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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2024 선거에서 중립 약속한 조코위 대통령 정치 편집부 2023-11-01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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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30일(월)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2024대선 대통령 후보들을 대통령궁에 불러들여 오찬을 함께 나눴다. (사진=안따라/대통령 비서실 홍보자료)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내년 초로 임박한 선거를 앞두고 1030일 세 명의 대통령 후보들을 모두 대통령궁으로 불러들여 공정과 단합을 보여주는 취지의 오찬을 가졌다.

 

하지만 대선 후보들이 선정되는 과정에서 누구보다도 성실하고 공정해야 할 대통령이 그간 특정 후보에게 베푼 편파적인 혜택의 증거들은 너무나 명백해 이날 오찬 회동만으로는 가려지지 않았다.

 

대통령궁에서 열린 오찬에서 원형 식탁에 앉은 조코위 대통령의 양 옆으로 투쟁민주당(PDIP) 대통령 후보 간자르 쁘라노워와 쁘라보원 수비안또 국방장관이 각각 자리를 잡았다. 두 사람은 모두 내년 2월 대선에서 당선되면 조코위 대통령의 위업을 승계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천명한 후보들이다. 한편 야권 대통령 후보인 아니스 바스웨단 전 자카르타 주지사는 대통령의 건너편에 앉았다.

 

네 사람의 회동은 대선 후보등록 마감 후 처음 있는 일이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각 후보들에게 자신과 정부기관이 선거기간 중 모두 중립을 지킬 것이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간 정국을 지켜본 정치분석가들 중 이 약속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식사를 하면서 대체로 가벼운 대화가 오갔다고 전해졌으나 주요 주제로 거론된 대통령의 공정성 문제를 가벼운 주제로 여긴 후보들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오찬을 마치고 나온 아니스는 대통령을 존경하는 많은 국민들이 대통령의 중립과 정부기관의 중립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조코위 대통령에게 전했다고 밝혔다.

 

간자르 역시 대통령의 공정성 문제가 거론되었음을 인정하면서 선거기간 중 정부기관들은 물론 군경과 지방자치단체들이 모두 엄정한 태도를 견지해 줄 것을 세 명의 후보 모두가 요청했다고 오찬 상황을 설명했다.


정작 조코위 대통령 본인은 오찬 회동 후 별도의 공식 성명을 내지 않았지만 투쟁민주당의 뿌안 마하라니 국회의장은 대통령이 국익을 위해 대통령 후보들 모두를 응원할 것이라는 발언을 지난 주부터 내놓으며 바람을 잡았다. 그만큼 대통령의 중립은 더없이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보란 듯 중립을 지키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대세를 이루는 이유는 지난 3조코위 대통령 본인이 국익을 위해 얼마든지 선거에 개입할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국정지지도 80%라는 높은 대중적 인기를 누리는 조코위 대통령이 누굴 지원하느냐에 따라 후보들의 당락이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런 상황에서 조코위 대통령이 자신의 소속 정당인 투쟁민주당의 후보 간자르 대신 상대편 후보인 쁘라보워를 지원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은 것도 이미 한두번이 아니다. 그는 다음 (대통령으로 당선될) 차례는 쁘라보워라고 공개적으로 말한 적도 있다.

 

따라서 가장 규모가 큰 그의 지지자 네트워크인 쁘로조(ProJo) 10월 초 쁘라보워 지지를 천명한 것에 쁘라보워를 밀겠다는 조코위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란 해석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그가 자신의 장남인 36세의 현직 수라까르따 시장 기브란 라까부밍 라까가 쁘라보워의 러닝메이트로 참여하는 것을 허용한 것 역시 기브란을 통해 쁘라보워와 손잡고 대통령 퇴임 후에도 정책결정에 깊이 간여하며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연령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발목이 잡혀 있던 기브란의 대선 출마가 가능하도록 드라마틱하게 대선 후보등록 직전 헌재에서 연령 제한을 폐기하는 판결이 나왔고 대통령의 매제이자 기브란의 고모부인 안와르 우스만 헌재소장이 그 과정에서 응분의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와르는 해당 판결로 인해 헌재 윤리위원회에 회부되었다.

