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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인니 대통령 취임 1년, 국민요구와 동떨어진 쁘라보워의 포퓰리즘 정치 편집부 2025-10-22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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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20일, 인도네시아 대학생들이 쁘라보워 수비안또 대통령과 기브란 라까부밍 라까 부통령 집권 1주년을 맞아 자카르타에서 시위를 벌였다.(사진=자카르타경제신문/Aditya)


인도네시아 쁘라보워 수비안또 대통령이 취임 2년 차에 접어들면서 전문가들은 그의 포퓰리즘 정책이 국민의 현실과 점점 동떨어지고 있고 이에 대한 비판이 지속적으로 묵살되고 있다며 여러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쁘라보워 대통령은 2024 10 20일 국회에서 취임 연설을 하면서 '진정한 복지와 번영을 위해 신속하게 추진할 주요 프로그램들을 언급했다.

 

그 중에는 우선 약 300만 명의 학생, 임산부들을 대상으로 아동 발육부진을 줄이기 위해 영양가 있는 점심식사를 제공한다는 취지의 무상급식 프로그램이 지난 1월 시작됐다. 이 프로그램은 8개월 만에 수혜 학생 3천만 명 규모로 확대됐고 당초 대통령 임기 말까지 달성하기로 했던 최대 규모인 수혜자 8,300명 규모까지 연내에 확대한다고 목표를 앞당겼다.

 

쁘라보워 대통령은 수혜자 규모를 4천만 명으로 늘리는 데 11년이 걸린 브라질을 예로 들며 이 프로그램이 인도네시아에서 빠르게 확대된 것을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과 관련해 집단 식중독 사태가 전국에서 발생하며 수천 군데의 신규 급식소(주방)에 대한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는데, 실제로 상당수의 주방이 필수적인 보건부 인증을 받지 못했다.

 

20일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서부 자바, 보고르에 사는 36세의 아르딜라는 딸이 7월부터 급식을 받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환영하는 마음이 컸지만 무상급식으로 인한 집단 식중독 사태가 전국적으로 연달아 터지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는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정부가 모종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부 자바 수므당에 사는 라라(Lala)는 아직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식중독 사례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여러 차례에 걸쳐 이상한 냄새가 나는 급식이 제공되어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추가 사고 예방을 위해 무상급식 프로그램의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인도네시아 어머니연합 소속 일부 어머니들은 거리로 나서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국가영양청(BGN)에 무상급식 중단과 대대적인 재평가, 영양이나 식품안전 문외한인 은퇴 군인, 경찰들로 구성된 유관 기관 지도부의 전면 개편을 촉구했다.

 

인도네시아 교육감시네트워크(JPPI) 10월 중순까지 11,000명 이상의 아동이 피해를 입었다고 보고했는데 국가영양청(BGN)9월까지 약 6,000명이 식중독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당국이 문제를 축소하려 한다는 인상을 주는 대목이다.


급증하는 식중독 사례 증가와 학부모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쁘라보워 대통령은 이러한 사건의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수혜자의 "약 0.0007%"만 식중독 사고를 당한 미미한 수준이라며 오히려 무상급식 프로그램이 99.99% 이상의 성공을 거둔 획기적인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쁘라보워 대통령은 10 15일 단 한 건의 (식중독) 사례도 용납할 수 없지만, 인간이 노력한다 해서 완전무결함이란 있을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 자신은 변명하지 않고 문제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상급식이 99.99% 이상의 대성공이란 대통령의 인식은 식중독 피해 학생들을 개별 인격체가 아니라 미미한 숫자로 치환한 것이어서 무상급식 프로그램을 어떤 식으로든 강행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한 셈이다.

