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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북부 술라웨시에서 개·고양이고기 거래 금지 문화∙스포츠 편집부 2023-07-25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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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21일 북부 술라웨시 또모혼(Tomohon)의 한 도살장에서 바짝 여윈 개 한 마리를 국제 동물복지단체 직원이 안고 나오고 있다. (사진=BenarNews/Taufan Bustan) 

 

지난 21() 인도네시아 당국은 북부 술라웨시 또모혼(Tomohon) 시장에서 개와 고양이 고기 매매를 금지했다고 23일 자카르타포스트가 보도했다.

 

인도네시아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무슬림들은 개고기를 먹지 않지만 해당 금지령이 떨어진 북부 술라웨시 또모혼(Tomohon) 시장은 개-고양이 고기 거래가 전국에서 가장 활발한 곳으로 꼽힌다. 이곳에서 곤봉으로 때려죽이거나 토치를 사용해 산 채로 불사르는 방식으로 매년 1백만 마리의 개와 고양이들이 도살되고 있다.

 

개고기를 요리해 먹는 것은 북부 술라웨시 인구 태반을 차지하는 미나하사(Minahasa) 민족이 조상 대대로 즐겨오던 전통이지만 정부 당국은 동물학대 문제와 해당 고기 섭취 관련한 보건문제를 주민들에게 교육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인도네시아 전역에 창궐하고 있는 광견병 역시 개고기 보건 문제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또모혼 시청 사무처장 에드윈 로링은 또모혼 시를 개고기, 고양이고기 거래가 완전히 사라진 청정지역으로 만들겠다고 말한다. 개고기, 고양이고기 소비를 줄이려면 해당 거래가 이루어지는 시장을 단속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다.

 

로링은 해당 금지령을 위반하는 이들에게 법적 제재를 가할 것이며 그 대신 개고기, 고양이고기를 유통하던 상인들에겐 대체 생계수단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1년에 이루어진 설문조사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인 93%가 전국적인 개고기 유통금지에 찬성했고 개고기나 고양이고기를 먹어본 사람들은 전체 인구의 4.5%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인도네시아에서는 전국적으로 매주 2만 마리 이상의 개와 고양이들이 도살되고 있다.

 

활동가들에 따르면 북부 술라웨시에서는 길거리나 이웃집에서 잡아오거나 훔쳐온 개들에게 재갈을 물리고 처참한 상태로 운송해 불결한 시장에서 우리에 가두어 차례로 도살하여 판매한다.

 

도살 방법 역시 잔인하기 그지없어 부모를 따라 나온 아이들 앞에서도 살아 있는 개와 고양이에게 토치로 불을 붙여 태워 죽이고 가죽을 벗기는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활동가 단체인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umane Society International – 이하 HSI)과 마나도의 애니멀 프랜드(AFMI) 등은 개고기와 고양이고기 매매를 인도네시아에서 영원히 종식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들은 광견병에 걸린 개나 고양이의 고기를 섭취하면 심각한 보건문제를 초래한다고도 경고했다.

 

AFMI의 활동가 프랑크 델라노 마누스도 언젠가 또모혼에서 개와 고양이를 먹는 관습이 완전히 사라지는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하지만 미나하사 사람들에게 개고기와 고양이고기를 먹는 것은 뿌리 깊은 전통이므로 이를 완전히 근절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국제 동물복지단체인 포포스(Four Paws)의 동남아 캠페인 담당 까란비르 꾸끄레자(Karanvir Kukreja)는 또모혼의 개-고양이 고기 매매 금지령이 절대 시기상조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개고기 없는 인도네시아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동물복지단체 DMFI는 인도네시아 국내 단체와 국제단체들의 연합으로 또모혼 시장이 개와 고양이의 복지가 가장 처참한 곳이라고 오랫동안 조명해 왔다.

 

포포스는 동남아에서 개와 고양이 고기 매매 종식을 요구하며 2백만 명의 지지 서명을 받았다. 이들의 궁극적인 목적 중 하나는 여러 해 동안 처참한 동물학대 상황을 조명하고 공개한 만큼 이제 해당 금지령이 인도네시아 전국 단위로 내려지는 것이다.

 

자카르타에서는 올해 초 개고기 판매가 금지됐었다.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에서 개-고양이 고기를 소비하는 몇 안 되는 국가에 포함된다. 아시아에서는 훔친 애완견들을 포함해 매년 3,000만 마리 가량의 개와 고양이들이 식용 목적으로 도살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동남아시아만 연간 1,000만 마리 정도의 개들이 도살되어 식탁에 오른다.

 

개고기는 전통적 베스트셀러

하지만 이번 금지령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또모혼에서 30년 넘게 개-고양이 고기를 유통해온 멜키 뽕오(Melki Pongo)는 정부가 그런 규정을 발표했으니 따를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혀를 찼다.

 

하지만 또모혼 시장에서 개와 고양이를 잔혹한 방식으로 도살하는 동영상이 온라인을 통해 퍼지면서 개-고양이 고기 판매 금지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아진 사실도 인정했다. 2018년 동물학대에 반대하는 운동가들이 공개한 동영상들이 동물을 그 자리에서 잡아 진열하고 판매하는 토모혼 시장의 잔혹한 관행을 폭로하면서 전세계적인 공분을 산 바 있다.

 

뽕오는 또모혼 시장에서 판매되는 개와 고양이의 90%가 무슬림들이 인구 대다수를 차지하는 술라웨시와 깔리만탄의 다른 주에서 유입된다고 밝혔다. 즉 무슬림 지역에서 공급된 개와 고양이들이 북부 술라웨시의 기독교인 고객들을 대상으로 도살되어 판매된다는 것이다. 개와 고양이 고기를 섭취하는 것은 무슬림들에게 종교적 금기에 해당한다.

 

유통업자들은 다른 지역에서 개 한 마리에 5~10만 루피아(4,200 ~8,400)에 사와 북부 술라웨시에서 70만 루피아(59,000)에 판매하여 큰 이익을 올렸다. 뽕오 역시 그간 짭짤한 수익을 내며 장사를 했지만 더 이상 개-고양이를 취급하지 못하게 되었으니 이제부터는 돼지고기 매매로 전향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업자인 준리 세스다 까포는 개고기가 또모혼 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상품이었다고 말한다. 150마리를 가지고 시장에 들어가면 불과 몇 시간 만에 다 팔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과 가족들은 모두 개고기를 먹는데 그게 무슨 문제가 되냐고 반문했다. 그는 고추와 샬롯, 마늘 등 갖은 양념으로 버무려 매운 맛의 리짜리짜(rica-rica) 방식으로 요리한 개고기는 토종닭 요리만큼이나 맛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업자들이 어쨌든 당국의 규정에 따를 수밖에 없으므로 더 이상 개고기와 고양이고기를 파는 사람이 없으면 소비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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