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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인도네시아 계속되는 주술 범죄, 재발방지책은? 사건∙사고 편집부 2023-04-10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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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믓 도사(Mbah Slamet)라고 알려진 살인용의자 또히린(Tohirin, 45)이 4월 4일(화) 중부자바 반자르느가라 와나야사면 발룬 마을 시신 암매장지에 끌려 나왔다. (사진=꼼빠스닷컴/FADLAN MUKHTAR ZAIN) 

 

인도네시아 국립대학교(UI) 사회학교수 이맘 쁘라소죠(Imam Prasodjo)는 이번에 반자르느가라에서 재산을 증식시켜준다는 두꾼이 벌인 살인 행각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경찰이 신속한 예방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8일 꼼빠스닷컴이 보도했다.

 

이와같은 사건이 보도되면 사람들은 어떻게 저런 속임수에 넘어가냐며 혀를 차지만 보이스피싱에 빠지듯 실제로 재물주술 두꾼들의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는 이들이 적지 않다.

 

교육을 통해 올바른 상식을 주입하는 것으로 이러한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지만 그것은 분명 시간이 많이 걸리는 대책이다.그 사이 발생할 또 다른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경찰의 강제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국립대학교 사회학과의 조시아스 시몬(Josias Simon) 교수는 재물주술이 인도네시아에서는 깊은 문화적 뿌리를 가지고 있고 두꾼들이나 흑마술이 이슬람의 허울을 뒤집어쓰고 접근하는 경우가 많아 이번 반자르느가라에서 발생한 것과 비슷한 사건들이 빈발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무엇보다도 돈을 몇 배로 늘려줄 테니 한번 돈을 맡겨보라고 하는 사람은 그가 두꾼이든 일반인이든 절대 믿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경찰의 요구다. 어느 쪽이든 사기일 것이기 때문이다.

 

늘 같은 패턴의 범죄

조시아스 교수는 돈을 주술적으로 불려준다는 사기 범죄가 늘 똑 같은 패턴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런 사건에는 늘 끼아이(kyai), (mbah), 에양(eyang) 등 대체로 도사라 번역할 만한 칭호를 스스로 붙인 이들이 재물주술 두꾼을 자처하며 영적인 힘 또는 귀신의 힘을 빌어 큰 돈을 벌게 해준다며 나서는데 대개는 일정한 돈을 맡기면 주술을 통해 일정한 시일 내에 몇 배로 늘려준다는 약속을 하며 창업 자금이 필요하거나 빚, 사업 운영 자금에 쪼들리는 이들을 유혹한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확신을 주기 위해 돈뭉치를 쌓아 놓은 사진이나 재물주술 두꾼의 도움을 받아 부자가 되었다는 이들의 경험담을 광고로 사용한다. 물론 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거나 두꾼 스스로의 창작물들이다.

 

그 의도가 너무 뻔히 보이는 이런 시도에도 넘어가는 피해자들이 꼭 나온다. 그러니 이런 범죄가 그치지 않는 것이다. 특히 빚에 쪼들리거나 한방에 큰 돈을 벌어 인생역전을 노리는 이들이 쉽게 걸려든다.

 

이들의 광고가 TV나 신문에 실리진 않지만 소셜미디어에서는 적극적으로 스스로를 홍보하는 무당(두꾼)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사기를 당하고 급기야 두꾼에게 살해되는 추악한 사건들이 그런 식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벌어진 그런 사례들은 셀 수 없이 많지만 그중 일부 다음과 같은 사건들만 언론에 드러났다.

 

2007년 찌안주르에 사는 두꾼 아셉은 피해자 일곱 명을 살해한 혐의로 랑까스비뚱 법정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마글랑의 IS라는 이니셜의 두꾼은 불치병을 치료하고 재물을 늘려주는 능력을 가졌다고 주장했다.하지만 2020년 그는 돈을 찾으러 온 피해자들에게 독약을 먹여 네 명을 독살하고 경찰에 체포되었다.

 

그레식에 사는 얀또 도사(AbahYanto)라는 이는 영적 존재에게 바치는 제사에 피의 제물을 사용했다고 인정했다. 즉 사람의 생명으로 인신공양을 했다는 뜻이다.

