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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소식 한국학교는 해외 거주 자녀를 위한 필수사항이 아니라 소중한 선택사항으로 자리해야! 한인뉴스 편집부 2016-08-10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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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한국국제학교 교장 김승익
 
자카르타한국국제학교 교장으로서 3년 파견 근무를 마치게 되었다. 지난 3년간 좋은 교육환경 속에서 훌륭한 선생님들과 더불어 바른 학생들을 교육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난 15년 동안 지속되어 온 학생 수 감소 문제를 끝내 극복하지 못한 채 임기를 마치게 되어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이다. 아울러 교육외적인 개인적 이해관계 등을 이유로 학교를 어렵게 만드는 일이 생기고 있어 떠나는 발걸음이 무겁기도 하다.
 
학생수 감소 문제에 대해서는 나름의 해결책으로서 12년전과정과 비12년과정에 적합한 맞춤형 입시 지도 시스템을 구축하여 최상의 입시 결과를 내기도 했고, 유치원 학부모님들을 대상으로 초등 저학년 단계에서 한국인으로서 정체성교육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일을 3년간 추진하기도 했다. 전세계 한국학교를 대표하여 글로컬교육과정 운영을 연구하여 발표하는 등 대한민국 정부로부터의 지원을 통해 자카르타에 적합한 다양한 교수학습자료를 직접 개발하여 사용하며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십수 년 전부터 영어교육을 표방하는 현지형 국제학교가 우후죽순 신설되면서 시작된 학생수 감소 바람은 자카르타 교통체증과 맞물려 잦아들지 않았다. 항간에서는 주변 국제학교처럼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면서 외국인 학생도 받는 방법을 권유하기도 한다. 또 일부에서는 인근 국제학교 수준으로 등록금을 올리고 더 많은 외국인교사를 채용하여 영어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도 제시한다.
 
적절한 비유가 될지 모르겠으나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례를 통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10년 전만해도 매일 백 명 이상의 손님이 북적대던 순대 국밥집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50 명 정도로 매상이 줄었다. 과거에는 근처에 음식점이라고는 값비싼 경양식집 하나밖에 없었는데 최근 들어 주변에 치킨집, 피자집, 샤브샤브집 등 다양한 종류의 음식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서 음식에 대한 선택권이 높아진데다가 각 동네마다 비슷한 음식점들이 생겨난 탓에 멀리까지 나올 필요 없이 동네에서 사먹을 수 있게 된 탓이다.
 
국밥집에서는 멀리서 주방장도 스카우트 해오고 10년 전에 비해 양질의 음식재료를 사용해 보아도 요즘 젊은 사람들의 다양해진 입맛을 돌리는데 한계가 있어 매상이 좀체로 회복되지 않는다. 주변에서도 걱정해주는 목소리가 넘친다. 치킨집으로 업종을 바꾸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견부터 순댓국밥만 팔지 말고 피자도 끼워서 팔면 어떻겠냐는 의견 등의 해결방안을 제시해 준다.
 
국밥집 주인은 생각이 많다. 치킨집으로 업종을 바꾸면 지금 순대 국밥집을 찾던 50명은 어디 가서 식사를 할 것인지? 치킨집으로 바꾸거나 피자를 곁들여 팔면 손님이 다시 100명으로 늘어날 것인지?....
 
재외한국학교는 어디에, 왜 생겨났을까? 재외동포가 거주하는 지역이라고 모두 한국학교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LA 지역이나 영어권 국가 중에는 한국인 거주가 많아도 한국학교가 없다. 한국학교가 있는 지역을 살펴보면 중국, 필리핀, 베트남, 태국 등이다. 대부분 현지학교의 수준은 낮고 외국계국제학교는 등록금이 매우 비싸고 수용 인원이 턱없이 부족하여 자녀를 위한 학교선택권이 제한된 지역을 중심으로 현지 거주 동포들의 자발적 노력에 의하여 한국학교가 설립되었다.
 
이곳 자카르타에서도 40년 전에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학교가 설립되었고 학생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서 2003년에는 학생수가 1600명에 달했다. 그러나 이후 학생수가 차츰 줄어들어 지금은 800명에도 못 미치고 있다. 지난 십여 년 동안 한국학교 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학생 수가 반으로 줄어들었을까? 10년 전 자카르타한국국제학교 교사의 질은 지금보다 두 배 더 훌륭했을까? 아니면 영어수업의 양이 지금보다 더 많았고, 원어민 교사의 질은 더 훌륭했을까?
 
학생 수가 줄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 이후 부임하셨던 모든 교장선생님들께서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인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 교원 정년을 55세로 낮추면서 한국에서 젊은 교사들을 영입해오기도 하였고, 성과급제도 도입을 통해 경쟁을 가속화하고, 교원평가 제도를 통해 개개인의 노력을 독려하는 등 수업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순대 국밥집 손님이 줄어든 것이 순대국밥의 맛이 변해서가 아니었듯이 학생 수 감소의 주된 원인이 다른 곳에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지난 십여 년 동안 거의 일정한 만큼씩 학생이 줄어들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그렇다면 해결방안은 무엇일까? 한국학교가 SPH학교의 아류가 되거나 외국계 국제학교 교육과정을 어설프게 흉내 내는 것이 해결방안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리 자카르타 거주 재외동포들이 지난 40년간 한국학교를 유지하고 지원해 온 이유가 무엇일까? 학교의 학생 수 유지가 목적은 아니었을 것이다. 또한 외국계 국제학교나 현지 국제학교를 선택하는 학부모를 유치하기 위하여 한국학교의 설립취지인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 교육을 약화하고 영어교육을 강화하는 선택을 하자는 것은 아닐 것이다.
 
외국계 국제학교와 현지형 국제학교, 그리고 한국학교가 함께 공존하고 있는 자카르타는 동남아시아 지역 중에서 재외동포한국인의 자녀교육을 위한 학교 선택의 폭이 가장 넓은 곳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중에 아직 800명 가까이 되는 우리 동포 자녀들은 한국학교를 선택하고 있다. 우리 자카르타 거주 재외동포들이 자녀의 미래를 고민하고 적정한 학교를 선택할 때 외국계 국제학교와 현지형 국제학교, 그리고 한국학교를 두고 고민할 수 있도록 한국학교로서의 색깔을 유지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각자의 기본 색깔 위에 수업을 내실화한다거나 교사의 질을 높이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한국학교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느 학교나 학교라면 취해야 할 불문가지의 의무사항이다. 한국학교 교장 역할을 마치면서 자카르타 거주 동포분들께 부탁드리는 것은 아니면 말고 식의 의견 개진을 통해 한국학교를 흔들기보다는 한국학교가 당초의 설립취지에 맞게 흔들리지 않고 내실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관심과 성원을 주십사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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