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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인니 역사 새로쓰기 프로젝트, "연기 말고 철회"하라는 여론 높아 사회∙종교 편집부 2025-08-15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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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집회(Kamisan Action)는 인도네시아의 인권침해 피해자들이 국가에 인도네시아의 인권침해 해결을 요구하며 2007년 1월 18일부터 매주 목요일마다 자카르타 대통령궁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사진=자카르타경제신문/Aditya] 

  

인도네시아에서 그간 논란의 중심이 되었던 현 정부의 역사 새로 쓰기 프로젝트와 관련해 그 결과물인 역사책 출간 일정이 8 17일 이후로 연기된 가운데, 인권 운동가들과 역사학자들은 정부가 과거를 현 정권 입맛에 맞게 재구성하여 결과적으로 역사를 훼손하려 한다는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며 해당 프로젝트를 철회하라고 더욱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12일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역사 새로 쓰기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는 문화부는 10권으로 집필될 문제의 역사책이 인도네시아의 현충일에 해당하는 11 10일 국가 영웅의 날에 맞춰 출판될 것이라고 지난 주말 발표했다.

 

파들리 존 문화부 장관은 지난 10일 기자들을 만나 역사책 출간이 예정보다 지연되었으나 기본적으로 인도네시아 독립 8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의 일환이기 때문에 반드시 올해 안에 출판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초 독립기념일인 8 17일에 맞춰 출판하려다가 연기된 이 역사서가 일단 세상에 나오면 각급 학교에서 주요 역사 참고서로 활용될 예정이다. 파들리 장관은 출판을 연기한 이유에 대해 보다 완벽한 초안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출판 전에 두세 차례 공개토론을 더 가질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파들리 장관이 공개토론을 강조하는 이유는 지난 7월 말부터 여러 대학교에서 일련의 공개 토론이 진행되면서 역사 새로 쓰기의 함량을 더욱 높일 만한 흥미롭고도 다양한 제안들이 나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공개토론에서 나온 이른바 ‘국민들의 의견’을 역사책에 반영하느라 부득이 출판을 연기하게 되었다며 해당 역사서가 국민과의 소통의 결과물이라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하지만 이와 관계없이 인권 활동가들과 역사가들은 정부가 정통 학술적 관점을 벗어난 정부 측 시각을 일방적으로 반영한 서사로 만든 역사책에 정부가 만든 공식 역사서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것을 강력히 비판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학문적 객관성을 벗어난 특정 정권의 시각과 주장을 강요하는 것에 지나지 않다는 것이다.

 

프로젝트 폐기 요청

실종자폭력피해자위원회(KontraS)의 디마스 바구스 아리아 코디네이터는 문화부가 진행하는 역사 새로 쓰기 프로젝트가 과거를 은폐하려는 현 정부의 시도라며 규탄했다. 그는 새 역사서의 발간 절차와 과정이 투명하지 않을 뿐 아니라 현 정부가 명백한 역사 조작 의도를 가지고 정권 차원에서 껄끄러워할 만한 사건들을 공식적인 역사 기록에서 제외하려 하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거부해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 정부가 역사 새로 쓰기 프로젝트를 통해 역사서에서 누락시키는 방식으로 감추고 묻으려 하는 과거 어두운 역사들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쁘라보워의 장인이기도 한 수하르또 전 대통령의 신질서 정권 말기인 1998 5월 폭동 당시 화교 여성들을 대상으로 발생한 대규모 강간 사건이다.

 

쁘라보워 대통령은 수하르또의 하야를 몰고 온 5월 폭동과 그 이전에 벌어진 인권 운동가들의 실종사건이 발생할 당시 군 핵심 요직인 특전사령관 및 육군전략예비사령관을 역임하면서 해당 사건에 연루되었거나 주도했다는 혐의를 받아왔다. 따라서 그가 대통령이 되자 오랜 측근인 파들리 장관을 통해 그 부분의 역사를 지우려 한다는 지적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파들리 장관은 당시 벌어졌던 문제의 집단 강간사건을 아예 단순한 루머로 일축하며 사실상 벌어지지도 않은 일로 치부하고 있어 인권 옹호자들의 그런 시각을 토대로 진행되었을 역사 새로 쓰기 프로젝트에 대해 활동가와 역사가뿐 아니라 당시 희생자와 유족들도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파들리 장관과 그의 참모들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따로 논평을 내지 않았다.

 

한편, 나시오날 대학교(UNAS) 역사학자 안디 아흐디안은 출판 일정이 연기되었다고 해서 당국이 당초부터 가지고 있던 그러한 의지에 의미있는 변화가 있을 것이라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책의 출간이 8월에서 11월로 연기되었다고 해서 그간 제기된 문제들이 해소될 것인지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라는 것이다.

 

수십 명의 활동가와 역사가로 구성된 인도네시아 역사투명성연합(AKSI)을 이끄는 인권 운동가 마르주끼 다루스만은 차제에 정부가 해당 프로젝트를 아예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는 이번 출판일정 연기가 궁극적으로 출판 취소로 가는 과정의 첫 걸음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질서 시대의 뉘앙스?

AKSI 소속 활동가이기도 한 안디 교수는 현재 집필되고 있는 초안이 수하르또의 신질서에 대해 지나치게 긍정적, 동정적인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공개된 목차에 따르면 신질서 시대는 발전과 안정의 시기로 묘사되어 있다.

 

안디 교수는 이미 그 지점에서 이 역사서의 집필진이 어떤 역사관을 가지고 역사 새로 쓰기에 나섰는지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파들리 장관도 이 역사책이 과거 대통령들의 업적에 방점을 두고 긍정적인 기조로 집필될 것이라고 처음부터 밝힌 바 있다.

 

인권 단체들은 현 정부가 군부의 역할을 민간 영역으로 크게 확대하고 수하르또를 국가 영웅으로 추대한 것에서 이미 보여준 바와 같이 새 역사책의 출판 목적이 쁘라보워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더욱 폭넓게 신질서 시대의 서사들이 긍정적으로 세탁돼 오늘날 다시 구현하려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제의 1998년 대규모 강간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하비비 전 대통령이 만든 진상조사단을 이끌었던 장본인인 마르주끼는 정부가 과거 범죄를 밝히기보다는 역사를 바로잡는다는 미명 아래 자신들의 입장과 주장대로 역사를 고치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어떤 국가도 현재 진행 중인 역사에 대해 최종적인 판결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현 정부가 어떤 식으로 역사를 편집하여 포장하든 앞으로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당국의 강경한 고집해도 불구하고 전국적인 여론이 충분히 압력을 가하면 쁘라보워 행정부가 결국 이 프로젝트를 재고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표했다. 당국이 당초 예정했던 8 17일에서 11 10일로 출판일정을 늦춘 것 자체가 당국 역시 국민들의 목소리를 마냥 외면할 수만은 없었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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