 

모순 그 자체

대통령이 정부기관들의 중립을 약속했던 바로 그날 그가 선거중립을 강조하겠다며 197명의 지자체장 직무대행들을 대통령궁으로 불러들인 것은 오히려 냉소적 비판을 초래했다. 대통령이 공개적으로는 어느 쪽도 편들지 말라고 말했지만 나중에 문을 닫고 비공개로 진행된 행사에서 전혀 다른 방향의 이야기가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안달라스 대학교의 헌법전문가 페리 암사리 교수는 조코위 대통령이 말과 행동이 전혀 다른 모순 그 자체의 인간이라고 묘사했다. 그가 지혜롭고 공정하게 보이기 위해 대통령 후보들을 오찬에 초대하는 쇼를 보여주었지만 그간 그의 행정부가 진행한 일련의 정책들은 그의 진심이 일관성 있게 특정 후보 지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2021년에 내무부와 국회 내 친정부 정당들이 나서 2017년 선거법 개정을 무산시킨 사건이다. 이로 인해 원래 2022년과 2023년에 순차적으로 치러져야 할 지방선거들이 모두 열리지 않았고 그렇게 후임자가 선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2022년부터 지자체장들이 속속 임기를 다하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 결과 그 자리에는 조코위 대통령과 띠또 까르나비안 내무장관이 지명해 앉힌 임명직 지자체장 직무대행들이 다음 지방선거에서 선출될 지자체장들이 취임하는 2024년까지 지방행정을 맡게 되었다. 결국 2024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인도네시아 전국 거의 모든 지자체에 현 정권에서 지명한 직무대행들이 중앙정부의 지침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체제가 완성됐다.

 

시민사회단체들과 정치 및 법무 전문가들은 정부가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들을 지자체장으로 직접 내려 보내는 현 정권의 행태가 민주주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임명 과정의 법적 하자, 지자체장들의 이해충돌 문제들도 지적했다.

 

예를 들어, 선출직 주지사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리드완 까밀 후임으로 서부자바 주지사 직무대행으로 부임한 베이 마흐무딘은 대통령실 사무국에서 의전, 언론 및 미디어 비서관으로 근무했던 인물로 최근 아니스 후보가 참석하는 반둥 토론회를 허가하지 않아 아니스 지지자들이 그를 인도네시아 옴부즈맨에 신고한 일이 있었다.

 

베이 직무대행은 주정부 소유 건물에서 정치적 행사를 할 수 없다는 이유를 달며 자신의 조치를 정당화했나 정작 조코위 대통령 차남 까에상 빵아렙이 같은 날 반둥의 또 다른 주정부 소유 시설인 아르카마닉 스포츠센터에서 진행한 정치 토크쇼는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았다.

 

이는 아무리 같은 일이라도 정권의 입맛에 따라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된다는 뻔뻔스러운 판단을 아무 거리낌 없이 내릴 수 있는 사람들이 전국 모든 지자체에 포진했음을 웅변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국가연구혁신청(BRIN) 선임 정치연구원 피르만 누르는 조코위 대통령이 지자체장들을 대거 대통령궁으로 불러들인 것 자체가 이번 대선에서 킹메이커 역할을 하려는 대통령의 의지를 투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직 대통령이란 지위가 법을 좀 어기거나 우회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국가기관과 정부관료들을 동원해 선거를 얼마든지 유리하게 이끌어 갈 수 있는 위치임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최근 나온 헌재의 대선후보 연령 하한선에 대한 판결이나 지방선거를 앞당기려는 최근의 시도들은 조코위 대통령이 자신의 가용한 자원을 모두 동원해 자기가 원하는 후보를 후계자로 당선시키려는 시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피르만은 설명했다.

 

현재 정부는 지방선거를 20249월로 앞당기기 위해 관련 법안이 국회 통과를 밀어붙이고 있다. 20249월은 조코위 대통령의 임기종료를 한 달 앞둔 시점이다. 즉 조코위 대통령은 지방선거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해 자기 사람들을 전국 곳곳의 지자체에 심어 놓고 나서 현직을 마무리한 후 비로소 상왕으로 올라 앉을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모든 추론과 우려들이 유독 실감나게 느껴지는 이유는 얼마전 대통령 스스로 자신은 모든 정당의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알 수 있는 완벽한 정보라인을 가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조코위 대통령은 그런 식으로 용의주도하게 자신의 임기 후를 준비하고 있다.[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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