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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바꿔, 대통령” 야권 후보 프라보워에 200만명 뜨거운 지지 정치 편집부 2019-04-09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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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야권 대선 후보 프라보워 수비안토 그린드라당 총재가 7일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스타디움에서 야외 유세를 하고 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붕 카르노 스타디움 유세장 가보니
3월엔 조코위가 10%P 앞섰으나 이달 들어 “사실상 역전” 얘기도 
“이번 대선엔 반드시 이긴다” 변화 열망 지지자들 함성 땅 뒤흔들어 
 
“간티 프레시덴(바꿔보자 대통령)!” “인도네시아 마우 프라보산디(인도네시아는 프라보워와 산디아가를 원한다)!”
 
200만명이 토해 내는 함성은 땅을 흔들고 하늘을 울리더니 다시 메아리가 돼 돌아왔다. 사람들 목소리가 아닌 마치 하늘이 계시하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사방팔방 사람들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는데도 사람들은 인파에 몸을 맡기고 단상의 지시에 따라 신들린 듯 희로애락을 뿜어냈다.

대통령 선거를 딱 열흘 앞둔 7일 오전 7시(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 스타디움. 야권 대선 후보 프라보워 수비안토 위대한인도네시아운동당(그린드라당) 총재와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 산디아가 우노 전 자카르타 부지사의 야외 유세 현장은 ‘위대한(Akbar) 캠페인’이란 이름에 걸맞았다. 주최 측 추산 200만명이라는 숫자에 망설임 없이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카완(42)씨는 “2014년 대선 때보다 두 배 이상 더 온 것 같다”라며 “숫자가 민심을 말한다, 이번엔 반드시 이긴다”고 말했다. 이만(51)씨는 “공화국 개국 이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자리에 운집한 사례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난달 말만 해도 프라보워는 지지율 조사에서 조코 위도도(조코위) 현 대통령에게 10%포인트 정도 뒤지는 것으로 나왔다. 그러나 이달 들어선 사실상 역전했다는 얘기가 부쩍 돌고 있다. “(위기감을 느낀) 조코위 측에서 돈을 풀기 시작했다”, “어느 언론사가 프라보워에게 붙었다고 하더라”, “샤이(드러내지 않는 지지자) 프라보워가 벼르고 있다” 등이다. 실제 조코위는 지지율이 정체된 반면, 프라보워는 상승세다. 두 사람이 붙었던 2014년 대선에선 불과 4%대 차로 승부가 갈렸다.

이날 분위기만큼은 프라보워가 대세처럼 느껴졌다.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한 시간 먼저 도착했으나 이미 1㎞ 떨어진 지점부터 차들은 도로에 묶여 있었고, 사람의 무리만 느리게 경기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 흐름을 거슬러 간다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정원 10만명을 자랑하는 스타디움은 비집고 들어갈 틈조차 없었다. 경기장 담장 너머까지 간이 천막이 들어섰다. 인파는 경기장 주변을 에워싸는 걸 넘어, 경기장으로 이어지는 대로변 모두를 하얗게 물들였다.
 
운 좋게 최고위층(VVIP) 지지자만 출입이 가능하다는 전망대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린드라당을 상징하는 흰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간단한 아침식사를 겸하며 담소하고 있었다. 다들 승리를 자신했다. 특전사 2성 장군 출신 헤이라완씨는 “두고 보면 알 것”이라고 짧게 웃었다.

전망대를 통해 단상으로 나아갔다. 20분 넘게 인의 장벽과 경호원들의 제지를 뚫고 단상 3m 지점까지 접근했다. 체감온도는 41도. 여기에다 흥분한 체온들까지 불사르니 유세장은 한증막을 넘어섰다. 숨이 막히니 몽롱하기까지 했다. 눈썹 안으로 파고드는 땀줄기 때문에 눈을 뜨기 힘들었고, 휴대폰은 손에 쥘 수 없을 정도로 달궈졌다.
 
지방 유세로 몸이 아프다는 소문이 돌던 프라보워는 이날 40분 넘게 원맨쇼를 펼쳤다. 그가 웃으면 사람들이 웃고, 그가 외치면 사람들이 외치고, 그가 물어보면 사람들이 답했다. “사투(1)? 두아(2)?” “두아!” 사람들이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기호 2번 수신호를 만든 손을 번쩍 들었다.

프라보워는 연설 중간에 “여기 특파원들 많이 오셨죠? 더 이상 거짓말쟁이(조코위 대통령을 가리킴)에게 속고 사는 게 싫다는 인도네시아 국민들 목소리가 들리시죠”라고 영어로 말하기도 했다. 군 장성 출신인 프라보워는 5개 국어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유세장 사전 프레스카드 발급 매체 등록엔 외신을 비롯해 500여명이 몰렸다. 출입증을 받기 위해 무려 한 시간이나 줄을 서야 했다. 담당자는 “한국 기자는 당신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땡볕에서 3시간 가까이 진행된 행사가 끝난 뒤에도 사람들은 지칠 줄 몰랐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깃발을 들고 행진하거나, 방송차량을 뒤따르며 선거운동노래를 따라 불렀다. 차도를 침범하기도 했지만 누군가의 우려처럼 무질서하지도, 위험해 보이지도 않았다. 다만 두 시간 넘게 자동차도, 오토바이도 잡을 수 없었다. 이날 캠페인은 지난달 24일부터 시작된 야외광장 유세운동의 일환이다. 조코위 대통령은 13일 같은 장소에서 유세 일정이 잡혀 있다.

사실 조코위와 프라보워의 정책 차이는 크지 않다. “선진국 진입”(조코위) “일자리 창출”(프라보워) 정도다. 누가 덜 부패했는지, 누구의 동반자가 각자의 취약점을 보완해 줬는지가 승패의 관건이다. 러닝메이트로 조코위는 종교(마룹 아민)를, 프라보워는 젊음(산디아가)을 택했다. 조코위는 공약을 지키지 않은 거짓말쟁이, 이미지정치만 하는 탤런트라는 인식이, 프라보워는 특전사 장성 출신, 독재자 수하르토의 사위였다는 사실이 각각 약점으로 꼽힌다. 안선근 국립이슬람대(UIN) 교수는 “초접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라흐맛 물리아(29)씨는 “변화를 위해 다들 자기 돈 들여서 자발적으로 왔기 때문에 이건 단순한 선거운동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단언했다. “4월 17일(인도네시아 대선) 피플 파워(People Power)를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이번 대선 유권자는 1억9,282만8,520명이다.
 
-출처 :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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