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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중국적 허용 요구 증가하는 인도네시아 사회∙종교 편집부 2023-08-11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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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여권 (Shutterstock/Alii Sher)

 

반뜬주 남부 땅그랑 출신 24세의 바가스는 싱가포르에서 막 석사학위를 딴 후 거기 계속 머물지 인도네시아의 집으로 돌아갈지 고민 중이다.

 

그는 싱가포르의 한 유명 공립대학교에서 정보시스템을 전공했다. 싱가포르에서 직장이 잡히면 계속 머물려 하는데 그런 생각을 하는 건 비단 바가스 만이 아니다.

 

실미 까림 인도네시아 이민국장이 지난 7월 밝힌 바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2년 기간 중 25세에서 35세 사이의 인도네시아 젊은이들 약 4천 명이 싱가포르로 이주했다. 작년에는 1,091명의 인도네시아인들이 싱가포르 국적을 취득했는데 이는 2020년 약 800명이 귀화한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해외에서 더 나은 복지와 직장을 구하는 이들에 대한 많은 인도네시아인들의 응원이 한동안 소설미디어를 뜨겁게 달궜다.

 

인도네시아는 독립 100주년을 맞는 2045년까지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겠다는 비전을 품고 있고 이를 위해서는 고도로 숙련된 인재들이 장기 국가발전계획의 중추가 되어 주어야 하는데 현재 발생하고 있는 유망한 젊은이들의 해외이주 러시는 이러한 비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인재 유출사태가 아닐 수 없다.

 

이와 관련한 논의가 진행되면서 인도네시아 당국이 이중국적을 허용해야 한다는 담론이 지지 단체들과 해외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인도네시아 시민권법은 기본적으로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는다. 인도네시아인과 외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들만 예외적으로 17세까지 이중국적이 허용되는데 해당 연령이 넘으면 3년 안에 어느 한쪽의 국적으로 결정해 관련 등록을 마쳐야 한다.

 

트위터가 이제 이름을 바꾼 엑스(X) 계정@MaryamIsmah 사용자는 더 나은 급여와 생활환경을 찾아 인도네시아 국적을 버리고 영국인이 되었지만 만약 인도네시아가 이중국적을 인정했다면 아마도 다른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 말했다.

 

젊은이들 처우 문제

바가스는 인도네시아보다 싱가포르에서 자신이 더 수익성 높은 미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가 싱가포르에서 IT 업계에 취직하게 되면 그가 전에 잠시 일했던 인도네시아의 IT 거대기업에서 받던 것보다 훨씬 높은 수입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역시 인도네시아가 이중국적을 허용한다면 개인과 국가 양쪽에 모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해외에서 일하면서도 자신의 학문적 역량으로 인도네시아를 위해서도 일정 부분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다국적 혼인 소사이어티(이하 PerCa)라는 단체 역시 이중국적을 지지한다. 그들은 인도네시아인과 외국인이 혼인한 가정에서 태어난 자녀들에게 당국이 이중국적을 포함한 좀 더 넓은 선택지를 허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뻐르짜(PerCa) 회장 아날리아 뜨리스나는 현재의 엄격한 시민권법이 결과적으로 국가의 중요한 인재가 될 젊은이들을 소외시켜 사실상 추방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인도네시아 공립대학의 치열한 입시경쟁과 사립대학의 어마어마한 등록금에 떠밀려 많은 혼혈가정 이중국적 자녀들이 외국 여권을 들고 해외로 나가 공부하는 경향이 큰데 이는 주로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다. 그들이 가진 또 하나의 국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해당 국가로 나가 높은 수준의 교육을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받을 수 있으니 굳이 인도네시아 국내에서 아등바등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 4일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정부가 지급하는 교육교부기금(LPDP) 수혜자들에게 급여와 대우가 다른 나라보다 낮을지라도본국으로 돌아와 줄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애국심 하나만으로 더 나은 가능성을 포기하고 낮은 급여와 열악한 근무 환경을 선택할 사람들은 분명 많지 않을 것이다.

 

만약 정부가 2045년 선진국 도약을 위해 자체 인적자원을 최대한으로 개발해 활용하려면 당연히 이들 젊은 인재들과 아래 세대를 적극 육성하는 것이 국가적 최선책이라고 아날리아는 지적했다.

 

아직 갈 길이 먼 상황

하지만 이중국적에 대한 논의는 인도네시아에서 아직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이중국적을 허용할 경우 필연적으로 수면에 떠오를 다른 문제들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국제법 전문가 힉마한또 주와나(Hikmahanto Juwana)는 이중국적이 허용되면 많은 이들이 싱가포르로 넘어가 인도네시아에 세금을 내지 않게 될 것이고 화이트컬러 범죄자들의 해외도피가 급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중국적이란 선택지가 공식화되면 사람들을 기회주의에 빠뜨리고 궁극적으로 애국심을 반감시킬 것이라 지적했다. 사실 많은 이들이 이런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그는 인도네시아가 이중국적을 허용하려면 먼저 잘 사는 선진국이 되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입장이다.

 

조코위 대통령은 2015년 미국의 한 다국적 결혼 가정의 이야기를 듣고 이중국적 문제에 대해 검토할 것을 약속했지만 이후 아직까지 아무런 진전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대통령은 전 에너지광물자원부 아르짠드라 따하르(Arcandra Tahar) 장관이 이중국적자라는 사실이 드러나자 가차없이 해임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 인도네시아 국적을 버린 이들 중엔 인도네시아에 뭔가 기여하길 갈망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중국적자들에게 무슨 애국심을 기대할 수 있느냐는 반론이 늘 그들 앞을 가로막는다.

 

45세의 셜리는 더 나은 삶의 기회를 위해 뉴질랜드로 넘어와 회계사가 되었지만 그러기 위해 원래의 국적을 버려야 했던 일을 매우 안타깝게 여겼다. 그녀의 자녀들은 뉴질랜드에서 태어나 자연스럽게 뉴질랜드인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셜리 자신은 인도네시아 국적을 회복할 기회가 있다면 언제든 이중국적자가 될 의향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중국적 취득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이들은 싱가포르에도 있다. 싱가포르에서 이제 정년을 앞둔 이들은 현지의 높은 물가가 노년의 생활을 쪼들리게 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바가스의 클래스메이트인 에릭(29)은 싱가포르에서 죽을 때까지 살 생각은 없으므로 최소한 싱가포르 영주권 따는 것 정도까지민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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