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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인도네시아 이종교간 혼인불가 판결...종교를 빌미로 한 보편적 인권 제한 사회∙종교 편집부 2023-07-31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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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커플 결혼식 *기사와 관련없음 (사진=자카르타경제신문)


*본 내용은 7월 29일 자 자카르타포스트 사설입니다.

 

얼마 전 인도네시아 대법원이 하급법원들에게 이종교간 혼인에 합법성을 부여하는 판결을 금지한다는 회람문을 발행했다. 이로서 인도네시아에서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진 커플들의 혼인은 더욱 어려워졌다. 그렇다고 완전히 불가능해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정부가 더 이상 그들의 결혼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결정인 셈이어서 해당 결정에 저촉되는 부부들의 운명은 물론 그들 자녀들의 법적 지위도 필연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종교간 혼인 부부들은 어렵사리 지방법원 판결을 받아 호적사무소에 혼인등록을 하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종교간 혼인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 위기감을 느낀 무슬림 보수주의자들이 오직 종교기관에서 혼인한 경우에만 합법적 혼인으로 인정한다는 1974년 혼인법을 보다 철저히 준수할 것을 요구하며 나섰고 이번에 대법원이 해당 요구에 성실히 부응한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혼인하려는 커플의 종교가 서로 다를 경우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의 종교로 개종할 것을 강요하는데 이것이 인권 측면에서나 헌법적, 종교적 관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된다는 것을 조금만 생각해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다.

 

특정 개인이 결혼을 위해 자신은 일말의 신앙심도 가지고 있지 않은 배우자의 종교를 무조건 수용해 개종 또는 입교해야 한다는 법규정이 정말 아무 문제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종교간 혼인을 국가가 수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은 누구나 누릴 수 있어야 할 공공서비스인 혼인등기를 이종교간 혼인부부들에겐 제공하지 않겠다는 것인데 이는 결과적으로 종교를 빌미로 보편적 인권을 제한하겠다는 뜻이다.

 

세계인권선언문 제16조는 성인 남녀는 인종, 국적, 종교의 제한없이 혼인하여 가정을 꾸릴 권리가 있다. 그들은 혼인할 때, 혼인한 상태일 때, 혼인 관계가 해소될 때 공히 동등한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들 부부들 자녀들의 지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무슬림 강경보수주의자인 마루프 아민 부통령이란 사실은 사뭇 아이러니컬하다.

 

그는 대법원에 해당 회람문의 후속 조치를 요청하면서 이종교간 혼인부부 자녀들의 상속권 문제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구했다. 이종교간 혼인부부의 인권을 제한하면서도 그 자녀들의 권리는 보장해줄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이종교간 혼인 수용 판결을 내린 지방법원은 이미 혁신적인 솔루션을 제시한 상태다. 해당 커플은 두 사람이 각각의 신앙에 변함없이 충실해도 된다고 수용하는 어느 한쪽의 종교기관을 선택해 결혼식을 올리고 그 결과를 가지고 와 법원에서 합법적 혼인관계를 인정받은 후 호적사무소에 가서 혼인등기를 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 회람문이 나오면서 이 옵션은 완전히 막혀버리고 말았다.

 

한편 1974년 혼인법은 국가가 아니라 오직 종교기관들만이 결혼식을 집전할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진 커플이 혼인할 수 있는 예외적 경우들을 모두 배제한다.

 

한편 국가가 인정하는 6대 종교, 즉 이슬람, 기독교, 카톨릭, 힌두교, 유교가 아닌 그 외의 종교일 경우, 커플이 같은 신앙을 가지고 있어도 합법적인 혼인이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다른 나라들이 그런 것처럼 인도네시아도 배우자의 종교와 관계없이 모든 형태의 결혼을 호적등기소에서 등록하도록 인정했다면 모든 것은 사뭇 단순했겠지만 인도네시아는 처음부터 어려운 길을 택했고 이제 대법원의 회람문이 나오면서 이종교간 혼인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오늘날 인도네시아의 이종교간 혼인이 점점 더 늘어나는 것은 인도네시아가 더욱 개방적, 혼합적 사회로 변모하면서 서로 다른 인종, 국적,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매일 교류하는 환경에서 벌어지는 불가피한 현상이다.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 사이의 혼인뿐 아니라 서로 다른 민족, 서로 다른 국적의 사람들 사이의 혼인도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종교적 보수주의자들에게 굴복한 대법원의 이번 회람문은 현실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추세를 완전히 역행하고 말았다. 대법원은 이들의 혼인을 어렵게 만들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편리하고 용이하게 했어야 한다.

 

애당초 혼인이란 것은 본질적으로 매우 복잡한 것이고 많은 문제들을 동반한다. 서로 종교가 다른 이들에겐 더욱 그렇다.

 

그들은 우선 결혼을 결사 반대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는 가족들을 필사적으로 설득해야 하고 어느 한쪽에게 현재의 종교를 포기하고 배우자의 종교로 개종하라고 강요하지 않고도 결혼식을 집전해 줄 종교기관을 찾아 온갖 구비서류들을 갖춰 제출해야 하며 그렇게 해서 간신히 결혼식을 올리고 나면 법원에서 승인도장을 받아 호적등기소로 달려가야 한다.

 

하지만 사실은 돈이 좀 있는 사람들은 이와는 전혀 다른 옵션을 선택할 수도 있다.

 

실제로 많은 인도네시아인 커플들이 인도네시아의 복잡한 절차들을 건너 뛰기 위해 싱가포르나 호주에 가서 현지 호적등기소에서 결혼하고 있다


그런 다음 곧바로 달콤한 신혼여행에 돌입한 후 나중에 천천히 인도네시아로 돌아와 외국에서 받은 결혼증서를 호적등기소에 제출하는 것이다.그리고 이제 그들은 영원히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된다.[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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