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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힘•지혜•부 ••• ‘세르펜티’의 황홀한 유혹 사회∙종교 편집부 2012-12-13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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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 세르펜티 컬렉션 주얼리
‘뱀’이란 뜻 ··· 고대 문명선 신성시
뱀의 비늘처럼 정교하게 가공
양쪽 끝 맞물리지 않는 디자인 독특
팔찌·시계·목걸이·귀걸이 등 다양
 
이탈리아 브랜드 ‘불가리’의 뿌리는 고급 귀금속 액세서리다. 브랜드의 창립자인 소티리오 불가리가 1884년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에 첫 번째 매장을 연 게 시작이다. 은세공업자로 명성을 얻은 그는 당대 보석 디자인의 주류로 불리던 프랑스의 보석업자들과 달랐다. 전통적인 방식만을 고수하던 프랑스 브랜드에서 생각지 못한 자유로운 디자인, 개성 넘치는 창의성을 내세웠다. 그의 디자인이 100년이 넘은 지금까지 계승·발전된 것이 최근 선보이고 있는 ‘세르펜티 컬렉션’이다. 세르펜티는 이탈리아어로 ‘뱀’이란 뜻. 세르펜티컬렉션의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뱀은 동서양 역사에서 힘·지혜·부·상업 등을 상징해 왔다. 아담과 이브가 등장하는 성경에선 이들을 유혹하는 사악한 존재로 그려지기도 했지만 이집트와 그리스 등 서양의 고대 문명과 중국·인도 등에선 신적인 존재이거나 신의 수호자로 여겨진 게 뱀이다. 1960년대 불가리는 ‘스네이크’, 즉 뱀을 디자인 요소로 사용한 보석을 선보이며 큰 인기를 얻었다. 단순하게 뱀을 디자인 요소에 끌어들인 것이 아니라, 보석 세공의 정교한 기술을 결합시켜 만든 작품이었다. 뱀의 비늘이 겹쳐져 손목을 감싸는 형태의 팔찌와 시계, 5m 길이의 금속을 감아내 만든 팔찌와 시계가 대표적이었다. 비늘 모양의 보석을 세공하고 난 다음, 이것들을 이어 붙여야 했기 때문에 단순한 보석 세공 기술로는 할 수 없는 작업이었다. 금속을 다루는 기술이 지금보다 열악했던 당시로선 5m나 되는 금·은 등을 가늘고 길게 이어 팔찌 모양으로 만들어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런 난점들을 극복하고 불가리는 스네이크 주얼리에 뱀이 손목을 감아 올라오는 형상을 재현해냈다. 일반적인 시계·팔찌의 모양과는 다른 독창적인 제품이었다. 손목에 감아 거는 시계나 팔찌 디자인은 대개 양쪽 끝이 맞물려야 한다. 하지만 불가리에선 뱀이란 소재를 우아하고 세련된 보석에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뱀의 머리와 꼬리를 잇지 않았다. 본래 뱀처럼 그대로 손목을 휘감아 돌도록 디자인했다. 불가리에선 브랜드 창립 125주년이 되던 지난 2009년, 그간의 뱀 소재 디자인을 총망라한 ‘세르펜티 컬렉션’을 선보였다. 세르펜티 컬렉션엔 전통을 계승한 팔찌·시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 기본이 됐다. 여기에 목걸이·귀걸이도 추가했다. 이뿐 아니라 가방 등 가죽 제품, 스카프 등 실크 제품 등에도 뱀 모티브를 도입해 컬렉션을 완성했다. 1960년대 전설적인 패션 잡지 편집장이었던 다이애나 브릴란트는 불가리의 독특한 뱀 디자인을 이렇게 평했다. “뱀은 잊을 수 없는 아이템이다. 언제 어디서든 손가락이나 손목에 차고 싶은 유혹에 빠지는 게 당연하다. 주얼리에서 뱀은 태양신의 상징이다. 뱀 모티브는 매우 특별해서 보는 것만으론 성에 차지 않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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