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인도네시아 공연산업 좀먹는 대대적인 암표 매매 관행 사회∙종교 편집부 2023-06-04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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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 GBK 블랙핑크 공연장.2023.3.11 (사진=한인 김태호 제공)
작년 말 코로나 팬데믹 관련 활동 규제가 완전히 풀리면서 콘서트 기획자들이 음악공연 산업의 부활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 티켓 재판매, 즉 이른바 암표 매매가 성행하면서 콘서트에 가려는 팬들이 지불해야
하는 총액과 공연 주최의 수입 사이에 엄청난 간극이 발생하고 있다. 공연 티켓 수요가 큰 만큼 대량으로
티켓을 매집해 되파는 암표상들이 막대한 중간 이익을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3일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극단적인 예로서 올해 하반기로 계획된 콜드플레이 자카르타
콘서트의 특석 티켓 가격은 공식적으로 1,100만 루피아(약 95만 원)로 책정되었으나 한 차례 다리를 건넌 재판매 가격은 그
두 배를 호가하고 있다.
얼마 전 열린 BTS 슈가의 어거스트 D(Agust D)
자카르타 행사 티켓은 지난 달에 판매가 시작되면서 동네 가게 핫케익보다도 빠르게 매진되었다. VIP석
티켓 가격은 4백만 루피아 (약 34만 원)였지만 암표 시장에서는
25% 이상 마진이 붙은 5백만 루피아(약 43만 원) 넘는 가격으로 거래가 이루어졌다.
공연 산업에 끼치는 폐해
산디아가 우노 관광창조경제부 장관도
5월 22일에 있었던 기자회견에서 티켓 재판매 관행이 인도네시아 연예사업에 매우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우고 있다며 큰 실망을 표했다.
하지만 그는 정작 암표상보다는 돈을 낸 구매자에게 티켓을 제공하지 않고 돈을 가로챈 티켓 사기꾼들을 주로 지목하면서 그들을 검거해
처벌하기 위해 경찰청 범죄수사국 사이버범죄부서와 공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무책임한 사기꾼들을 여하히 막아내지 못한다면 이벤트 기획자들과 팬들의 신뢰를 모두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 인도네시아의 공연 산업이 세계적 신뢰를
얻게 된다면 예를 들어 자바 재즈 페스티벌을 열 때 웬만해서는 등 떠밀어도 데려오기 힘든 세계 정상급 뮤지션들을 쉽게 인도네시아로 불러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티켓 스캘핑(ticket scalping)’이라고도 불리는 암표 매매를 막거나 예방하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 산디아가 장관은 해당 행위가 공식 웹사이트뿐 아니라 왓츠앱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문제의 어려운 부분은 사기꾼들과 피해자들이 직접 소통하면서 거래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해당 방식이 거의 무작위에 가깝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우리 관광창조경제부는 정보통신부, 국가사이버암호국(BSSN)의 협조를 얻어 방지 방안을 마련 중입니다.” 산디아가 장관의
이러한 설명은 노력은 하고 있지만 티켓 재판매 행위를 실질적으로 막을 수 없음을 시사한다. 즉, 정부도 당장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한편 이벤트 기획사 노이즈호어(noisewhore)의 창업자 아르기아 아디다넨드라(Argia Adhidhanendra)는 티켓 재판매 행위가 기획사 입장에게도 피해를 준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실은 암표 판매를 목적으로 한 중간상들의 티켓 매집으로 대개 공연 티켓이 빨리 완판되거나 희소성이
높아져 일견 기획사들로서는 투자금을 조기에 회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르기아는 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이벤트 기획사들이 실질적인 시장 수요를 예측하지 못하게 되는 부분을 부각시켰다. 그래서 최악의 경우엔 5천 명의 수요를 예상하고 준비한 이벤트에
달랑 500장의 티켓만 팔려 큰 손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스텔라린도 이벤트(Stellarindo event)의
CEO 레자 쁘라위로(Reza Prawiro)도 이벤트 기획사들이 신뢰를 잃게 되면 나중엔
스폰서를 찾는 게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폰서들은 대부분 기획사들이 자신들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주기 원하지만 만약 티켓 브로커들로 인해 행사 기획사들의 역할이 제한되면 다음 이벤트를 기획할 때 해당 스폰서들로부터 높은 신뢰를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연티켓 판매 사이트를 열고 나서 한 시간 만에, 또는 몇 십 분만에 모든 표가
매진되었다고 과시하듯 보도하는 공연기획사들이 과연 관련 판매 속도에 크게 기여한 티켓 브로커, 즉 암표상들의
티켓 매집 행위를 적극적으로 방지하거나 거절할 의향이 정말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
시급한 규제
아르기아와 레자는 티켓 브로커로 확인된 특정인들이 티켓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보다 엄격한 검증 절차를 도입하고 티켓 재판매업자들에게
보다 엄격한 규정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암표상들과 싸우기 위해서는 정부가 해당 규제를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과 호주의 관련 대책은 참고해 볼 만하다.
