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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소식 <현경숙의 시각> 동남아 민주주의 지형 바꾼 '흙수저' 조코위 한인뉴스 편집부 2016-06-02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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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민주주의 지형 바꾼 '흙수저' 조코위
 
 세계가 주목하는 아시아의 지도자라면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한국 가수의 공연을 딸과 함께 관람하는 한류 팬이기도 하다. 유력한 지도자 중에 쟁쟁한 정치 가문 출신이 많아지는 요즘 보기 드문 '흙수저' 대통령이다.
 
현장에서 국민과 소통하길 좋아하고 서민적인 그에게 국민은 '조코위'라는 애칭을 붙여 줬다. 그는 빈민촌에서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 가구업으로 자수성가했다. 가구업을 하는 동안 거래차 한국을 몇 차례 다녀가 한국을 꽤 잘 안다. 2014년 군 장성 출신의, 권위주의적인 프라보워 수비안토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돼 인도네시아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그의 당선은 꾸준한 경제 성장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는 동남아시아의 민주주의 지형을 바꾸어 놓았다고 할 수 있다. 동남아는 민주주의 역사가 일천하고, 군부 지배 전통이 강해 아직 민주적 정치 체제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회원국 중 인도차이나 반도의 최강국인 태국은 2014년 봄 19번째 군부 쿠데타가 발생해, 민주화 시계가 뒤로 돌려졌다. 인구 2억5천만 명으로 세계 4위, 영토가 한반도 9배인 인도네시아가 태국에 이어 권위주의로 회귀했다면 동남아 민주주의는 대폭의 후퇴가 불가피했을 것이다. 2015년 11월에는 미얀마 총선에서 민주화 운동 기수인 아웅산 수치 여사가 승리했다. 동남아의 민주주의 발전을 얘기할 때 태국이 까먹은 부분을 다행히 미얀마가 만회한 모양새다.
 
동남아는 개발도상의 중진국이나 작은 나라들로 이뤄져 있어 주로 대국들을 상대(?)하는 '통 큰' 한국인들의 주목을 덜 받는 편이다. 하지만 아세안은 한국에 '포스트 중국'이라는 데 큰 이견이 없다. 아세안은 이미 한국의 제2 교역 및 투자 대상이고, 제2 건설 수주 시장이다. 한국의 아세안에 대한 수출은 전체 수출 중 15%를 차지한다. 중국에 대한 수출 26%에 이어 2위다. 미국, 일본, 유럽보다 많다.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이 한국 외교에 새 지평을 요구하는 시점에서 아세안은 한국 외교가 눈을 돌려야 할 곳이기도 하다.
 
아세안 안에서 가장 큰 나라인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의 맹주를 자처할 뿐 아니라 실제 아세안 외교를 주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9천370억 달러로 세계 16위이며, 세계 10대 제조업 국가로 부상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한국인은 약 4만 명이며, 가장 큰 외국인 사회를 형성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2천200여 개의 한국 기업이 고용한 현지인은 약 100만 명에 이른다.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한국형 전투기(KF-X) 체계 개발을 위해 협력하고 있기도 하다. 인도네시아는 한국산 T-50 고등훈련기를 도입했는데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에어쇼 도중 T-50 훈련기가 추락해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한국이 미래 먹거리로 야심 차게 추진한 방산 물자 수출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됐다.
 
국민의 사랑을 받던 조코위는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부패와 관료주의가 만연한 정치권과 관료사회를 개혁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정치권의 요지부동으로 2년 가까이 되는 집권 기간에 개혁다운 개혁을 해보지 못했다. 중앙 정치 무대에 기반이 거의 없는 그가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전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기성 정치권의 벽에 부딪혀 제대로 뜻을 펴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부로 일컬어지는 수카르노 초대 대통령의 맏딸인 메가와티 여사는 정치 신인 조코위를 자당의 대선 후보로 발탁함으로써 집권에 성공했다. 그러나 장차 자신의 자녀가 대권을 잡는 것이 목표이며, 가문의 대권 가도에 개혁의 불똥이 튀길 원치 않는다.
 
조코위가 얼마 전 한국을 다녀갔지만, 인도네시아의 잠재력과 그의 개혁성은 큰 주목을 받지 못한 감이 있다. 동남아의 민주주의 발전과 경제 성장은 동북아 경제 발전과 안정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한국은 인도네시아의 개혁과 민주 발전을 성원하고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경제 협력을 활발하게 모색해야 한다. 동남아는 주변 4강에 치우친 한국 외교의 무대를 넓히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리더십을 발휘하게 하는 블루오션이 될 것이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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