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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인도네시아, 과거 네덜란드 노예무역의 피해자? 공범? 정치 편집부 2022-12-26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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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마르크 뤼터(Mark Rutte) 총리 (사진=위키백과/Nick van Ormondt)

 

인도네시아 사학자들과 전문가들은 네덜란드 마르크 뤼터 총리가 과거 노예제를 실행했던 국가적 과오에 대해 사과함에 따라 인도네시아 역시 과거 식민지 시대에 노예제도에 일정 부분 기여했던 사실에 대한 솔직한 담론을 나누어야 할 시기가 마침내 도래한 것이라고 말한다고 자카르타포스트가 22일 보도했다.

 

네덜란드의 노예무역으로 인해 인도네시아인들도 많은 고초를 겪었는데 특히 수리남 같은 네덜란드의 다른 식민지로 이주해야 했던 수천 명의 인도네시아인들이 겪은 고생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다.

 

하지만 따질 것은 분명히 따져봐야 한다. 당시 네덜란드 노예 무역에 거간꾼처럼 나서 노예들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 것 역시 발리나 롬복 같은 지역의 로컬 왕국들이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진정으로 납득하고 화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 역시 분명히 기억할 수 있도록 학교 정규 과정에서 교육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뤼터 총리는 지난 1219() 20분 간의 연설을 통해 예전 식민지들, 특히 수리남 (Suriname), 퀴라소(Curaçao), 신트마르턴(St Maarten), 아루바(Aruba), 보네르(Bonaire), 사바(Saba), 신트외스타티위스(St Eustatius) 등 카리브해 지역 일곱 개 국가들에게 사과했다.

 

그는 과거 네덜란드의 노예 무역이 비인간적이고도 부당한, 엄청난 범죄 시스템이었다면서 퀴라소, 신트마르턴, 아루바, 수리남에 대한 선제적 사회기금 제공도 천명했다.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던 인도네시아는 뤼터 총리의 연설 속에 분명히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동인도회사의 감독 하에 있던 지역에서 66~1백만 명이 노예로 거래되었다는 정도로만 등장했다.

 

일부 매체들은 해당 발언이 인도네시아에 대한 뤼타 총리의 사과라고 해석했지만 현지 사학자들은 그리 생각하지 않았다. 인도네시아가 과거 네덜란드의 노예 무역 문제에 좀 복잡하게 엮여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나쇼날 대학(UNAS)의 식민지시대 역사학자 안디 아크디안(Andi Achdian)은 당시 인도네시아의 왕국들이 공공연히 노예를 판매하고 있었으므로 네덜란드는 그런 상황에 편승해 적극적으로 이익을 추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네덜란드인들이 자유민들을 노예로 만들어 매매한 카리브해 지역 국가들과는 전혀 상황이 달랐다. 말하자면 인도네시아는 대체로 네덜란드 노예 무역의 공범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역사를 낱낱이 들여다보려면 역사의 어두운 부분이 드러나는 것도 감수해야만 한다는 것이 안디 교수의 입장이다.

 

새삼 새로워지는 기억들

노예 무역 문제에 대해 인도네시아는 무조건 네덜란드의 사과를 요구하기 전에 스스로의 추악한 과거사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16세기 당시 네덜란드 동인도회사(VOC)는 세계에서 가장 큰 노예 무역상이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암본, 떠르나테, 발리, 보르네오 등을 포함한 최상의 상품노예들을 태평양과 대서양을 아우르면서 남아프리카, 인도, 스리랑카에 팔았다.

 

노예들 대부분은 부족간 전쟁에서 패배한 부족민들이었다. 승리한 왕국이 패배한 부족민들을 노예로 팔아먹은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현대의 인도네시아인들은 그리 많지 않다. 당시의 역사적 사실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식민지 시대에도 이러한 행태의 노예 매매가 계속되었다는 사실은 국가기록원에도 자료가 남아 있지만 아무나 쉽게 찾아볼 수 없게 관리되고 있다. 즉 전문가들이나 연구가들조차 그러한 자료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것이 인도네시아 국립대학교 문화과학부 학장 본단 까누모요소(Bondan Kanumoyoso) 교수의 주장이다.

 

본단 교수는 가용한 자료가 너무 적어 뤼터 총리가 지난 월요일 연설에서 언급한 수치들조차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검증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이를랑가 대학 문화과학부 학장 뿌르나완 바순도로(Purnawan Basundoro) 교수 역시 인도네시아가 네덜란드 노예 무역에 어느 정도 역할을 담당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완전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당시의 추악한 관행에 대해 정직한 담론이 이루어져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사과는 정치적 수사일 뿐?

카리브해 국가들 방문을 앞두고 이루어진 뤼터 총리의 연설은 네덜란드 국민들과, 사과를 받은 국가들의 국민들 모두에게 비판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뤼터 총리가 사용한 어휘들이 식민주의적 감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카리브해 국가들과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편 많은 국민들은 그의 사과가 정말 진지한 것이었는지, 단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한 것은 아니었는지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

 

뤼터 총리는 인식 개선 프로젝트를 위해 2억 유로(2,730억 원) 출연을 약속했고 이와 별도로 노예제도 박물관 건립을 위해 2,700만 유로(370억 원)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뤼터 총리가 해당 제안에 대한 역제안이나 변경 요청을 우려해 예전 식민지였던 국가들과 관련 사전 협의를 하지 않았다는 추론에 대부분 동의했다.

 

인도네시아 국회 제1위원회 소속 TB 하사누딘 의원은 인도네시아 정부(국회와 외교부) 역시 뤼터 총리의 연설이 그의 국내 정치 의제를 위한 것이었다고 판단하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네덜란드는 인도네시아 독립전쟁 당시 일어난 네덜란드군의 조직적 잔혹 행위와 인종 차별에 대해 각각 사과했지만 인도네시아 정부는 네덜란드의 두 번의 사과가 모두 공식 외교 발언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아무런 반응도 내지 않았다.[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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