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위 대통령의 첩보 능력 자랑에 인권단체들 강력 비난 > 정치∙사회

2019년 대선을 위해 선거인단 번호를 들어보이는 조코 위도도 대통령(오른쪽)과 쁘라보워 수비안또 국방장관. 2018.9 (사진=자카르타경제신문/Aditya)

각 정당 내부에서 발생하는 모든 정보와 첩보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발언이 사적 이익을 위해 국가정보기관의 권력을 부당하게 남용한다는 해석을 낳으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고 17일 자카르타포스트가 보도했다.

 

조코위는 2014년 첫 대선부터 그의 선거를 도운 극렬 지지그룹 ‘섹나스조코위’(Seknas Jokowi)가 주최한 9월 16일 집회에서 자신의 정보능력을 과시하며 모든 정당들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모든 정보와 첩보를 손에 쥐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대통령은 해당 행사에서 25분 간 연설하며 인도네시아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있을 세 번의 중요한 선거, 즉 2024년, 2029년, 2034년의 선거에서 일관성 있고 국민적 신뢰를 이끌어낼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문제의 발언은 “나는 모든 정당들 내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세세히 알고 있다.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그들이 어느 방향으로 가려고 하는지 모두 알고 있다. 나는 정보기관으로부터 완벽한 보고를 받고 있다.” 고 말했다.

 

더 나아가 “나는 모든 수치자료와 여론조사 결과들을 가지고 있다. 그 모든 것들은 나에게만 직접 보고되는 것들이다.”라고 말한 것이다.

 

그는 각 정당들이 걸어 잠근 문 뒤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국가정보국(BIN), 군과 경찰의 정보기관을 통해 낱낱이 파악하고 있다고 자랑한 셈이다.

 

2024 대선을 앞두고 모든 정당들이 이합집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대통령의 이 발언은 얼마전 그가 국가적 이익을 위해 대선에 기꺼이 개입하겠다고 말했던 것과 궤를 같이 한다.

 

대통령이 2024 대선의 킹메이커를 자처하는 이유는 신수도 이전이나 니켈, 보크사이트, 동 같은 자원들을 국내에서 제련한 후 수출하는 방식으로 인도네시아를 2045년까지 고소득 국가로 만든다는 장기계획 등 그의 대표 프로젝트들의 연속성을 담보하기 위해 이를 승계할 후보가 반드시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그는 소속정당인 투쟁민주당(PDIP)에 의존하지 않고 지난 수년 간 연정에 참여한 7개 정당과 자신을 오랫동안 줄곧 지지해 온 수천 명의 무소속 콘크리트 지지층을 손아귀에 넣고 통제하며 자신의 권력을 강화해 왔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실종자 및 폭력피해자 위원회((Kontras), 인도네시아 코럽션워치(ICW), 국제사면위원회, 인도네시아 법무지원재단(YLBHI), 스따라(Setara) 연구소, 임파르시알(Imparsial) 등 일단의 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 강력한 비난을 불러 일으켰다.

 

조코위 대통령이 사적 이익을 위해 정보기관들의 권한을 남용해 결과적으로 민주주의를 심각하게훼손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 중 세번째로 많은 인구를 가진 인도네시아에서 대통령과 정보기관이 정당들을 감시 대상으로 삼아 첩보활동을 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들은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존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첩보원들을 심어 각 정당의 자료와 정치 노선, 추진 방향 등을 수집하는 것은 결코 온당치 않은 일이라고도 주장했다. 

정보기관이 수집한 자료와 정보는 정책결정 목적으로만 사용되어야 하며 특정 정치인의 사익을 위해 다른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한 간첩질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코위 대통령의 해당 발언에 대해 정작 나스뎀당 외의 다른 정당들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투쟁민주당 소속 마신똔 빠사리부 의원은 ‘대통령이 정당들의 첩보 및 정보를 알고 있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라 말했고 골까르 당 소속 데브 락소노 의원은 대통령이 그러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거들었다.

 

오직 나스뎀당 만이 대통령이 그렇게 공개적으로 말해서는 안된다고 반발했으나 그 역시 비난이라 표현하기엔 미흡한 반응이었다.

 

현재 인도네시아는 벌써 선거열기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내년 2월 14일이 되면 전국 2억600만 명의 유권자들이 정-부통령과 중앙, 지방의 의원들을 뽑기 위해 표를 던지게 된다.

 

선관위(KPU)가 정-부통령 후보 등록기한을 11월 말에서 10월 중순으로 앞당기려 하는 가운데 각 정당들은 이합집산하며 새로운 구성의 정당연합 구축을 반복하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아직 마무리 짓지 못한 정-부통령 후보 결정을 위해 부심하고 있다.

 

현재 아니스 바스웨단 전 자카르타 주지사와 국민각성당(PKB)의 무하이민 이스깐다르 당대표만이 정-부통령 후보를 확정했고, 이미 내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다른 두 후보인 간자르 쁘라노워 전 중부자바 주지사와 쁘라보워 수비안또 국방장관 겸 그린드라당 총재는 아직 러닝메이트를 결정하지 않았다. [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