔던 통계에 관련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특히 좋았던 것 같아요. K군이 본인의 키며, 월급 그리고 인도네시아 GDP 대비 주변 현지인들의 임금 격차 등의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는군요. 그 자리에서 바로 이야기는 못했지만, 우리가 흔히 겪고 있는 통계와 관련된 이야기를 한 번 들려드릴 테니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를 잘 한번 들어 보세요. 미국의 North Caroli…
마음 설레는 시작 한화경(문협인니지부 회원) 요즘 나에겐 자꾸 신경 쓰이는 그이가 생겼다. 나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준 매력적인 그다. 그는 내가 더 잘 해 보이고 싶은 열정을 가지게 해주고 나의 삶에 활력소가 되어주고 있다. 노력하는 만큼 친해지는 그이가 나는 참 좋다. 새로운 것을 시작한다는 건 용기가 필요하지만 '얼마나 좋은 일인가'라는 것을 요즘 들어 새삼스럽게 실감하고 있다. 예전부터 악기를 같이 배우자고 권해주던 고마운 동생이 있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함께 하지 못했었다. 그러다 둘째 …
사랑의 짧은 언어 이태복(시인, 사산자바문화연구원장) 작은 수의 언어로 사는 게 동물이다. 고양이의 언어는 보통 쓰는 ‘야옹’이라고 내는 소리 외에 위협할 때 내는 ‘쎄에’하는 소리, 끙끙거리는 소리, 사랑의 바디 랭귀지인 발톱으로 긁기와 꾹꾹이 등, 내가 문자로 옮길 수 있는 언어는 많지 않다. 사람이 사용하는 한 단어를 문자로 표현하고 그 소리를 어떻게 내느냐에 따라 뜻이 달라지는데 이것이 발달한 언어가 중국어의 4성이란다. 어제 이른 아침 우리 집 고양이 행…
가난의 풍경 이병규(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짝수 날의 출근길은 자카르타 뿌삿(Pusat)의 좁디좁은 골목길로 길고 긴 항해다 암초 같은 오토바이들을 지나고 거친 와룽들의 파도를 넘는 길은 온갖 삶의 풍경들로 꽉 채운 삶의 현장이다 빈틈도 없을 것 같은 풍경 사이로 작은 그림자 하나가 삐쳐 나왔다 멈춰선 차들의 그림자를 밝고 선 차창 너머의 작은 그림자 삶이란 무게 딱 그만큼 휘어진 허리로 지푸라기 망태기를 걸친 엄마와 제멋대로 반대로 넘어가 가까스로 매달린 아이 깊은 삶이란 늪에서 살려달라고,…
이상하고 재미있는 동물들 강희중/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반둥의 ‘꼬따 바루’에서 산 지도 1년이 넘었다. 유난이 크게 들리는 아침 참새의 ’짹짹’ 소리에 알람이 필요 없다. 상쾌한 기분으로 눈을 뜬다. 구름은 뭉실뭉실 떠다니며 사람이 살기 딱 좋은 습도와 온도가 마치 한국의 가을 날씨와 같다. 해발고도 700m, 사람 살기가 정말 좋은 곳이다. 예로부터 산 좋고,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 사람들은 살고 싶어 한다. 여기가 그런 곳이다. 가끔 버카시나 자카르타에 가면 한…
<수필산책 212 > MZ시대의유교(儒敎)보이를응원하다 이병규/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우리사무실에는A씨라는한국사람이근무하고있다. 2년 전 쯤코로나가막시작하기바로직전에이곳자카르타로발령받아서나온분인데나이는 40대중후반에딸둘이있는전형적인중년의직장인이었다. 본사에서는아프리카와동남아지역을두루담당한영업전문인력으로인도네시아장사한번잘해보라고보냈다고한다.지난2년간코로나상황에도그럭저럭잘버티고있고,몇번의위기가 있었지만그때마다운좋게위기를잘넘겨본인스스로꽤나자부심이높다. A씨는끝까지아니라고주장하는데,대화를하다보면경상도억양이느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