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77주년에 돌아본 인도네시아 민족주의의 오늘 > 정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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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독립 77주년에 돌아본 인도네시아 민족주의의 오늘 정치 최고관리자 2022-08-17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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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자바 파타힐라 광장의 역사박물관(구 바타비아 시청)에 인도네시아 국기가 걸려있다 (사진=자카르타경제신문)
 
8월 17일 인도네시아 독립 77주년에 즈음하여 도시 곳곳 도로와 길모퉁이마다 적백색 국기가 휘날리고 공공장소에서 국가가 흘러나오며 숨쉬는 대기 속에도 애국심이 차오른다.
 
그런데 거리마다 흘러 넘치는 규격화된 팡파르가 인도네시아가 가진 800개 넘는 언어, 300개 이상의 종족, 여섯 가지 공인 종교로 대변되는 ‘다양성의 나라’라는 이미지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것도 사실이다.
 
국제여론조사기관 유고브(YouGov)가 2022년 실시한 조사에서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가장 애국적인 나라로 꼽혔다. 인도네시아인 응답자의 14%가 인도네시아를 세계 최고의 국가로 뽑았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대체로 민족주의의 긍정적인 측면을 조명한 역사학자 베네딕트 엔더슨이 1983년 언급한 그 유명한 ‘상상 속의 정치 공동체’로부터 먼 길을 더 걸어와 현재의 실체를 만들어 냈다.
 
하지만 최근 자카르타포스트가 주최한 토론회에 참여한 현지 전문가들과 연구가들은 한 목소리로 인도네시아 민족주의의 편협성이 노출되는 경우가 크게 증가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우려를 표했다.
 
한 패널은 어떤 의미에서 국가의 정체성과 그 경계를 정하는 작업이 아직 완료되지 않은 것이라며 인도네시아 민족주의의 현 상황을 설명했다.
 
토론에 화상으로 참여한 멜번 대학교 사학 박사생 라반도 리에(Ravando Lie)는 인도네시아의 민족주의가 ‘유해한 것’이 된 이유는 사람들을 통합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사람들을 여러 카테고리로 나누어 갈라치기를 하는 데에 사용되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민족주의가 가진 유해성의 폐해가 역사 속에서 국내 소수집단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비극적인 형태로 여러 차례 드러난 바 있는데 이러한 ‘파괴적’ 감정이 최근 온라인 공간에 쏟아져 들어갔다.
 
라반도는 전 영국 테니스 토너먼트 주최측이 코로나-19에 밀접 접촉한 인도네시아 선수의 출전을 제한하자 인도네시아 네티즌들이 몰려들어 조직위원회 인터넷 계정을 훼손하여 주최측이 어쩔 수 없이 해당 계정을 폐쇄할 수밖에 없었던 사건을 예로 들었다. 민족주의가 전혀 이성적이지 못한 형태로 터져나온 예다.
 
인도네시아 국제이슬람 대학교(UIII) 정치과학학부학장 필립 J. 버몬트(Philips J. Vermonte) 교수는 과거 인도네시아 건국의 아버지들이 누구랄 것 없이 모두 ‘이성적’ 민족주의자들이었으나 오늘날 국가에 충성을 다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민족주의에는 감수성과 이성, 개념잡힌 정의가 결핍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편협함은 더욱 심화되고 현실을 바라보는 시각도 더욱 왜곡된다는 것이다.
 
왜곡된 민족주의는 경제정책에도 영향을 끼친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반미 감정이 들끓고 있지만 정책입안자들은 미국의 경제적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미국을 중시하는 관련 정책을 기꺼이 지켜낼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정치가들의 정책 수호의지가 없을 때 거기서 파생한 편협성은 더욱 더 민족주의를 갉아먹는다.
 
필립스 교수의 말에 동조하는 미그란트 케어(MigrantCARE) 이주문제연구센터의 아니스 히다야(Anis Hidayah) 센터장은 인도네시아인들이 화합하여 하나가 되는 마음을 잃은 것이 이성적 교육시스템의 부재 때문이라고 보았다.
 
민족주의에 대한 왜곡된 교육이 결과적으로 국가적인 편협성 문제를 야기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결국 정부의 책임이다.
 
한편 민족주의의 색채는 그것을 표방하는 사람에게 크게 달려 있다. 호텔 관리 및 예약 플랫폼 레드도어즈(RedDoorz)의 헨리 마남삐링(Henry Manampiring)은 인도네시아의 주요 민족주의자들이 본질적으로 성격상 이성적이라기보다는 감성적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문제를 찾았다.
 
진정한 민족주의자는 가장 전통적인 복식을 입거나 가장 큰 목소리로 국가에 대한 충성을 논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행동의 결과 국가에 이익을 주는 사람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민족주의란 이성과 국익이란 두 날개의 균형을 맞춰야 날 수 있다.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IDX) 비지니스개발 고문 폴딱 호트라데로(Poltak Hotradero) 역시 민족주의란 반드시 경제발전에 도움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지에 공장과 회사를 아무리 많이 만들어 봤자 만약 그들이 노동자들을 착취하기만 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국경을 세우는 것은 관세를 징수할 목적이지 애국심에 휩싸여 국가의 관문을 무조건 틀어막으려는 게 아닌 것처럼 민족주의는 독불장군으로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상호협조적, 상호의존적 자유시장을 지지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폴딱은 무조건 자급자족을 주장하는 것이 전혀 민족주의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도네시아가 당면한 수많은 문제들에 잘 대처할 수 있기 위해 민족주의의 개념 자체를 대담하게 혁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여전히 전통적, 보수적 삶만 고수해서는 빠른 결단을 내릴 수 없다. 그는 필요하다면 사람들이 신성불가침처럼 여기는 빤짜실라(Pancasila) 건국이념에 대해서도 재협의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필립스 교수는 1998년 이후 인도네시아 민족주의는 민주주의와 지방분권주의와 연결되었는데 이를 민족주의의 올바른 진화라고 평가하면서 그 결과 오늘날 새로운 색채와 의미를 갖게 된, 또는 새로운 색깔을 가져야만 될 민족주의를 제대로 정의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국제사면위원회 인도네시아 지부장 우스만 하미드(Usman Hamid)는 다수의 이익을 위해 작동한 민족주의가 미얀마에서 로힝야 난민사태를 일으킨 전례를 언급하며 민족주의가 집단적 선(善)의 추구라는 영광스러운 명목을 내세워 인권유린에 기여했던 사실들을 상기시켰다.
 
민족주의란 과거 한 시점에 그 정의가 내려져버린 정체된 관념이 아니라 많은 보완과 새로운 정의가 필요한, 진화하고 발전해 가는 개념이다.[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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