글로벌 타임즈에 따르면 베이징시는 해당 사안을 규제하기 위해 시청 문화관광국 공무원과 인터넷 및
IT 감독관, 공안, 사법집행기관 및 시장감시기구
등을 포함하는 특별 팀을 구성했고 4월 24일 검거되어 즉석심판에서
유죄가 확정된 한 암표상들이 15일 구류와 1,000위안(약 18만 원)의 벌금을
선고받았다고 전했다.
한편 호주에서는 2009년 주요행사법(Major
Events Act)에 따라 티켓 재판매가 금지되었고 해당 행사에 참석하려는 사람들은 각각 단 한 장의 티켓만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정부가 규정하는 대형 행사의 경우엔 티켓 재판매가 허용되지만 재판매 가격은 액면가의 10% 이상을 넘을 수 없다.
사우스 오스트렐리아 주와 뉴사우스웨일즈주에서는 티켓 재판매 혐의가 확인된 개인과 기업들에게 각각 2만2,000 호주달러(약1,850만
원)와 11만 호주달러(약 9.80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되었다.
불공정 관행
한 소셜미디어 기업의 매니저이자 K-pop, 그 중에서도
BTS 팬인 따까 쁘라디스띠아(Tika Pradistia)는 트위터를 통해 슈가의 콘서트
티켓을 구하는 과정에서 한 암표상이 제시한 530만 루피아(약 45만5,000원)가 다른
암표상들이 일반적으로 요구하던 가격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해 이를 즉시 구매했다.
그녀 역시 다른 많은 BTS 팬들이 너무 비싼 가격으로 인해 콘서트 현장에 가지 못하는
현실을 잘 알고 있다. 많은 공연기획자들이 재판매된 티켓을 무효 처리하는 등 암표 매매를 제한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다고 알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로 창궐하는 암표상들의 계속된 공연 티켓 대량 매집이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에
대해 띠까도 불공정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암표상들이 창궐하는 것은 띠까 같이 웃돈이 붙은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티켓을 구하려는 수요가 여전히
넘쳐나기 때문이다.
자바 페스티벌 프로덕션의 데위 곤타(Dewi Gontha) 대표이사는 띠까 같은 팬들이
겪는 도덕적 딜레마를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암표상들의 피해자가 되어 웃돈을 주고 표를 구할 수밖에 없는
팬들이 공식 행사 기획사로부터 티켓을 직접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녀는 팬들 스스로 공식 사이트에서 티켓을 직접 살 수 있도록 사전 준비를 잘 해야 한다고 말하며 공연 티켓을 판다고 가짜 웹사이트까지
만든 사기꾼들에 대한 신고도 받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산디아가 장관은 신뢰할 수 있는 공식 웹사이트에서 공연 티켓을 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팬들이 그걸 몰라 암표상에게 비싼 티켓을 사는 것이 아닌데 이를 규제하고 관리해야 할 정부당국은 결과적으로 해당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보다는 콘서트
팬들에게 알아서 각자도생하라며 입바른 소리만 하고 있는 셈이다.[자카르타포스트/기사 제공=배동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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