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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성교육 금기 문화가 악화시킨 인도네시아 여성 건강 보건∙의료 편집부 2025-08-27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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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여성운동가와 참가자들이 제50회 국제 여성의 날을 맞아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2025.3.8(사진=자카르타경제신문/Aditya) 

 

인도네시아 여성및아동 운동가 깔리스 마르디아시는 인도네시아에서 여성의 생식기 건강에 대한 공개적 논의가 여전히 금기시되고 있어 많은 여성들이 심각한 질병을 앓게 되어도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25일 꼼빠스닷컴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중부자바에서만 2,515명의 여성이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았다. 이 수치는 중부자바 주정부 보건국 산하 1차 의료시설(FKTP)에 등록된 환자 수를 기준한 것이다.

 

중앙정부의 보건부는 전국적으로 매년 36천 건 이상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문제는 이중 약 70%가 이미 상당히 진행된 단계에 발견되어 해당 질병의 치사율을 크게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아직도 일반적으로 여성 생식기 건강 및 기능과 관련된 이슈들을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로 여겨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것은 물론 입에 담는 것 자체가 금기시되고 있다. 그래서 여성들은 어린 시절부터 모든 것을 숨기고, 단정하게 걷고, 조용히 말하고, 집에 머물도록 교육받는다. 이는 여성들이 앞에 나서거나 큰 목소리를 내면 안 된다는 고루한 전통 문화가 아직도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24일 스마랑에서 강연을 마친 깔리스는 어린 시절부터 닫힌 세계 속에서만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는 문화가 월경과 생식기 검사를 수치스럽게 여기도록 만들어왔다고 말했다. 월경은 모든 여성들이 겪는 생물학적 주기이지만 이를 아무도 모르도록 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고착화시켰다는 것이다.

 

그래서 생리대를 사는 것조차 남몰래 해야 하고 병이 생겨도 의사에게 질을 보여주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해 꺼리도록 만들어, 급기야 그런 금기를 범하느니 차라리 죽음을 선택하는 여성마저 나오기도 한다.

 

이러한 모든 문제의 근원이 인도네시아 사회에서 포괄적인 성교육이 부족하기 때문이므로 성교육은 오히려 가정과 학교에서 모든 여성들을 대상으로 좀 더 일찍 시작되어야 한다고 그녀는 강변했다.

 

그녀는 아이들이 유치원 때부터 신체 각 부분의 기능과 안전한 위생 관리 방법 등을 대해 배우는 것이 당연한데도 생식기관에 대한 교육은 전혀 공개적이지도, 충분하지도 않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생물 교과서에 생식기 해부학 이미지가 삭제되는 일도 있었다. 교사들은 질, 외음부, 음경을 외설적이라고 여겨 아예 언급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깔리스는 이러한 사고방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과거 그녀의 고등학교 시절, 성교육은 일회성 세미나에 불과했다. 당시에도 고름이 차고 음경에서 피가 나는 전염성 매독을 그대로 언급하지 못하고 사자 왕(raja singa)’이라고 빗대어 말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성교육이란 단순히 성병 예방교육이 이니다. 성교육은 자신의 신체와 그 모양을 배우고 인식하는 것뿐만 아니라 안전과 관련된 내용, 성추행에 저항하는 능력 교육까지 망라하는 것이다.

 

상황을 악화시키는 사회적 낙인

깔리스는 사회적 낙인이 여성의 건강, 특히 자궁경부암이나 HIV/AIDS와 같은 질병에 대한 인식과 대처 상황을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질병들은 상당 부분 문란한 성관계와 관련이 있다. 사실상 주부들이 남편으로부터 HPV(인유두종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경우가 많은데 문란한 성관계로 인해 생긴 질병이라는 치명적인 낙인효과 때문에 검사를 받는 것 자체를 부끄러워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여성의 생식기 건강문제는 단순하지만은 않아 여러 부문의 협력이 필요하다. 이 문제는 단순히 보건부만의 책임이 아니다. 자궁경부암의 원인이 되는 조혼과 성추행 문제는 여성권익아동보호부(Kemen PPA)가 개입해 해결해야 할 사안이며 인권 문제이자 의료 서비스 접근권이 관련되어 있으므로 법무인권부가 지원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종교 지도자들 역시 여성 생식기 건강 캠페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종교집회나 이슬람기숙학교(쁘산뜨렌) 단위에서 아세트산 시각 검사(VIA) 및 인유두종바이러스(HPV) DNA 검사를 장려할 수 있다. VIA(Visual Acid Acetate) 검사는 저소득 국가나 인적 자원이 제한적인 환경에서 자궁경부암 검진과 같은 건강 관리 분야에서 활용되는 효율적인 진단기법이다. 해당 검사는 현재 각 지역 보건소에서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성직자들이 가장 먼저 백신접종을 받으며 해당 접종이 할랄이며 필수적이라고 대중에게 확신시켜 주었던 것처럼 여성 생식기 건강과 자궁경부암 검사 등에도 종교 지도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깔리스는 강조했다.

 

HPV백신 접종비 최대 900만 루피아( 75만 원)는 일반 서민들에겐 너무 비싸 접근성이 떨어지는 점과 관련해서도 깔리스는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해 줄 것을 촉구했다.

 

문화적, 정책적 변화 없이는 인도네시아 여성들이 심각한 생식기 건강 위험에 계속 노출될 것이며 지금도 낙인효과를 두려워한 여성들이 침묵을 강요당하고 그 치명적인 결과를 혼자 감당하고 있다.[꼼빠스닷컴/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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