 

국민기숙학교(Sekolah Rakyat)와 가루다학교 같은 다른 포퓰리즘 프로그램들 또한 우선순위가 잘못되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민기숙학교는 저소득층 가정의 아이들에게 무료 기숙 교육을 제공하는 반면, 가루다 학교는 엘리트들을 위한 학교로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두 프로그램 모두 그 든든한 기저를 이루어야 할 교사들의 복지가 여전히 열악하고 전국적인 기초 교육 인프라가 불균형한 상황에서 무작정 시작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외딴 지역에서도 양질의 교육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학교에 이른바 스마트 스크린을 도입하는 정책 역시 많은 반발을 불렀다. 전문가들은 교실에 새로운 장비를 하나 들여 놓는 것보다 교사 채용 및 교육 확대, 교사들의 급여 인상이 더 절실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 최대 이슬람 단체 중 하나인 무함마디야의 무슬림 학자 수끼디는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현 정부가 국민이 실제로 감내하고 있는 고통을 전혀 공유하지 못한 채 동떨어져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쁘라보워 대통령이 집권한 후 지난 1년 간의 성과를 평가하는 공개 토론회에서대통령이 국민의 고통을 공감하지 못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았다.

 

포퓰리즘이 대통령이 친국민적이라는 인상을 주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었을 뿐 정작 대통령 본인은 실제로 국민의 고통을 공감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 결과 대통령의 인지부조화에 기반한 정책들이 국민들의 불만을 불러일으켜 지난 8월 말 전국적인 시위로 폭발했다는 것이다.

 

수끼디는 이를 국민에게 불공평한 국가 정책에 대한 중산층의 저항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려고 노력하기는커녕 시위대를인도네시아의 성장을 달가워하지 않는 외국의 꼭두각시라고 비난했다. 이는 자신을 반대하는 진영을 대통령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유감없이 드러냈다.

 

수끼디는 시민 불복종과 대중의 분노가 프란치스코 교황이 말한 연민의 윤리, 특히 국민들의 일상적인 고통에 대한 공감에 기반한 윤리를 국가 지도자들이 잃었기 때문에 발생한다며, 정체된 소득과 끊임없이 치솟는 생계비의 문제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서는 인도네시아가 당면한 문제의 해결책이 무상급식 프로그램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정치적 캠페인에 불과할 뿐이라고 수끼디는 평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 국가의 교육 예산 중 무려 335조 루피아( 287,000억 원)가 무상급식 용도로 전환되어 소요될 예정이다. 쁘라보워 정권은 사실상 무상급식에 그 명운의 상당 부분을 걸고 있다.

 

인도네시아 전략개발이니셔티브센터(CISDI) 설립자인 디아 사미나르시는 쁘라보워의 주요 프로그램들이 공통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바로 계획 부족과 복잡한 사회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한 접근 방식이다.

 

무상급식 프로그램은 야심 가득한, 원대한 계획이지만 인도네시아의 광대한 지리적, 문화적 차이를 간과한 결과 비현실적인 솔루션이 되어가고 있다.

 

그녀는 이러한 프로그램들에 놀랍게도 진지한 생각과 고심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여론의 비판이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무상급식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예산 배정을 늘리는 것은 정부가 사실상 여론과 비평가들의 목소리에 전혀 귀 기울이지 않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대통령이 이 정책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시행 과정에서 이런 결함이 지속적, 반복적으로 발생해 국민들의 비판과 반발을 사고 있다면 이른바 '사회 복지' 프로그램에 해당하는 무상급식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냐고 디아는 의문을 제기했다.

 

공공정책 전문가 뜨루부스 라하르디안샤는 디아의 이러한 의견에 동의하며, 쁘라보워의 복지 프로그램이 그 고결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규정 미비, 소통 단절로 인한 시민 의견의 제한적 도달, 신속한 물량 집행에 치중하는 정책 추진 방식으로 인해 그 효과가 반감되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대통령 우선순위의 포퓰리즘 정책들은 빈곤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설계되었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보다는 너무 성급하게 추진되면서 투명성과 책임성, 시민 참여 메커니즘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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