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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동남아, ‘가짜뉴스’와 ‘표현의 자유’ 그 사이의 혼란 사회∙종교 편집부 2017-11-24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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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사라센 소속 용의자들 (사진=BBC 인도네시아)
 
동남아시아 국가인 브루나이에서는 올해 8월 하사날 볼키아 국왕이 ‘비트코인 코드’라는 이름의 스타트업에 7억 2000만 달러를 투자한다는 소식이 ‘CNN머니리포트닷컴(www.cnn-money-report.com)’이라는 사이트에 올라왔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실질적 근거는 결국 어디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처럼 최근 동남아시아에서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가짜 뉴스 확산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필리핀 매체 래플러는 22일 보도에서 확산이 되기 쉽고 사실 확인이 힘든 SNS의 특징 탓에 사람들은 눈에 띄는 헤드라인에 현혹돼 자신도 모르게 가짜뉴스 생산의 공범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동남아시아는 최근 인터넷과 모바일 사용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가짜뉴스의 확산 속도도 갈수록 더 빨라지고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매년 ‘국경없는 기자회(RSF)’가 발표하는 ‘세계언론자유지수(World Press Freedom Index)’에서 모두 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가짜뉴스의 문제는 더욱 커진다. 올해 세계언론자유지수 순위에서 동남아시아 국가 중 인도네시아가 180개 국가 중 그나마 124위를 차지했고 베트남은 175위를 기록했다. 
 
동남아시아언론협회(SEAPA) 에드 레가스피 이사는 고전적인 허위정보 유포 수법이 소셜미디어 덕분에 빠르게 증폭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짜 뉴스는 이제 동남아 지역에서 매우 흔한 현상이자 현재 역내 모든 나라의 정치권에서 고심하고 있는 주제”라면서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미얀마·태국 등의 우리 동료들은 꽤 오랜 기간 동안 지속돼 온 문제라고 보고 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제에 편리한 명칭(가짜 뉴스)을 부여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레가스피 이사는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의 부상은 이러한 현상을 더욱 확대되게 만든 것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레가스피는 또한 가짜뉴스가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묵살시키는 데도 사용되고 있는 것 역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동남아시아 국가 지도자들 사이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처럼 가짜뉴스라는 용어를 자신들의 정책에 반대하는 기자들에게 붙이는 주홍글씨처럼 사용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면서 “최근 캄보디아의 사례처럼 이러한 일명 ‘가짜 뉴스 언론사’들이 기존 뉴스매체들을 억압하고 단속하기 위한 핑계로 이용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미얀마·필리핀 등에서는 온라인 상의 가짜뉴스와 혐오발언들이 실제로 대중의 의견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가짜뉴스가 매우 만연하다. 이 곳의 가짜뉴스는 자카르타 주지사(바수키 티아하자 푸르나마)를 선거에서 낙마시킬 정도로 강력한 힘을 과시한 바 있다. 때문에 가짜뉴스 업계도 더욱 활개를 치는 형편이다. 인도네시아 경찰의 수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가짜뉴스 업체들은 가짜뉴스를 퍼뜨림으로써 경제적 이익까지 챙기고 있다.
지난 8월에도 경찰은 온라인 상에 증오발언과 가짜 정보를 퍼뜨린 뒤 이를 판매하려 한 혐의로 페이스북 그룹 ‘사라센’ 소속 용의자 3명을 체포한 바 있다. 
 
미얀마 로힝야족 사태와 관련해서도 가짜뉴스 논란이 뜨겁다. 메멧 심섹 터키 부총리는 자신의 트위터에 로힝야족의 피해 실태라며 사진을 게시하고 국제 사회가 로힝야 사태와 관련해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으나 결국 다른 사건의 사진이 오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 미얀마의 실질적 최고 권력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 겸 외무장관은 “일부 가짜 뉴스 사진이 나돌며 현 상황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며 ‘인종 청소’ 논란 자체를 부인해 국제 사회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필리핀에서는 정부의 ‘댓글 부대’가 활개를 치고 있다. 이들은 소셜미디어에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옹호글을 올리는 것 뿐만 아니라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 매체나 개인을 타깃으로 공격하기도 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게다가 이들은 정부로부터 컨설턴트라는 직책까지 부여받아 재정적 지원도 받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캄보디아와 태국·베트남·싱가포르 등에서는 가짜뉴스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일정 수준 제한하는 법이 생겼다. 그러나 이들 나라에서는 반대로 정부가 SNS를 언론 통제의 수단으로 악용해 문제가 되고 있다. 
 
현지 프놈펜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 캄보디아의 파이 시판 각료회의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CNN과 뉴욕타임스(NYT) 등 주류 언론사 다수를 가짜뉴스 언론사라며 백악관 브리핑에서 배제하자 이를 옹호하며 “표현의 자유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만 가능하다. 표현의 자유보다 국익과 평화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싱가포르는 표현의 자유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법을 가지고 있다. 2015년에는 한 필리핀인이 페이스북에 “싱가포르인들은 이제 자국에서도 패배자가 다됐다”면서 “우리가 그들의 일자리, 그들의 미래, 그들의 여자들까지 모두 가져가고 언젠가는 싱가포르 루저들을 그 나라에서 다 몰아낼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가 폭력선동 혐의로 감옥에 가기도 했다. 특히 이 법은 정부에 대한 비판글에 엄격하게 적용된다. 2015년 싱가포르의 ‘국부’ 리콴유 전 총리를 비난하는 유튜브 비디오를 올린 16세 소년이 체포되기도 했다. 
 
태국에서 SNS는 정부가 ‘불경죄’를 널리 적용하는 플랫폼이 되고 있다. 2015년 한 여성은 왕실을 모독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죄로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정부는 페이스북 기업에도 압박을 가해 유해 컨텐츠를 삭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도 자국 법을 준수하라며 페이스북의 컨텐츠 삭제를 요구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것이 정부가 국민들의 생각을 검열하려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베트남의 민주화 요구 시민단체 ‘비엣 탄’의 돈 러 활동가는 “베트남 정부가 더이상 국민들의 페이스북 사용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시민들이 뉴스를 생성하지 못하도록 ‘정보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가짜 뉴스 문제가 심각해지자 가짜뉴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나선 국가도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 산하 기관인 ‘말레이시아 정부 통신-멀티미디어 위원회(Malaysian Communications and Multimedia Commission·MCMC)’는 지난 3월 진실규명 사이트 ‘sebenarnya.my’(sevenarnya는 말레이시아어로 ‘사실은’이라는 뜻)를 런칭했다. 정부 차원에서 가짜뉴스 확산 방지에 나선 것. 이 웹사이트는 어느덧 1100만 명 이상이 방문한 인기 포털 중 하나가 됐다고 말레이시아 매체인 뉴스트레이트타임스는 전했다. 
 
MCMC는 또한 ‘현명한 클릭(Klik Dengan Bijak)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국민들의 미디어 독해력을 향상시키고 책임 있는 인터넷 사용과 디지털 안전의 중요성을 계도하고 있다.
 
레가스피 이사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면은 ‘가짜뉴스’라는 명칭이 생김으로써 이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환기시킬 수 있게 됐다는 점”이라면서 각국이 가짜뉴스를 막으면서도 표현의 자유를 보호할 수 있는 균형점을 모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사 출처 : 아시아투데이 /김지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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