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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소식 “한인 사장, 월급날 수십억 들고 튀어” 인도네시아 근로자 3000명 울분 한인뉴스 편집부 2019-03-08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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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관의 압류 딱지가 붙어있고 자물쇠가 채워진 에스카베(SKB) 공장 문. 주변엔 쓰레기들이 방치돼 있다. 브카시(인도네시아)=고찬유 특파원
 
 
[현지 봉제업체 SKB 가보니…] 
“사정 어렵다” 월급 깎으며 한국인 직원 하나 둘씩 사라져 
직원들 “한국 좋은 나라잖아요, 일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바팍(선생님), 월세와 딸 학비를 못 내고 있어요. (할부로 산) 오토바이도 뺏길 거예요. 빚도 갚아야 해요. 당장 먹을 것도 못 사요. 12년을 일했어요. 갑자기 (한국인들이) 다 사라졌어요. 어때요?”
 
아툰 타우티니(40)씨가 “뭐가 힘드냐”는 기자의 우문에 되물었다. 좀 전까지 깔깔 웃던 그의 얼굴이 일순간 굳어졌다. 2006년 남편을 여읜 신산을 버티며 강산이 변하도록 드나들던 공장 문에는 세관의 압류딱지가 붙어 있었다. 아툰씨의 침묵이 길어지자 수산(41)씨가 거들었다. “저는 남편 혼자 버는데 아들 둘을 키우기 버거워요. 그래서 저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어요.”

4일 낮 12시 브카시 어느 도로변에 위치한 ㈜에스카베(SKB) 공장 안에는 여전히 노동자들이 있었다. 2헥타르(ha) 면적에 늘어선 공장 건물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죄다 압류딱지가 붙고 자물쇠로 잠겨 있지만, 40여명은 이날도 회사 정문 안쪽 뜰에서 그저 평범한 아무 날처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축사와 흡사한 구조에 쓰레기와 오물이 뒤섞인 곳이지만 매점도 있는 야외식당이라고 했다. 위생도 문제지만 3,000여명이 식사를 하기엔 비좁아 보였다. 그런 뜻을 비치자 다들 깔깔 웃었다.

공장 주변은 폐허처럼 스산했다. 어두워서 카메라에 담기지 않는 녹슨 창 틈 너머 공장 안은 봉제기계가 가득했다. 에어컨이나 환풍기는 보이지 않았다. 지붕은 열기를 잔뜩 머금은 슬레이트였다. 사장보다 노동자가 먼저 도망가고 싶은 환경이었다.
 
사장 김모(69 추정)씨는 작년 10월 5일 월급날에 돌연 자취를 감췄다. 사정이 어려우니 다음에 주겠다며 그 몇 달 전 월급을 깎을 때부터 한국인 직원 8명도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 뒤에도 주문이 들어와서 일은 계속했다. 11월 마지막 남은 한국인 직원도 돈을 들고 사라졌다. 사장 김씨와 함께 사라진 돈은 900억루피아(약 72억원). 이곳 노동자 2만6,706명에게 월급을 주고도 남는 금액이다.
 
애초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경영상 애로가 SKB 사태의 발단으로 거론됐지만 사실은 다르다. 노동자들은 “하루 노동시간이 10시간을 넘기기 일쑤였고, 명목상 최저임금마저도 깎였다”고 주장했다. 인근에서 900명 규모의 봉제업체를 운영하는 노모(49)씨는 “(SKB는) 지분 관계로 오래전부터 잡음이 많았던 곳”이라며 “도매금으로 이미지가 나빠질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노씨는 “직원들과 협의해서 임금을 정하면 최저임금을 맞추지 못하더라도 감독기관에서도 눈감아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른 봉제업체 관계자는 “그래도 버티지 못한 기업들은 이미 최저임금이 싼 중부자바 등으로 옮기거나 사업을 접었다”고 했다. 업체마다 최저임금 대비를 해왔다는 얘기다. 실제 브카시의 한인 봉제업체는 6, 7개로 예전의 절반 수준이고, 소규모(300~500명) 업체 정도만 남았다고 한다.

문제 해결에 나선 재인도네시아한인상공회의소(KOCHAM)의 입장은 난처하다. 안창섭 부회장은 “야반도주가 가끔 있었지만 그때마다 대부분의 회사는 직원과 협의해 원만하게 해결했다”면서 “SKB는 한인봉제협의회나 KOCHAM에 등록된 업체가 아니라 그간 관리가 되지 않았고 최저임금 문제로만 보기엔 행태가 비도덕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 압박을 견디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야반도주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KOCHAM은 우선 미지급 월급 해결에 주력하면서 매각을 통한 회사 정상화도 염두에 두고 있다.
 
주인도네시아한국대사관도 힘을 보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김영미 노무관은 “한국에 SKB 본사가 있으면 근로감독권한 등을 가진 고용노동부에 협조라도 부탁할 텐데 한국에 아무것도 없다”면서 “회사 자산 청산 역시 관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툰씨가 떠나는 기자에게 부탁했다. “저는 마흔이 넘어서 이제 다른 공장에선 받아주지도 않아요. 한국은 좋은 나라잖아요. TV에서 봤어요. 월급도 돌려받고 다시 일할 수 있게 바팍이 말 좀 해주세요.”(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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