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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인도네시아, 여전히 종교 다르면 혼인 "안돼" 사회∙종교 최고관리자 2023-02-03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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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결혼식/ 기사 내용과 상관없음(사진=자카르타경제신문)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진 남녀가 결혼할 때 걸림돌이 되고, 그 결혼을 강행하더라도 그들의 결합을 공식화하기 어렵게 만드는 혼인법의 모호한 조항들을 그대로 존치하는 인도네시아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131() 나왔다.

 

1일자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헌번재판소는 일방의 종교에 준해 이루어지는 혼인만이 합법적이라는 규정을 포함한 세 개의 법조문을 무효화해 달라는 한 시민의 청원을 기각한 것이다.

 

문제의 세 개 조항은 이종교간 혼인을 명시적으로 허용하지도, 금지하지도 않지만 해당 시민이 지적한 바와 같이 실제로는 대체로 이종교간 혼인을 반대하는 근거로 사용되어 왔다.

 

해당 법조항은 소속 성도가 다른 신앙을 가진 배우자와 결혼하는 것을 금지하는 종교기관들 판단과 관행에 기초한 것으로 일방의 종교가 이종교간 혼인을 허락하지 않을 경우 국가 역시 두 사람의 혼인을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지고 결혼을 강행한 부부들이 혼인신고 자체를 못하는 상황이 왕왕 벌어졌다.

 

131일 이와 같은 판결을 내놓은 헌재는 혼인의 적법성 여부를 판단하는 권한이 종교기관에 있으며 정부는 종교기관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혼인에 한해 혼인신고를 받는 식으로 혼인권을 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이종교간 결혼을 해라 또는 하지 말라 하는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종교기관이므로 정부는 국민들의 혼인권을 직접적으로 제한한 일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한 적법성이란 각 종교의 종교법을 의미하므로 결과적으로 혼인법에 있어서는 국가 법령이 종교법의 하위개념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헌재 판사는 해당 청원에서 지목한 법조항들이 종교의 자유나 혼인하여 가정을 꾸릴 권리를 제한하려는 취지가 아니라며 판결 취지를 설명했으나 사실상 종교가 다르면 마음대로 혼인할 수 없는 현실을 기정사실화한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히두딘 아담스(Wahiduddin Adams) 헌재 재판관은 해당 조항들이 예배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원칙, 법과 정부 앞에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다는 사실, 국민들이 차별대우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갈 권리,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가질 권리와 충돌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판결문을 읽어 내려갔다.

 

한편 청원을 제기한 라모스 빠뜨거(Ramos Patege)는 파푸아 출신 카톨릭 신자로 이종교간 혼인금지 조항 때문에 3년간 사귀어 온 무슬림 연인과 결국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청원서를 통해 문제의 세 개 조항이 규정하는 바가 명확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혼인하여 가정을 꾸릴 국민들의 권리가 침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헌재 판결을 통해 이종교간 결혼에 대해 보다 분명한 법적 확실성을 확보하려 했으나 기대한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받고 말았다.

 

그는 오직 같은 종교를 가진 배우자와 결혼할 수 있도록 한 혼인법이 모든 국민들의 종교와 신앙 선택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과 배치되며 국가의 대리인으로서 이종교간 혼인한 부부의 혼인신고를 당국은 마땅히 접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헌재에서 정부와 국회의 법률 대리인들은 청원인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 측은 해당 혼인법이 혼인권을 제한하거나 특정 개인을 차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며 해당 조항들의 존치를 주장했고 입법부 측은 혼인이 단지 행정 절차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종교적,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 이벤트라고 지적했다.

 

, 정부와 국회 모두 종교기관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고 그 종교기관이란 이슬람으로 수렴한다


인도네시아가 비록 헌법상 종교의 자유를 가진 나라이지만 정치와 행정은 이슬람의 금기를 뛰어넘을 수 없고 현지 사회 일반 국민들 역시 개개인이 가진 종교와 관계없이 이슬람과 무슬림 단체의 입장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이번 헌재 판결에 투영되고 있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울라마 대위원회(MUI) 산하 가정사랑연대(AILA)와 인도네시아 이슬람 전파위원회 역시 헌법청원이 진행되고 있던 당시 제3자 개입, 즉 자신들의 의견 반영을 요구하며 재판부가 해당 청원을 기각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혼인법에 대한 유사한 판결이 지난 2012년과 2015년에 이미 두 번이나 나왔으며 현재 이를 개정할 어떠한 시급성도 없다고 덧붙였다.

 

2014년에는 일단의 법학도들이 배우자의 종교에 맞춰 개종하는 등 국민들이 혼인과 관련해 특정 종교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며 해당 법조문의 재검토를 청원했다. 하지만 그 이듬해 헌재는 해당 청원을 기각하면서 이종교간 혼인은 여전히 인도네시아 사회의 금기로 남았다.

 

혼인법의 모호한 규정에 대한 찬반양론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왔고 일부 단체들은 이종교간 혼인을 절대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종교가 서로 다른 남녀가 하객들의 축하를 받으며 결혼하는 일, 그들의 혼인등록을 당국에서 접수하는 일은 드물게 신문에 날 정도로 인도네시아 사회에서는 획기적인 사건에 속한다.[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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