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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태권도는 내 삶"…인도네시아 빈곤청년의 국가대표 도전기 문화∙스포츠 편집부 2018-05-07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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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로 미래 열어낸 인도네시아 청년
인도네시아 태권도 품새 국가대표팀 일원으로 선발돼 한국 백석대 체육관에서 전지훈련 중인 현지 대학생 이펑(22)씨가 주먹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국기원 현지 파견사범에 태권도 배워 국가대표 발탁

인도네시아 빈곤층 출신의 한 청년이 한국 국기원이 파견한 사범의 도움으로 10년간 태권도를 배운 끝에 자국 국가대표 선수가 돼 화제다.
주인공은 인도네시아 알 아쉬리야 누룰 이만 이슬람 기숙학교 대학 과정 쿠란 번역학과에 재학 중인 대학생 이펑(22)씨.
 
그는 6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내 인생을 바꾼 계기는 태권도"라고 말했다. 서(西)자바 주 수방 지역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이펑은 12살의 나이로 부모 품을 떠나 기숙학교에 들어갔다.

도시에서 어린이용 장난감을 사와 되파는 장사를 하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소득이 월 100만∼200만 루피아(약 7만6천∼15만원)에 불과해 9살 터울의 여동생과 이펑을 함께 양육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펑이 들어간 학교는 빈곤층 자녀에게는 학비와 숙식비를 받지 않기에 생활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이펑은 이후 매년 한 차례 명절에만 가족을 만날 뿐 학교를 벗어나지 못하는 삶을 살아왔다.
 
그런 그에게 태권도는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를 느끼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었다. 이펑은 "학교에 입학했을 때 상급생들의 태권도 시범을 봤다. 음악과 함께 춤을 추듯 동작을 보이다 공중회전을 하고 품새와 겨루기 등을 선보이는 게 너무 화려하고 멋져서 순식간에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시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3년 이 학교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태권도 해외협력사업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이펑은 태권도를 더는 배울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다행히 주인도네시아 한국문화원의 도움을 받아 이 학교는 태권도진흥재단의 해외태권도활성화사업 지원 대상으로 다시 선정됐고, 인도네시아 품새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은 신승중(46·7단) 국기원 해외파견 사범의 지도까지 받게 됐다.
 
이후 이펑의 생활은 온통 태권도로 채워졌다.
그는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면 한 시간 동안 달리기를 하고, 수업을 듣고 나면 오후 1시부터 4시 반까지,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 기술훈련과 태권도 시범단 활동을 했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이펑은 이 학교 태권도 시범단의 핵심 에이스로 부상했다.
이펑과 태권도 시범단은 2016년 현지 인기 장기자랑 예능 프로그램에 출전해 압도적 성적으로 대상을 탔고, 작년 11월 문재인 대통령의 인도네시아 국빈방문 당시에는 학교를 찾은 김정숙 여사 앞에서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훈련 커리큘럼과 프로그램을 직접 짜 가며 태권도 시범단을 지도해 온 신 사범은 결국 작년 말 이펑을 인도네시아 태권도 품새 국가대표팀의 일원으로 선발했다. 이 학교에서 인도네시아 태권도 국가대표가 배출된 것은 이펑이 첫 사례다.

스승과 제자
인도네시아 태권도 품새 국가대표팀의 일원으로 한국 백석대 체육관에서 전지훈련 중인 현지 대학생 이펑(22)씨가 인도네시아 품새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는 신승중(46·7단) 국기원 해외파견사범과 나란히 주먹을 들어보이고 있다. 

신 사범은 "이펑은 기량이 우수해 국가대표로 충분히 나설 수 있다고 봤다.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딸 실력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태권도 품새 국가대표팀은 지난달 23일부터 한국 백석대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대표팀은 이달 24일로 예정된 베트남 아시아 태권도 선수권 대회에 참가한 뒤 아시안 게임 출전 준비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신인인 이펑이 아시안 게임 최종 엔트리에 포함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하지만 그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면서 "태권도에서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라 큰 사람이 돼 동생들에게 맏이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창범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는 "인도네시아 대표팀이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한다"면서 "한국의 도움으로 태권도를 배운 선수가 국가대표로 당당히 시상대에 오른다면 그 자체가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우정과 협력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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