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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회복적 사법으로 오히려 위협에 노출된 젠더 폭력 피해자들 사회∙종교 편집부 2023-09-22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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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16일, 뿌르워꺼르또 소재 수디르만장군대학교(Unsoed )학생들이 캠퍼스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학생 대상 젠더폭력에 대해 학장의 즉각적인 조치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사진=안따라/Idhad Zakaria) 

 

인도네시아 정부는 그동안 높은 사법 비용과 교도소 과밀 문제를 해결할 방편의 일환으로 사법부에 회복적 사법 적용을 요구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 결과 범인이 징역형을 피하게 되면서 특히 젠더폭력 피해자들로서는 정의가 구현되지 않았다는 정서적 불만뿐 아니라 조기에 풀려난 범인의 보복에 다시 노출될 것이란 두려움을 갖게 만들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회복적 사법이란 기본적으로 가해자, 피해자 그리고 사회구성원들이 만남과 협의를 통해 추가 피해 발생 방지는 물론 회복, 배상, 사회 재편입 등의 해결책을 재판을 통하지 않고 모색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회합을 통해 가해자가 자신이 발생시킨 손해에 대해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손해배상을 위해 가해자가 취하게 될 조치나 행동을 해당 시민사회가 동의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회복적 사법의 가장 이상적인 전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이 과정에 경찰, 검찰, 전통적 사회기관들이 관여한다.

 

이론적으로는 이러한 방식의 범죄처리가 일반적인 형법 시스템과 달리 젠더폭력 피해자들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피해자를 위한 접근법이라 말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여성대상폭력국가위원회(Komnas Perempuan)가 내놓은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젠더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들의 57%가 자신이 겪은 사건에 대한 회복적 사법 방식에 불만을 표한 것으로 나타났다.회복적 사법을 통해 피해가 치유되었다고 답한 이들은 응답자의 4분의1에 불과했다.

 

이 연구는 20228월부터 올해 9월까지의 기간 동안 450명의 응답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포함하는데 응답자들은 경찰관, 검사, 사회복지사, 활동가, 젠더폭력 피해자들로 구성되었다.

 

응답자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은 경찰관이 자신의 사건을 다루는 방식에 특히 불만을 터트렸다. 많은 경우 경찰관들이 수사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젠더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차별적 언행을 하는가 하면 그들의 치유와 회복을 도외시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수사당국이 해당 사건의 문제해결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 내내 불편과 불안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한편 회복적 사법 방식을 적용한 결과 가해자로부터 받게 된 배상금이 실제로는 피해자 본인에게 돌아가지 않고 대부분 가족, 친지들이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일부 피해자들은 그런 식으로 법원이 사건처리를 마친 후 또 다시 반복적인 폭행을 당했고 또 다른 일부는 오랜 재판과정에 들어가는 소송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회복적 사법 방식에 동의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분명한 지침

여성대상폭력국가위원회 테레시아 스리 엔드라스 이스와리니 위원은 회복적 사법이 결과적으로 가해자에겐 면죄부를 주고 그 대신 피해자들을 폭력피해 재발 위험에 노출시켜 결과적으로 해당 제도의 공신력을 저하시켰다고 지적했다.

 

최근 서부자바 브까시에서는 두 아이의 엄마인 24세의 여성 메가 수리야니 데위가 남편에게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피해자 가족에 따르면 메가가 가정폭력으로 남편을 경찰에 신고했지만 남편이 경찰서에 찾아가 이미 아내와 화해했다고 말하자 경찰이 해당 사건을 간단히 기각해 버렸다.남편은 그 후 아내를 찾아가 살해했다.

 

2020년에는 중소기업부 여직원 4명에 대한 강간 사건이 신고되었는데 해당 부처의 기간제 직원이던 피해자 중 한 명이 가해자와 결혼하자 경찰은 문제가 해결되었다며 해당 사건을 기각해 결국 없었던 일로 만들어버렸다.

 

테레시아 위원은 사건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진 후 법집행 기관이 가해자와 피해자의 상황을 다시 들여다보지 않는 것과 사건처리 과정에서 피해자의 피해회복 부분이 쉽게 간과되는 것이 고질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경찰관들은 젠더 폭력 사건이 내재하고 있는 복잡한 성격이나 권력 관계에 대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다.

 

젠더 폭력사건을 회복적 사법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뚜렷한 규정이 없다는 점도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더욱이 경찰, 검사, 판사들은 회복적 사법에 대해 각각 다른 내부 규정을 가지고 있어 그 해석이 기관별로 들쑥날쑥하다.

 

여성대상폭력국가위원회는 분명하고도 강력한 규정과 법집행관들에게 회복적 사법의 잘못된 적용 방지를 목적으로 한 철저한 교육을 촉구했다.

 

검찰총장실에 근무하는 로베르트 시띤작은 젠더폭력사건에 회복적 사법을 적용함에 있어 검사가 수사관들에게 잘못된 지침을 주는 경우가 종종 있음을 인정했다.

 

한편 경찰청 범죄수사국 찌쩨우 메일라와띠 총경은 회복적 사법 적용에 대한 구체적 지침이 없어 경찰로서도 당혹스러운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사건 해결을 위해 회복적 사법을 적용하려는 수사관들이 반드시 자카르타의 범죄수사국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절차를 짚으며 이러한 과정 속에 도사리고 있는 고질적인 관료주의가 발목을 잡는다고도 지적했다.

 

경찰청은 최근 여성아동보호분과를 부서로 승격시킬 계획을 밝혔다. 그렇게 되면 해당 부서는 심리상담을 지원하는 여성 경찰관들을 비롯해 더 많은 인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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