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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인니 정부, 예수를 뜻하는 이슬람식 명칭 쓰지 않기로 사회∙종교 편집부 2023-09-14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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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여 년 전에 세워진 자카르타 임마누엘 교회에서 성탄 전야 기도회가 열리고 있다. 2022.12.24 [사진=자카르타경제신문/Aditya]

 

인도네시아 정부는 기독교 명절을 언급할 때 메시아 예수를 이슬람식으로 부르는 이사 알마시(Isa Al-Masih)’라는 명칭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사(Isa)’는 예수의 이슬람식 이름이며 -마시란 단어에는 예수가 메시아라는 기독교의 핵심 신앙이 담겨 있다.

 

물론 인도네시아의 기독교인들은 일반적으로 예수스 끄리스뚜스(Yesus Kristus)라는 이름으로 예수를 칭하지만 국가적으로는 이사 알마시의 죽음’(성금요일)이사 알마시의 승천’(예수승천일),이 두 개의 기독교 명절에 이사 알마시라는 명칭을 사용해 왔다.

 

하지만 2024년부터는 해당 공휴일들의 명칭이 예수스 끄리스뚜스의 죽음예수스 끄리스뚜스의 승천으로 공식 변경된다.

 

무하지르 에펜디 인간개발문화조정부 장관은 지난 12일 종교부 장관의 제안에 따라 이와 같이 공휴일 공식 명칭을 바꾼다고 발표했다.

 

이 발언은 무하지르 장관이 2024년의 세 번의 기독교 명절을 포함해 연간 17번의 국경일과 10일의 공동휴일( cuti bersama)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무슬림과 기독교인들이 가지고 있는 예수에 대한 견해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에서 이번 공휴일 명칭 변경에서 단지 공식 용어의 변경 이상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주류 무슬림들은 예수를 맨 뒤에서 두 번째 선지자, 즉 무하마드(마호멧)가 오기 전 마지막 선지자로 여기고 있는 반면, 주류 기독교인들은 예수를 하나님의 성육신이자 영생의 구원자, 즉 메시아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정부가 이사 알마시라는 단어를 국가 공휴일 명칭에 공식적으로 사용해 여러 선지자 중 한 명일 뿐인 예수가 인류를 구원한 메시아라는 기독교의 주장을 인도네시아 무슬림들에게 강요해 왔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와르다니 싸씨아(29)는 공휴일 명칭에 사용되던 이사 알마시를 예수스 끄리스뚜스로 변경한 정부의 이번 결정이 기독교인들의 이해에 부응한 호의적 조치라며 환영했다. 기독교인들은 그들 나름대로 예수의 이름을 이슬람식으로 부르는 것에 반감을 가져왔던 것이다. 그녀는 카톨릭 신자들이 단 한 번도 예수를 이사 알마시라고 부른 전례가 없는 바, 이번에 정부가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카톨릭 신자인 아나스따시아 시드방(31) 역시 정부의 해당 결정을 환영했다. 하지만 자신은 예수를 어떤 이름으로 부르든 상관없으며 단지 모든 이들이 안전하게 예배를 드릴 수만 있다면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개신교인 요기 에르네스(28)는 이번 결정을 통해 종교부가 모든 국민들을 위해 일하는 부처임을 증명한 것은 분명하지만 모든 기독교인들이 이번 정책이 뭔가 획기적이고 대단한 것이라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프란시스카 크리스티 로사나(31)는 이사 알마시가 예수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으므로 휴일 명칭을 그렇게 바꾸는 것은 언제든 할 수 있는 일이며 불요불급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사이풀 라흐만 종교부 차관은 정부가 해당 공휴일 명칭 변경을 주도한 것이 아니라 국내 기독교인들과 카톨릭 교인들이 개진한 의견에 부응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종교부가 기독교인들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노력했고 마침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를 성사시켰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사회 속 무슬림들과 기독교인들은 교회설립 허가를 무슬림 주민들이 반대하거나 무슬림들이 기독교인들에게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해도 되느냐 하는 것을 포함한 크고 작은 논란들이 제기되면서 일견 일촉즉발의 상황에 있는 것처럼 묘사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1998년의 극심했던 사회혼란 이후 대체로 큰 충돌이나 갈등 없이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해 왔다.

 

무슬림과 기독교인들 모두 하나님을 알라라고 부르는데 누구도 이를 문제삼지 않는 것이 이들 두 종교 공동체가 평화로운 관계라는 반증이라 할 수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두 종교가 이 단어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기독교인들과 무슬림들이 첨예한 갈등을 빚었는데 비무슬림들도 경전과 홍보자료에 알라라는 단어를 사용해도 된다고 최종적으로 결정된 것이 아주 최근의 일이다. 그 이전까지 기독교 간행물에 알라라는 단어를 쓰는 것을 금지한다는 말레이시아 내무부 지침에 따라 기독교인들이나 교회에서 만든, ‘알라라는 단어가 들어간 CD들을 막무가내로 압수하는 일이 수시로 벌어졌다.

 

해당 지침이 헌법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말레이시아 대법원 판결이 나온 것이 20213월의 일이며 말레이시아 정부가 올해 5월 해당 판결에 대한 항소를 포기함에 따라 비로소 알라라는 단어를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말레이시아의 기독교인들에겐 역사적인 사건이다.

 

인도네시아 기독교인들은 성경을 알끼땁(Alkitab), 복음을 인질(Injil), 회중을 즈마앗(jemaat)이라고 부르는 등 일상 종교생활에 이슬람에서 유래한 아랍어들을 많이 차용하고 있지만 말레이시아처럼 이런 용어들이 사회문제로 비화되는 일은 거의 없다. [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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