 

가장 최근에 벌어진 찌안주르의 워원(Aki Wowon)사건은 크게 매스컴을 탔다. 그는 주로 귀국한 해외이주 노동자들을 유혹해 그들의 재산을 늘려주겠다며 돈을 맡기도록 했고 이후 찾아온 피해자들을 독살했다.

 

사람들이 현혹되는 이유 

이맘 쁘라소죠 교수는 이성적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두꾼의 말에 사람들이 속아 넘어가는 것에 대해 초자연적 세계에 대한 인도네시아인들의 전통적인 믿음이 두텁다는 점, 지름길을 통해 빨리 부자가 되려는 천박한 조급함, 그리고 대다수 인도네시아인들이 보이는 합리성의 부족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전통적 신비주의와 현대의 자본주의, 즉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자 하는 욕망과 고대로부터 전래된 미신이 만나 벌어지는 상황이란 설명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사건을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인도네시아인들의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이 학교는 물론 지자체와 산골마을까지 아우르며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나 당장이라도 벌어질 또 다른 유사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경찰의 기민한 탐지와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

 

이맘 교수는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스스로 주술사라 주장하는 사람들을 걸러내거나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것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기도 하고 스스로 귀신을 볼 수 있고 미래를 내다본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넘쳐나는 인도네시아 사회에서 큰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오히려 핍박받는 선지자 이미지를 구축해 별도의 오컬트 종교가 발호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슬라믓 도사 사건의 피해자들

48()까지 슬라믓이 살해된 피해자들의 시신은 총 12구가 발굴되었다. 그중 시신이 대체로 온전한 세 명은 신원이 확인되었고 나머지 9명은 백골상태여서 신원확인에 좀 더 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25세에서 50세 사이로 추정되는 피해자들이 매장된 시기는 대략 6개월 전부터인 것으로 보이며 시신에서 폭행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시신들이 발견된 구덩이 속에서는 생수병이 하나 발견되었는데 현재 경찰이 그 내용물을 분석 중이다. 슬라믓의 자백에 따르면 그는 시안화 칼륨, 즉 청산가리를 섞은 물을 피해자들에게 주어 독살한 것으로 보인다.

 

아흐맛 히다얏은 2021년에 실종된 자신의 형 물야디도 슬라믓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믿고 있다.

 

원래 수마트라 빨렘방에 살던 물야디는 202110월 슬라멧 도사를 만나겠다며 출발했으나 일주일 후 연락이 두절되며 실종된 것이다. 그는 발룬 마을에서 와츠앱으로 자신의 위치를 공유했는데 그게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물야디가 슬라믓에게 간 것은 그게 처음이 아니었다.

 

물야디가 슬라믓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슬라믓에게 돈을 불려달라며 돈을 맡긴 또 다른 피해자를 통해서였다. 재물주술을 믿지 않는 물야디의 가족들이 그런 사람을 만나지 말라고 말렸으나 물야디는 기어이 출발해 슬라믓을 만났고 실제로 돈을 들고 빨렘방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당시 그가 들고 온 돈 액수가 얼마였는지 아는 사람은 없다.

 

물야디는 202110월 다시 슬라믓을 만나러 자바의 반자르느가라로 떠났는데 이번엔 돌아오지 못했다. 가족들은 당시 경찰과 변호사를 대동해 슬라믓을 만났지만 슬라믓은 모르는 일이라며 발뺌을 했다. 물야디의 가족들은 슬라믓이 물야디를 죽였다며 그에게 최고형이 내려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도 물야디가 슬라믓의 희생자들 중 한 명일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문제는 슬라믓이 각 지방에서 찾아온 사람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으므로 피해자들의 신원을 파악하고 그들 각각의 사건경위를 조사하는 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인데, 피해자들은 빨렘방뿐 아니라 따식 말라야, 자카르타, 족자, 람뿡, 수카부미 등 다양한 지역에서 슬라믓의 이름을 듣고 찾아온 이들이 변을 당했기 때문이다.

