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필산책 48 > 인니 대표 서정시인 조꼬 삐누르보와 커피편지 서미숙 / 수필가, 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장) 살아있는 생명체는 끊임없이 산소를 들이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처럼 열대나라 수도인 자카르타도 살아있는 도시라고 증명이라도 하고 싶은 것일까? 계절의 순환을 알리듯 거친 숨을 토해내며 한바탕 시원한 빗줄기를 쏟아 붓더니 어느새 활짝 개어 언제 폭우가 쏟아졌냐는 듯 청명하고 맑은 하늘에서 구름에 실려온 봄기운이 느껴진다. 한국의 유력한 시 전문 잡지에서 인도네시아 시와 시인을 소개…
< 수필산책 47 > 신작로와 잃어버린 시그널 김준규 / 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운영위원 그 시절의 신작로는 양쪽에 콩밭과 감자밭이 펼쳐져 있고 초록바다가 모세의 기적처럼 갈라진 누런 흙과 자갈길이 뻗어가다가 소나무 숲을 한참 지나 산등선이 가위처럼 겹쳐지는 소실점과 맞닿아 있었다. 비탈 위에 위태롭게 끌려오던 혼미한 시대, 우유빛 안개에 가려진 암울한 미래의 갈피에서 답보된 시간은 지루하게 흘러가고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 또래 친구들이 만화책을 즐겨 읽곤 할 때 나는 엉뚱하게도 문학서…
< 수필산책 46 > 어머니의 꽃, 군자란 김재구 /한국문협 인니지부 사무국장 꽃도 주인의 마음을 알아줄 수 있을까? 간혹 똑똑한 강아지들은 주인과 헤어져 수 만리 떨어져 있어도 주인을 잊지 못해 주인 집을 찾아왔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꽃도 주인을 사랑하고 주인과 마음을 같이 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더욱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우리 어머님이 키우시던 꽃이 어머님의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꽃피울 때가 아님에도 꽃을 피웠던 때가 있었던 것이다.…
< 수필산책 45 > 딸라가(Talaga)에서 온 고양이들 이야기 하연수/한국문협 인니지부 감사 어느 날 공장 사무실 안으로 삼색 암 고양이 한 마리가 뛰어 들어왔다. 나는 그저 딸라가(Talaga) 지역 공장지대 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양이들의 구역 확보 싸움이 또 벌어졌구나 정도로 여기고 지나갔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삼색 고양이가 허벅지에 큰 상처를 입고 있어서 아내가 고양이를 동물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아내는 삼색 고양이를 치료한 후 집으로 데려와서 보살펴 주며 양순이라는 이름을 지…
<수필산책 44> 3.1절 백주년 기획특집 아베마리아(Ave Maria, Hail Mary) - 위대한 어머니들에게 - 이영미 / 수필가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탕탕탕” 1909년 10월 26일 중국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향해 권총 세 발을 명중시키고 그 자리에서 만세를 부르다 체포된 사나이 안중근,조국의 독립을 위해 스러져간 많은 민족 열사 중에 유독 안중근이라는 이름 석 자가 후세들에게 낯설지 않은 이유는 그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와 주고 받은 옥…
< 수필산책 43 > 비린내론 이영미 / 수필가,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익히지 않은 것들은 비릿한 냄새를 풍긴다. 비릿하다는 것은 치부를 들키고 싶지 않다는 은밀한 욕구이다. 때로는 누군가의 욕망이나 비밀이 비린내가 진동하는 것처럼. 자연이 소유한 향기가 부러운 인간의 욕망이 향수를 만들었다. “사람들은 후각을 잃는 동시에 추억도 함께 잃어버린다”는 명대사가 나오는 <퍼펙트 센스>라는 영화를 기억하는가? 효과적인 암기법으로 이미지 연상법이 유행이듯이 후각이 더해진 기…
< 수필산책 42 > 90세 아버지의 자카르타 방문 엄재석 /한국문협 인니지부 부회장 수카르노하따 공항의 1층 입국장 문이 열리자 아버지가 나오신다. 90세 아버지가 7시간이란 긴 여행 끝에 인도네시아 땅을 처음으로 밟는 순간이다. 장시간의 여독에도 불구하고 건강하신 아버지의 모습에 껴안고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 아니 주위에 사람이 없다면 땅바닥에 넙죽 엎드려 절이라도 했을 것이다. 이국 땅에서 연로하신 아버지를 뵙다니 이게 현실인지 구분이 안 된다. 아버지와 함께 오신 형님과도 진한 포옹을 나누었다.…
<수필산책 41> 행복을 전하는 말 한마디 서미숙 / 수필가, 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장) 한주가 시작되는 활기찬 어느 월요일, 한국에 있는 친구로부터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싱그러운 월요일! 건강 조심하고 행복하게 보내~” 짧은 글이긴 해도 어쩐지 친구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아 마음에 온기가 전해져 온다. 몇 년 전부터 각종 매체들로 연재가 늘어난 나의 하루는 머리도 몸도 편하게 쉬지 못하고 늘 많은 생각들로 가득 차 있다. 잠을 자도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날…
< 수필산책 40 > 여름산사에 두고 온 보름달 이은주 / 수필가 (한국문협 인니지부 부회장) 늦은 시간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회사 마당 위로 보름달이 그윽하게 내 얼굴을 비추고 있다. 구부린 어깨를 힘껏 제쳐 보름달을 올려보려니, 어느새 발밑으로 내려와 보폭이 다른 발걸음에 하마터면 보름달 궁둥이에 부딪칠 뻔 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뜨거운 열대의 적도 하늘의 매력에 흠뻑 빠진 나의 유일한 취미는 언제 어디서나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이다. 지금쯤 고향의 밤하늘에도 보름달이 뜨고 있을까?사립문 마당에 …
<수필산책 34 > 기억 속의 산책-같은이름, 다른친구 조수미 하연수 / 한국문협인니지부 감사 며칠 전,아침시간에 문협단체 방에 올라온 ‘기차는8시에 떠나네’소프라노 조수미 노래를 듣다가 불현듯 아주 오래 전의 기억 속으로 빠져들었다. 아마도 국민(초등)학교6학년 때였을 것이다. 옆자리에서 공부했던 같은 이름의 다른 소녀 조수미를 떠올려 본다. 졸업식 날, 새벽부터 내리던 눈이 온 해동 천지를 하얗고 부드러운 이불로 덮어주고 있었고, 눈 내리는 이른 아침 학교 가는 길 따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