 

사건 전모

이 사건은 처음엔 PO라는 이니셜로만 알려졌던 빠리얀또(Paryanto)라는 피해자의 가족들 신고로 밝혀지기 시작했다.

 

수카부미에 살던 고령의 빠리얀또는 320일 자신의 차를 타고 반자르느가라로 출발하고 나흘 후 아들에게 마지막으로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낸 후 연락이 두절되었는데 그 내용은 자신에게 연락이 닿지 않게 되면 경찰과 함께 직접 슬라믓의 집으로 찾아오라는 것이었다.

 

그 당시 그가 이미 생명의 위협을 느꼈던 것인지, 아니면 고령이었으므로 어떤 일이 있을지 몰라 자신의 행선지를 미리 알린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연락이 끊긴 가족들이 반자르느가라 경찰서에 빠리얀또의 실종신고를 낸 후 수사가 시작되었다. 슬라믓을 체포한 경찰은 이후 복수의 피해자들이 살해되어 그의 소유 토지에 매장된 것을 발견했다.

 

살해 동기에 대해 슬라믓은 피해자들이 돈을 돌려달라는 것에 짜증이 났기 때문이라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맡긴 돈을 돌려달라거나, 약속한 대로 부풀린 돈을 돌려달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슬라믓이 애당초 그 돈을 돌려줄 마음이 없었다는 것 역시 자명한 일이다.

 

빠리얀또의 경우 여러 차례에 걸쳐 7,000만 루피아(600만 원)를 슬라믓에게 보냈고 슬라믓은 그 돈을 50억 루피아(43,200만 원)로 불려 주기로 약속한 상태였다. 당연히 그 약속을 지킬 수 없었던 슬라믓이 자신을 찾아온 빠리얀또를 독살해 암매장한 것이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슬라믓은 찾아온 피해자들을 정오가 되기 전 자신 소유의 땅, 즉 다른 시신들이 이미 암매장되어 있는 곳에 데려간 후 오후 730분을 기해 재물주술 의식을 시작했다.

 

이 의식은 대나무로 현장에 만들어진 2x3미터 크기의 오두막에서 진행되었는데 슬라믓은 거기서 피해자들과 천연덕스럽게 금방이라도 큰 돈을 만들어 내어줄 것처럼 얘기하다가 해당 의식의 일부인 것처럼 음료수를 내밀어 피해자에게 마시게 했다. 해당 음료수에는 청산가리가 들어 있었다피해자는 5분도 안되어 쓰러져 절명했고 슬라믓은 그를 곧바로 땅에 파묻어버렸다.

 

빠리얀또가 묻힌 곳 주변엔 시신들이 가득 찬 여러 개의 구덩이들이 발견되었는데 희생자들 중엔 한 쌍의 부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슬라믓이 두꾼 행각을 벌이기 시작한 것은 2020년부터의 일이다. 슬라믓은 단독범행을 주장하지만 경찰은 슬라믓을 도와 그를 사람들에게 홍보하는 정도의 일을 하고 건당 5백만 루피아(43만 원)에서 1천만 루피아(86만 원)의 수수료를 받은 BS라는 이니셜의 인물을 공범으로 입건한 상태다.

 

슬라멧은 현재 횡령과 계획살인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부인은 전혀 몰랐을까?

슬라멧의 부인 세네(Seneh)는 남편이 재물주술을 한다는 것을 전혀 몰랐고 단지 남편한테 손님이 자주 찾아오는 것을 의아해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손님들에게 음료수를 내주었을 뿐 그들이 이야기하는 방에는 들어가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다. 그 방 안에는 지금도 카페트만 한 장 덩그러니 깔려 있을 뿐이다.

 

발룬 마을 이장 마부디오노는 슬라믓을 잘 알지 못했지만 그가 이웃과의 교류도 거의 없었고 마을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종종 보았지만 마을에서는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슬라믓은 2019년 뻐깔롱안에서 벌어진 10만 루피아 지폐 위조사건의 용의선상에 오른 일도 있었다. 현재 그는 뻐깔롱안으로 이송되어 조사를 받고 있다.[꼼빠스닷컴/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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